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노믹스’의 허와 실
‘비거노믹스’의 허와 실
  • 정하연
  • 승인 2020.11.24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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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소비성향과 맞닿아 있다. 언제, 어디에 소비하느냐에 따라 ‘시장(market)’이 형성된다. 최근 수년간 서서히 시동을 걸어오다 점점 더 몸집을 불리고 있는 시장 하나가 있다. 바로 ‘비거노믹스(Veganomics)’다. 채식주의자를 칭하는 ‘Vegan’과 경제를 뜻하는 ‘Economics’가 합쳐진 말이다. 즉, 채식주의자가 만들어 나가는 경제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특별한 사람들의 이해하기 쉽지 않은 취향’ 정도로만 인식되었던 채식이 이제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의 형성을 무조건 긍정적인 눈으로만 보기도 쉽지 않다. 채식주의의 진정성이 ‘대박’을 터뜨리기 위한 투자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또 채식이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학적 논란 역시 계속해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채식주의자들 사이에서도 육식을 허용하는 등 일관된 모습도 흔들리고 있다. 

(사진= unsplash)
(사진= unsplash)

너부 분화된 채식주의자의 종류
우리가 먹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그냥 단순한 ‘단백질’로만 볼 수 없다. 동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폭력성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로 손꼽히는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서 주인공 영혜는 육식을 거부한다. 그 이유는 고기가 폭력성과 야만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물로 하나의 생명으로 본다면 분명 동물을 도살하고 껍질을 벗기고, 그 시체를 잘라 먹고 즐기는 것은 ‘폭력’이자 ‘야만’일 수가 있다. 
이런 설득력 있는 명분으로 이해하자면 이제 채식주의는‘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2018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의 채식주의자는 약 1억 8천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50만~1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채식주의자의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이다. 국내의 경우 2008년에 15만 명에 불과했던 채식주의자가 10년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비거노믹스는 먹는 것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동물성’과 관련된 전반적인 것을 배제하고 있다 보니 화장품 산업과도 관련이 있다. 한 글로벌 컨설팅 업체는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 시장만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에 가까운 성장을 할 것을 예견하고 있다. 
이렇게 채식주의자가 늘어나다보니 이들을 위한 대체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예를 들면 ‘버섯으로 만든 고기’, ‘콩으로 만든 참치’, ‘귀리로 만든 우유’가 대표적이다. 헐리웃의 연예인들은 이런 대체식품을 만드는 회사에 투자를 하면서 대박을 터뜨리곤 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오프라 윈프리, 나탈리 포트먼, 우디 해럴슨, 패리스 힐턴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들 역시 오랜 기간 채식을 해온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 이렇듯 비거노믹스의 성장은 전 세계적인 경향이자 향후 매우 유력한 시장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거노믹스에 비판을 가하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고기 대체 식품’이 만들어 지는 것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채식주의자라면 고기에서 완전히 멀어져야 당연하지만, 그들 역시 ‘육식에 대한 향수’가 있기 때문에 굳이 대체식품으로서 우유, 참치, 고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냐는 논리다. 겉으로는 채식주의자라고는 하지만, 정작 마음속에서 여전히 고기의 냄새와 질감을 원한다고 볼 수 있다. 
채식주의도 매우 여러 가지로 나뉘며 그 중에서도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이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락토 베지테리안(Lacto vegetarian)’의 경우 유제품이나 꿀은 먹는 사람들이고, ‘오보 베지테리안(Ovo vegetarian)’은 동물의 알인 계란은 먹는다. ‘락토-오보 베지테리안’은 계란류나 유제품까지 모두 먹는 사람들이다. 채식주의는 여기에서 더욱 분화된다.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은 유제품과 계란류, 조류, 어류까지 섭취를 하며 ‘페스코 베지테리언(pesco vegetarian)’은 앞의 음식을 포함해 갑각류까지 섭취를 한다. 심지어 경우에 따라서, 즉 건강 상태에 따라서는 자신의 기준에 따른 육식까지도 섭취하곤 한다. 

채식, 자녀 아이큐 낮출 수도
이정도 되면 어디까지가 채식이고 어디까지가 채식이 아닌지가 불분명하다. 특히 이런 분화는 채식의 원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앞에서 채식의 취지는 ‘동물의 기본권과 인간의 폭력성와 야만성에 대한 거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물의 알 역시 기본권이 있으며, 생선도 생명으로서의 기본권은 있다. 갑각류도 당연하다. 꿀은 벌들이 열심히 일해서 모은 것을 인간이 강탈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심지어 자의적인 잣대로 육식을 겸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까지 있다는 점에서는 의구심을 떨치기가 힘들다. 이 정도면 그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음식을 가려 먹는 사람’이지, 굳이 ‘채식주의자’라고 부르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과연 채식이 건강에 꼭 좋은 것이냐는 점은 여전히 논란이다. 최근에는 채식이 특히 뇌건강에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주목해야할 것은 바로 ‘콜린’이라는 성분이다. 육류나 생선, 달걀, 유제품에 주로 함유된 콜린은 뇌 건강에 깊이 관여한다. 특히 여성들의 채식주의는 콜린 수치를 낮추고 이는 태아의 아이큐(IQ)형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의학연구소에서는 하루에 최소한의 콜린은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고 권한다. 또 채식이 뇌졸중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 영국에서 실시된 실험에 의하면 채식주의자의 뇌졸중의 위험도 결코 낮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현대의학은 그 원인까지 정확하게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영양소 부족’이 원인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의학자들은 채식만 하게 되면  비타민 B12, 오메가-3 지방산, 비타민 A와 D, 철분, 아연, 칼슘 등이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식물성 음식이라도 모두 다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감자튀김은 분명한 채식의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이는 소위 말하는 ‘정크 푸드’에 속한다. 
거기다가 채식에 대한 강박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배우 이하늬이다. 그녀는 채식을 하다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물론 여전히 채식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건강상의 단점과 채식에 의한 강박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실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직장인이라면 늘 동료들과의 점심식사에서 조심을 해야 하고, 육식을 멀리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낀다. 이러한 감정 역시 인체에는 스트레스도 작용하게 되며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작용을 한다. 
자신의 건강을 위해 특정한 음식을 제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며, 그 누구도 침해할 수도 없다. 하지만 건강상의 단점과 강박증, 육식까지 섭취하는 애매모호한 채식주의에 대한 정의 등은 굳이 채식주의를 ‘도덕적이다’라고 평가하거나 ‘인간이 따라야할 건강한 식단’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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