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5:37 (금)
“고온 초전도 전자석 실용화를 가져온 원천 기술의 개발, 대한민국 전기기기 제조산업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고온 초전도 전자석 실용화를 가져온 원천 기술의 개발, 대한민국 전기기기 제조산업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백경화
  • 승인 2021.04.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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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한승용 교수

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매달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를 선정한다. 2021년 4월 수상자는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한승용 교수이다. 그는 ‘무절연 고온 초전도자석’을 세계 최초로 제안해 초전도자석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꾼 공로가 인정되었다. 그의 연구 결과는 2019년 6월 13일 네이처(Nature) 본지와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소개됐으며 그 파장은 엄청났다. 미국의 핵융합 벤처기업 MIT-CFS가 한승용 교수의 특허에 기술수수료를 지불하고 차세대 초소형 핵융합 장치 개발에 나서는 등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무절연 초전도자석의 국제 경쟁까지 본격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주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한승용 교수(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산업의 패러다임 바꿔

한승용 교수가 새롭게 만들어낸 과학적인 성과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 어려운 전문용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일단 비유적으로 설명해보자면 이렇다. 현재 일반도로와 고속도로에서 최고 속도는 50km에서 120km 정도이다. 물론 여기서 물리적으로 더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문제는 안전이다. 정부에서는 안전을 위해서 이 이상의 속도를 올리지 못하도록 해 놓았다. 그런데 만약 이 속도가 1000km로 늘어나면 어떨까? 물론 안전에 대한 그 어떤 문제도 없이 말이다. 아마도 인류의 생활에는 또 하나의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승용차로 걸리는 시간은 30분 정도가 된다. 단순히 시간의 변화가 문제가 아니다. 경제 전체에 새로운 활력이 돌게 되고, 국가 경쟁력도 향상될 수밖에 없다.

한승용 교수가 해낸 일이 바로 이와 비슷하다. ‘초전도 현상’이라는 것이 있다. 전기에 대한 저항성이 제로(0)이기 때문에 엄청난 전류를 흘려보낼 수가 있다. 이렇게 되면 항공기·선박 등에 필요한 대형전기추진시스템, 진단용 MRI 및 신약개발용 분석 장비, 신재생에너지 저장장치, 오·폐수 처리시설 등 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가 있다. 그런데 하나 문제가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너무 높은 전류 때문에 종종 초전도체가 초전도 특성을 잃어버리는 오작동이 발생하는 경우 타버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초전도체의 높은 성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여 많은 전류의 양을 흘려보낼 수가 없게 된다. 이러한 문제가 제기된 지 지난 30여년 동안 그 어떤 사람도 이 문제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비로소 이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바로 그 주인공이 한승용 교수이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28살인 2003년에 미국 보스턴 MIT 공대 Francis Bitter Magnet Laboratory 연구원,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기계공학과 부교수를 하다 41살인 되었던 지난 2017년 한국으로 돌아와 모교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되었다. 우선 이번 상을 받은 소감부터 물어보았다.

“일단 정말 저에게는 너무도 큰 영광입니다. 이번에 주신 상은 전기공학 쪽에 한정된 분야의 상이 아닌, 공학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이라 더욱 영광입니다. 초전도 현상은 여전히 ‘극한기술’입니다. 이 말은 곧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1911년 이후 상용화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며, 그간 발전한 것이 거의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기술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공학도로서의 꿈은 자신이 개발한 것을 누군가가 쓰는 것이며, 그것으로 세상이 바뀌는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아직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지난 100년간 묵혀져 왔던 문제가 풀렸던 만큼, 이제 수많은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한승용 교수의 분야가 전기공학이고, 그가 연구한 것이 전류에 관한 것이다 보니 이번의 연구 결과가 일반인들의 생활과는 크게 연관이 있으리라 생각하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의 연구 결과는 거의 대부분의 국민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범용적이다.

서울대 한승용 교수팀이 미국 국립고자기장연구소(NHMFL)와 공동으로 45.5 T 직류 자기장 세계기록을 달성한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사진=서울대 제공)
서울대 한승용 교수팀이 미국 국립고자기장연구소(NHMFL)와 공동으로 45.5 T 직류 자기장 세계기록을 달성한 무절연 고온 초전도 자석(사진=서울대 제공)

