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8:05 (금)
선택 아닌 필수로 자리잡은 ESG
선택 아닌 필수로 자리잡은 ESG
  • 최운정
  • 승인 2021.10.3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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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이 더이상 돈을 버는 것에만 치중돼서는 안 된다는 철학이 확산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윤리적 가치 이른바 비재무적 가치가 반영된 지속가능 경영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삼성물산

국내 기업들 ESG에 집중

국내 주력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정보기술(IT) 등을 주도하는 상장 대기업들이 이달 개최한 주주총회에서도 대세가 된 ESG 경영활동의 의지는 확연히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바꿔 ESG 관련 역할을 맡겼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탄소 중립 전략과 연계한 수소사업 확대 등 현대차만의 ESG 경영 방식을 구축해 고객가치 제고의 기회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이사회 거버넌스위원회를 ESG 위원회로 확대 개편했고, 삼성전자는 ESG 위원회 역할을 대신하는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최고재무책임자(CFO) 주관으로 격상했다. 삼성전자 김기남 부회장과 박재완 이사회 의장은 올해 정기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공동명의로 보낸 주주서한에서 “2020년까지 미국, 유럽, 중국 지역의 모든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며 향후에도 지속가능한 ESG 경영을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ESG 위원회 신설도 잇따랐다.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두고 ESG 경영의 최고 심의 기구로 운영키로 했다. LGLG전자 등 주요 계열사에 모두 ESG 위원회를 만들 예정이다.

한화그룹의 모기업인 ㈜한화도 ESG 가치창출과 컴플라이언스 내실화를 위해 이사회에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기아, 포스코 등도 ESG 위원회 신설 소식을 전했다.

이밖에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 등 IT 기업과 KB·신한·하나 등 금융사들도 ESG 위원회 신설 등을 통한 ESG 경영을 예고했다.

최태원 신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상공회의소)
최태원 신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상공회의소)

 

시장변화 먼저 읽은 SK그룹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그룹의 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딥 체인지)하기 위한 핵심 요소 중 하나로 ‘ESG 경영강화를 강조해왔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가치를 훼손하면 아무리 매출을 많이 올려도 경영 성과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SK는 최 회장의 지휘 아래 전사적으로 ESG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ES 분야의 실천 노력에 더해 지배구조(G)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함으로써 ESG 경영을 완성해간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내용의 지배구조 혁신 전략을 거버넌스 스토리’(Governance Story)로 명명했다.

최 회장의 ESG 추구 경영은 2016기업이 이윤만 추구하다가는 돌연사 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이는 무엇보다 엄중한 현실 인식에 있다. 일례로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은 국내 시장 점유율 50%로 오랫동안 내수 1등에 머물러 있었다. 시가총액은 221243억원(지난 26일 종가 기준)에 불과하다. 단순한 검색 서비스에서 AI(인공지능) 기술 기업으로 진화한 네이버(시총 629129억원)에 추월당한 지 오래다. 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D램 의존도가 80% 이상인 SK하이닉스가 어제의 적이던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문을 인수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SK이노베이션도 친환경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지난해 탈황설비인 VRDS 가동을 시작했고,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선 생산뿐 아니라 수리, 충전, 재사용 등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사업 밸류 체인(가치 사슬)을 구축해가고 있다.

SK그룹의 ESG 경영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성장 전략인 그린 뉴딜에 호응하면서도 글로벌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수출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미국에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파리 기후변화협약 재가입, 수소 경제 로드맵 등 친환경 정책이 쏟아지고 있고, 유럽연합(EU)은 최근 탄소국경세 도입을 추진하는 등 국제 사회의 친환경 규제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ESG를 핵심 키워드로 SK그룹이 대대적인 사업 혁신에 나선 것도 어쩌면 미래를 한발 앞서 내다본 최 회장의 깊은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기업의 ESG 경영은 경제단체의 ESG 정책 발굴로 확산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ESG는 세계적인 트렌드로 세밀하게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ESG는 과학이다. 디테일에 승부가 달려있다ESG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ESG 부실기업엔 투자하지 않을 것

한국은행은 앞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부실하다고 평가되는 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사들이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도 투자 중단을 저울질하고 있다. 한은의 이 같은 방침은 민간 금융회사, 특히 은행의 자산 운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4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은은 ESG 부실기업 자산을 외환 운용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하는 이른바 네거티브 스크리닝전략 적용 원칙 및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검토 중이다. 이 전략에 따라 ESG 부실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앞으로 투자를 자제할 방안을 마련 중이다. ESG 부실기업은 세계 최대 ESG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ESG 등급을 기준으로 선별한다. MSCI는 기업 경영현황을 평가해 ESG 등급을 AAA부터 CCC까지 7개로 매기고 있다.

한은이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본격 채택하면 MSCI ESG 최저등급(CCC) 기업 주식·채권 등은 외자운용원 투자대상에서 배제되게 된다.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은 스웨덴중앙은행이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추진을 선언했고, 한은은 주요국 중 두 번째로 이 전략을 채택하는 중앙은행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과 반대로 ESG 우수기업 자산을 더 매입하는 이른바 포지티브 스크리닝전략도 병행할 방침이다. 지난해 말 545000만달러 규모인 ESG 자산을 더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 2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외화자산 운용액과 관련해서 ESG 투자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에 따라 MSCI ESG 최고등급(AAA) 기업 채권·주식을 더 사들이는 것은 물론 국제기구에서 발행하는 그린본드(자금 사용 목적이 친환경 투자로 한정된 채권) 등을 더 매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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