2025-10-10 20:15 (금)
Column 어머님의 존재
Column 어머님의 존재
  • 홍석태 기자
  • 승인 2025.10.10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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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다. 어머니를 통해 찾아오신 하나님

 

어느 주일, 예배 시간에 목사님이 이번 주간은 성서주일(122째주일)이라시며 찬송가 199장을 선택하셨다. 제목은나의 사랑하는 책이다.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 어머님의 무릎 위에 앉아서

재미있게 듣던 말 그때 일을 지금도 내가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귀하고 귀하다 우리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재미있게 듣던 말

이 책 중에 있으니 이 성경 심히 사랑합니다

 

찬송가가 끝나고, 목사님이 기도하실 때 나는 불현듯 어머니가 보고 싶었다. 지나간 옛날, 그러나 너무도 가까이 느껴지는 그 날의 추억이 있기에 그저 어머님이 보고 싶어 가슴이 아리다.

긴 겨울밤 어느 날 어머님과 내가 이불을 편 채 마주 앉아 있는데 어머님은 나에게 산 정상에 있는 신비한 물, 생명수에 관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시고 손을 위아래로 장단을 맞추며 이 찬송을 들려주셨다. 그리고 합장을 하며 눈을 감고 기도를 하자고 하셨다. 나는 어머니를 따라 합장을 하고 엎드려서 눈을 감았고, 저만치 기도 소리를 들으며 나는 깊은 잠에 빠졌다. 7~80여년 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일들이 199장의 노래로 그날의 어머님이 다시 내 곁에 와 계시며 나 여기 있다하신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니 친구들은 시험 준비가 한창이었다. 나도 그들처럼 공부하였다. 목적도 없이, 그저 남이 하니까 나도 했다. 그리고 입학시험의 날이다. 시험장에 앉아서 시험을 치르려고 하는데 모두가 수험표를 앞에 내놓았고 시험관은 일일이 검사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나는 수험표 같은 것이 없었다. 시험관은 수험표가 없는 나를 보더니 여러 학생을 향해서 광고하였다.

수험표 없는 학생은 일어나세요.” 그래서 내가 일어서 보니 수험표가 없는 학생은 나밖에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내가 무슨 대학생이냐?” 혼자 말로 푸념을 하면서 밖으로 나가 복도에 서 있었다. 그때였다.

석태야!!”

하며 나를 부르며 정신없이 뛰어오는 분이 계셨다. 그 부인이 내 어머니님이셨다. 어머니가 구세주였다. 나는 어머니로부터 수험표를 받아들고 다시 시험장에 들어가 가까스로 시험을 마쳤다. 그리하여 다행스럽게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당시는 합격자를 일간지에 가나다순으로 발표하였다. 홍석태의 은 가나다순으로는 끝에서 세는 것이 빠르다. 어머니는 이를 확인하시고 우리 아들 가까스로 붙었네!, “지성이면 감천이라더니 내 기도가 하늘에 닿았나 보다. 맨 끝에라도 붙여주셔서 감사합니다그리하시며 굿거리장단에 춤을 추듯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고 합니다.

 

대학 졸업 후 나는 군 복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어머님의 몸이 매우 쇠약해지셨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던 69년 그해 초가을 날, 어머님은 교회 권사로 계시는 친척 할머님에게 나의 결혼을 부탁하셨다.

작은 어머니! 나는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니, 석태의 짝을 부탁하겠습니다. 저는 건강에 자신이 없습니다그 후 할머님은 나의 신붓감을 동료 권사께 부탁해서 기독교 집안의 처자를 소개받았다.

그해 결혼을 약속하는 약혼 날을 받았고 약혼식이 있던 그날, 당연히 참석하셔야 할 어머님이 보이질 않았다. 간략한 식이 끝나자 깜짝 놀란 외삼촌과 집으로 가서 보니 어머님은 병환으로 몸져누우신 상태였습니다. 외삼촌과 저는 서대문에 있는 적십자 병원으로 급히 뫼셨다. 병원에 입원하신 지 3일이 막 지나던 날 밤, 통행금지 시간이 임박해 있을 때 나는 어머님과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어머니! 무엇이 필요하세요? 내일 올 때 집에서 갖고 올게요.”

