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 대전환, ‘피봇팅’의 시대
기업 경영 대전환, ‘피봇팅’의 시대
  • 최운정
  • 승인 2021.02.18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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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언제나 쉬지 않고 변하지만, 코로나19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변화시켜버렸다. 전문가들은 이를 브이노믹스(V-nomics)’로 규정한다. 바이러스가 경제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위기가 더욱 증대되었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데 경영에서는 늘 위기가 올 때에는 최대한의 안정성을 찾아가는 경향이 있다. 그 어떤 파고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는 기업들이 해야할 당연한 행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들어 피봇팅(Pivot)’이라는 경영전략이 대두되고 있다. 물론 수년 전부터 일부의 경영전략으로서 존재했었지만, 위기가 증대된 시대에 새롭게 재소환되고 있다/ 편집자주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위기의 시대에 빛을 발하는 경영전략

피봇팅이란 애초에 스포츠 용어이다. 농구를 할 때 공을 잡은 선수가 상대선수를 피하기 위해 한쪽 발은 가만히 둔채 다른 발을 움직여 방향을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사업에 적용되면서 회사의 인적구성이나 기본적인 기술은 변하지 않은 채, 사업적 방향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피봇팅에 의한 성공으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사례는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지금은 사진 공유 전문 SNS’라는 위상을 가지고 있지만, 애초 이 서비스는 버븐(Burbn)’이라는 앱이였다. 사용자가 자신의 위치를 체크인 한 후 사진을 공유하게 되면 포인트를 얻게 된다. 그런데 막상 서비스를 출시하고 보니 사용자들은 위치기반 서비스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자신의 사진을 공유하는 데에 열심이었다. 이에 창업자는 과감하게 위치 기반 기능을 줄이고 사진에만 집중, 지금의 인스타그램을 만들어 냈다. 이후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1조 원에 인수될 정도로 큰 성공을 하게 됐다.

또 하나의 사례는 더욱 극적이다. 레드로버라는 회사는 3D모니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수출하는 제조 중심의 기업이었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경쟁사들이 뛰어들다보니 경영이 악화되었고, 경영자는 3D모니터를 포기하고 그간 축적해왔던 노하우를 기반으로 3D에니메이션을 제작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넛잡:땅콩 도둑들이었다. 개봉 당시 전미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하드웨어 제작업체에서 콘텐츠 제작업체로의 대전환은 결국 성공적으로 마무리되 었다.

이처럼 피봇팅은 원래 계획했던 목표, 경영전략을 대폭 수정해 새로운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런 피봇팅은 벤처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창립 당시에는 참여 인원도 적고, 큰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재빨리 테스트를 해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알아본 후, 또다른 도전을 해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피봇팅은 기업에게 닥친 위기에 순발력 있게 대응한다는 점과 현재의 트렌드를 재빠르게 쫓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각광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바이러스가 바꾸어 놓은 브이노믹스의 시대에서는 매우 훌륭한 경영전략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피봇팅은 회사 전체의 목표가 아닌, 작은 단위의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시대에 집에 있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은 대형TV를 선호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50인지만 되어도 어느 정도 만족했지만, 이제는 60인치 이상을 원하게 된다. 이럴 때 TV제조업체는 재빠르게 대형 TV생산라인을 늘리고 단기적인 사업방향을 재설정하고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장기 위험과 단기 위험 구분해야

이러한 피봇팅 전략은 경영자와 직원들에게 순발력 있게 변하자라는 마인드를 심어줄 수 있고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지치지 않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전진해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이 매력이다. 또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찾아나가는 강인한 의지를 길러주기도 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 피봇팅이 만능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명 벤처 투자자인 마이클 모리츠는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피봇팅은 죽음에 가까운 경험이다.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한 사업이 기존 팀에 맞는 분야가 아니라면 차라리 새로 창업하는 것이 낫다.”

이는 피봇핑에서의 위험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사실 사업이라는 것은 경영자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직원의 역량에 기반한다. 예를 들어 바이오에 능통한 인재들이 모여있는 회사에서 피봇팅을 한다면서 중공업 분야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경우라면 마이클 모리츠의 말 대로 차라리 회사를 완전히 해체하고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피봇팅은 경영자에게 빠른 포기라는 유혹에 빠지게 하는 경향도 있다. 예를 들어 한 분야에서 꾸준하게 기술적 발전을 이루고, 소비자 심리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당장 수익을 올릴 수 없으니 지금이 피봇팅해야할 시기다라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게 한다. 이럴 경우 실제 특정 분야에서 제대로 된 성과도 제대로 내놓지도 못한 상태에서 피봇팅만 반복하다 결국 자금이 바닥나고 인재가 떠나가서 실패에 이르기도 한다. 이는 피봇팅의 전략을 잘못 사용한 최악의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대로 된 피봇팅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 닥치는 어려움이 장기적인지, 단기적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만약 단기적인 위기라면 전면적인 피봇팅을 단행할 것이 아니라 앞에서도 살펴본 마케팅 차원의 피봇팅이 더욱 유리하다. 이렇게 하면 회사 내부의 고민과 고통이 없이 기존의 역량을 충분히 유지하면서 사업에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희 한 온라인 여행사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을 때 재빨리 사업적 역량을 해외여행이 아닌 국내여행으로 바꾸어 버렸다. 또한 동시에 한국 여행을 원했던 해외 여행객에서 한국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의 설립 이유와 타켓은 그대로 둔채 전략적 방향만 바꿔서 성공한 피봇팅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피봇팅을 대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경영자의 전략은 이미 한 분야에서 충분한 역량을 쌓았는가라는 점이다. 자신만의 노하우, 고객, 성과가 없는 상태의 피봇팅은 그저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떠돌이에 불과해질 수도 있다.

또하나 중요한 점은 피봇팅을 시도할 때에는 내부 직원들의 충분한 동의와 이해 관계자에 대한 설득일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동의와 설득은 사업이 다시 전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큰 애너지가 될 수 있기 떄문이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못했을 때에는 회사 내부의 분열과 혼란을 초래하게 될 뿐이다. 어렵고 힘든 경영 환경일수록 피봇팅은 매우 매력적인 전략이 될 수도, 또는 더 큰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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