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신이 머물던 고도(古都), 앙코르와트
[여행] 신이 머물던 고도(古都), 앙코르와트
  • 시사뉴스매거진
  • 승인 2018.12.10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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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불가사의’,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게 이상하지 않은 앙코르와트Angkor Wat. 유서 깊은 고대 사원의 위용에 경외심을 느꼈다면, 앙코르와트 남쪽 회랑의 벽화에서 보았던 한 슬픈 장면은 거대한 석재 건축물에 인간미를 더한다. 고향에서 강제 징용을 당해 전쟁터로 출정하는 대열 속에서 ‘울고 있던’ 한 씨암족 보병의 모습이다. 부조로 된 벽화에서 전해지는 ‘감정’에 닿은 순간, 역사 속 유물이 된 천 년 전 과거는 21세기의 현재가 되어 희로애락喜怒哀樂이라는 공통점으로 관통되고 있었다.

 
앙코르와트에 다다르는 길목은 산책로와 다름없다.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아침 일찍 분주히 서둘러 툭툭(삼륜 택시)을 타고 당도한 앙코르와트에는 벌써부터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따스한 햇살에 심신이 그만 녹아들어갈 듯했다.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관광지를 돌아보는 서양인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만약 앙코르와트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이렇게 자전거 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앙코르와트 유적을 즐길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이다.
 
신의 사원에 ‘감히’ 들어서다
앙코르와트를 휘감는 물길, 앙코르와트를 감싸고 있는 해자垓字가 보인다. 동서로 1,500m, 남북으로 1,300m 직사각형으로 이뤄진 앙코르와트의 외벽을 감싸고 있는 ‘해자’는 성곽을 둘러싼 인공적인 도랑을 뜻한다. 해자 때문에 앙코르와트는 물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습지를 흙으로 메워 만든 사원이다. 앙코르와트의 해자는 고대 크메르 제국에서 인간계와 신계를 구분하기 위해 조성한 물길이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이 물길에는 과거에 악어가 살기도 했다니, 해자를 통과해 성지로 들어서기에 앞서 사람들은 두려움에 가까운 경외심을 가져야 했는지 모를 일이다. 해자를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고 있는 내국인, 외국인들의 섞여 있는 모습을 보니 까마득히 먼 과거에는 이 다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어떤 이들이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전 세계에서 ‘죽기 전에 가봐야 할 곳’으로 손꼽히는 장소 앞에서 직접 멈춰서보니, 앙코르와트 유적이 뿜어내는 놀라운 위용 앞에 주춤해지고 만다.

천상의 ‘춤’, 천상의 ‘계단’
천의무봉天衣無縫. ‘선녀들의 옷에는 바느질 흔적이 없다’는 뜻이다. 앙코르와트에서는 ‘천상의 무희’로 불리는 압사라Apsaras의 부조와 조각상을 종종 만날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수려하다. 압사라는 선녀, 요정, 님프 등을 뜻한다. 살갗이 비치는 관능적인 옷, 하늘하늘 아름답게 구비치는 압사라의 옷자락을 섬세하게 조각한 모습에서 금방이라도 날아올라 천상의 연희가 벌어질 듯 생동감이 넘친다. 사원 내 1,500개가 넘는 압사라 조각은 단 한 개도 같은 모습이 없단다. 뜨거운 햇빛에 그늘진 길만 찾아 걷다보니, 그늘을 찾는 건 관광객만이 아니다. 황금빛 압사라 의상을 맞춰 입은 어린 무용수들이 더위에 지쳐 그늘 아래 쪼르르 앉아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황금빛 옷차림을 한 21세기의 어린 압사라들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하늘은 맑고 짙은 파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앙코르와트의 뜻을 살펴보면, 앙코르(Angkor)는 ‘왕도(王都)’를 뜻하고 와트(Wat)는 ‘사원’을 뜻한다. 앙코르와트 내에는 하늘로 한없이 뻗어 있는 ‘천상의 계단’이 중앙 탑으로 뻗어 있다. 약 70도의 경사로 대개 몸을 구부려 손을 짚지 않고는 못 올라갈 정도로 폭이 좁고 가파른데, 이유를 알고서 경악했다. 애당초 신성한 장소에 인간이 몸과 고개를 저절로 조아리지 않고는 올라서지 못하는 구조로 계단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이 돌층계에서 인명사고가 있은 뒤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현재는 이용이 불가하고, 나무 층계를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천상의 계단’을 바라보며, 눈으로나마 이 가파른 돌층계를 찬찬히 올라본다. 앙코르와트는 1층은 자연계, 2층은 인간계, 3층은 천상계로 이뤄져 있다.
 
앙코르와트의 탑은 모두 몇 개일까. 사진 속에서 찾아보라. 답은 10개인데, 왜 그럴까. 분명 눈에 보이는 탑의 수는 다섯 개가 맞다. 좀 더 자세히 보면 10개라는 걸 어느 순간 알아챌 수 있다. 바로, 수면 위에 선명하게 비치고 있는 5개의 탑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수면에 비친 모습이 선명해서 마치 물속에 또 다른 앙코르와트 세계가 있을 모른다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다리를 건너 앙코르와트에 들어설 때만 해도 물밀듯 밀려드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어느 샌가 눈에 띄지 않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한산해 보이기만 모습은 앙코르와트 유적지의 큰 규모를 짐작케 한다. 앙코르와트를 제대로 둘러보려면 일주일도 모자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 물론, 앙코르와트 회랑 안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 웅장한 석재 건축물에는 1,000만 개에 가까운 돌들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금까지도 채석장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암들을 조달해서 옮겨왔는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떻게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천년 동안 끄떡없는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는지, 어떻게 사람의 힘만으로 거대한 사원을 40년 만에 완성할 수 있었는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앙코르와트를 ‘세계 불가사의’로 만들고 있다. 이런 미스터리들이 이토록 독자적인 건축미를 갖춘 앙코르와트를 더 신비롭게 만드는 걸까.
 
빨간 수상가옥의 ‘정체’
수상가옥 중에는 지붕에 십자가가 있는 교회당도 보인다. “빨간 수상가옥의 정체는 무엇일까?” 한국인 가이드가 승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화장실, 창고 등등 여러 대답이 나왔지만 가이드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낙조를 기다리며 곰곰이 정답을 생각해 본다. 다들 신통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는지, 배가 물 위에서 철썩거리는 소리가 더 크다. 마침내 가이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답을 듣고 나서 좌중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주민들이 성생활을 하는 공간이라네요. 우리나라의 모텔 같은 것이죠.”
 
삶을 닮은 ‘지는 해’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참회록/ 윤동주>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해가 지길 기다리는 이 시간이 하염없이 계속될 듯하다. 톤레삽 호수 위로 해가 떨어지고 있다.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수목’이 낙조 아래 국을 이루고 있다. 강물이 배에 부딪히며 철썩이는 소리를 들으며,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배에 탄 사람들도 핸드폰이나 DSLR을 들고, 해가 지는 멋진 광경을 찍는다. 톤레삽의 일몰을 바라보며 마음에, 흔치 않은, 평온함이 물들어간다. 천년 전 옛 왕조의 빈 터와 호수에 내려앉는 낙조의 시간은 내 삶의 숙연한 참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지는 해’는 삶을 닮아 있다. 세월의 더께가 더하며 희로애락으로 저물어가는 삶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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