필요한 것은 없고 배가 고프구나. 고기나 실컷 먹었으면 좋겠다.” 어머님은 우리 앞에서 못 먹는다고 양보하시던 고기 타령이시다. 병원에서는 병명을 알기 위해서 종합 진단 중이므로 3일간만 굶긴다고 나는 어머니에게 이해의 말씀을 드렸다.

내일부터는 밥도 고기도 나올 거예요. 조금만 참으세요!”

그러면서 어머니의 배를 만져보니,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다. 그리고 소매를 쓰다듬어 보았다. 내의가 낡아서 실밥이 밖으로 너덜너덜했다. 가슴이 아팠다.

내일은 어머니! 내의를 한 벌 사 와야겠네요!”

늘 사양만 하시던 어머님이 쾌히 승낙하신다. “그래 사 오렴!”

돌아가시기 3시간 전까지도 통증을 내색하지 않으셨고 어머님은 이렇게 환하게 웃으시면서 내 청을 다 받아 주셨다. 이것은 어머님의 생존에 나에게 부탁하신 처음이자 마지막의 약속이셨다

 

어머님은 입원하고 4일째 되던 새벽 2시를 조금 넘어 주무시듯이 조용히 눈을 감고 54년의 마지막 숨을 거두 시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었습니다. 이것이 어머님하고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을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리운 어머님과의 마지막 대화인 것을·······!.

인간의 일생이 이럴 수가 있으랴!” 나는 새삼 삶이란 무엇인가?” “존재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간 나를 어머님과의 사이를 소원케 한 양자의 전통 관습이 원망스러웠다.

고통에서 해방되신 어머님이 잠들어 누우신 관()을 닫기 전 나는 어머님을 안고 한참 울었다. “어머님 죄송해요!!” 저는 인간이 죽는다는 것을 생각해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황망하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이렇게 통곡을 해 보았지만, 어머니는 아무 대답이 없으셨다. 죽음()은 모든 것을 거두는 시간이다. 말씀도 거두시고, 사랑도 거두시고, 살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도 거두고····. 실로 생의 마지막 시간이다.

 

어떤 인간의 사랑도 온전히 비교될 수는 없지만, 어머니의 변함없는 사랑과 신실함이 하나님의 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Though no human love can fully compare, mom’s unfailing love and faithfulness have always reminded me of God’s own."

그런 생각을 하며, 어머님을 위한 헌정사, 다음을 올려 드립니다.

 

추모의 헌정(獻呈)

 

"하나님은 어디에나 계실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드셨다."
"God could not be everywhere, so He created mothers."
유대의 지혜, 탈무드의 그 유명한 말입니다.

어머니를 통해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하나님이 보내신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멀리 계신 것 같다고 느낄 때,

어머니는 가까이서 체온으로 행동으로 몸소 사랑을 보여주신 분이었습니다.
당신의 고단함과 고통은 말하지 않으셨고,

우리의 허기와 슬픔만은 반드시 알아차리셨습니다.

당신의 눈빛엔 늘 인내와 따뜻함이 있었고, 때로는 여자의 일생은 희생이라 하시며 그 속에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나를 위해 먼저 깨어 기도하시던 분이었고,

내가 잠든 후에도 조용히 등을 쓰다듬어 주시던 분이었습니다.

가난해도 자식은 굶기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로 하루를 견디셨고,

고기를 사양하시고 말없이 하나님 앞에 나를 들고 울어 주시던 분이었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하나님은 어머니의 손길로 나를 안아 주셨고,

어머니의 기도로 나를 지키셨으며, 어머니의 눈물 속에서 나를 다시 살리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너무도 크고, 인간은 너무도 작기에

우리는 그 사랑을 온전히 담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삶은 그 사랑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준 생생한 증거였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곧 하나님 사랑의 흔적이었습니다.

그 신실함은 제 기도의 언어가 되었으며, 믿음으로 제 발걸음의 방향이 되었습니다. 이제 어머니는 제 곁에 없지만, 그 사랑은 제 안에 살아 있습니다.

사랑은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다. 어머니를 통해 찾아오신 하나님.

"Love cannot be parted even by death. God who came to me through my mother.“

 

감사합니다. 제게 어머니를 보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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