의학 등에서 광범위한 영향

예를 들어, 태어나서 뇌가 잘못되어 평생을 불우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경우를 예방할 수도 있고, 암의 치료에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아이의 뇌는 3살 정도면 거의 다 자라고, 7살 정도가 되면 완성이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뇌의 문제를 MRI 등으로 파악할 수 있을 때는 이렇게 나이가 좀 든 다음에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그전에는 범용 MRI의 경우 해상도가 너무 낮거나, 고성능 MRI의 경우 지나치게 높은 비용의 문제점으로 인해 매우 한정된 연구 분야에서만 어렵게 이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외로 거의 밝혀진 것이 없는 것이 바로 0세부터 2세까지의 두뇌발달 과정입니다. 이 부분에서 일단 문제를 발견하면 뭔가 대처를 할 수 있지만, 현재의 국내 병원에서 사용되는 MRI는 그것이 불가능하죠.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초전도체를 활용하면 해상도가 월등히 향상되고 소형화를 달성하여 병원에서 쉽게 활용이 가능하기에 0세부터 2세까지 아기들의 뇌 발달 과정을 매우 정교하게 볼 수 있고 치료의 가능성도 연구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MRI가 정교해지면 정교해질수록 암을 치료할 가능성도 훨씬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플래시’라는 암 치료 방법이 의학계에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방사선 치료라고 하면 암세포는 물론 정상 세포까지 함께 죽이기 때문에 항암치료를 거부하고, 설사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5년 전에 등장한 플래시 기술은 탄소를 활용해 마치 사진기의 조명이 팍, 하고 터지듯 강하게 암 부위를 때려주는 것이다. 이때 암세포는 물론 정상 세포도 함께 공격을 받게 되지만, 놀랍게도 정상 세포들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너무도 충격적인 결과에 놀란 의학자들이 전 세계 여기저기서 실험을 했지만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 따라서 이 요법은 향후 가장 유명한 암 치료 기술로 등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설비를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거의 집채만 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승용 교수가 개발한 기술이 여기에 결합하면 그 크기를 방 하나 정도로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놀라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이기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2019년 12월 영국 물리학회 산하 피직스 월드(Physics World)가 주관한‘2019 10대 혁신기술(Top 10 Breakthroughs for 2019)’도 선정됐고, 본 기술이 적용된 Commonwealth Fusion System 사 (MIT가 배출한 벤처기업)의 차세대 초소형 핵융합 장치 (SPARC)는 빌 게이츠가 선정한 ‘2019년 10대 혁신기술 (Top 10 Breakthrough Technologies in 2019)’에도 선정됐다. 현재 MIT-CFS사는 민간영역으로부터 2,400억원의 투자를 받아 차세대 초소형 핵융합 장치(SPARC)를 개발하고 있으며 인류의 꿈인 인공태양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영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에서 신약개발용 바이오 분석 장비, 신소재 개발을 위한 초고자기장 연구용 자석, 신재생 풍력발전, 전기추진 항공기, 하이퍼루프, 초전도 자기 에너지 저장장치를 개발하는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로 빠르게 파급되고 있다. 또한, 한 교수는 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2019년 직류 자기장 세계 최고 기록을 달성 및 초전도 자석의 초소형화를 실현했다.

“2000년에 세워졌던 기존 세계기록 44.6T보다 갱신된 자기장의 세기는 45.5T로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존 기록을 세운 초전도자석의 총 무게 35톤 대비 크기와 무게를 1/100 이하로 줄인 고온초전도 자석의 초소형화가 가능함을 입증했다는 점이 주요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높은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기술은 매우 다양한 응용 분야에 활용되는 원천기술이라는 점에서, 초소형 자석으로 매우 높은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기술이 나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한승용 교수(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힘들지만, 재미있는 시도들

하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를 얻기까지 한승용 교수는 적지 않은 노력과 힘든 과정을 겪어왔어야만 했다.

“사실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매일 난관을 마주합니다. 제조업에서 완성품은 단 하나의 작은 부품이 잘못돼도 동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그‘어려움’의 크고 작음은 사실 구별이 무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을 해결하는 과정이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심리적, 정신적 괴로움(?)이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들이 많습니다.(웃음) 저는 보스턴에서 11년을 살아 그곳을 제2의 고향처럼 느끼곤 했는데요. 얼마 전 오랜만에 보스턴을 방문하게 됐는데 공항에 내려 도시 특유의 냄새를 맡자 예전의 힘들었던 기억들이 떠오르며 마냥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호기심과 재미로 시작되는 엉뚱한 시도, 남들이 하지 않는 무모한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고, 결과를 예단하지 않고 연구 자체를 즐겼다고 한다. 특히 그는 늘 자신이 했던 시도들에 대해서 주변의 만류를 받아왔다. 지도 교수님과 주변 동료들도 ‘그런 건 도저히 불가능하니까 시도도 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특별한 기대 없이 시작했던 ‘엉뚱한 연구’가 나중에 좋은 성과로 이어졌던 경험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 그에게 남은 꿈은 어떤 것이 있을까?

“1980년대 사실상 불모지에 가까웠던 우리나라에서 반도체 기술에 도전했던 수많은 선배님들의 노고에 힘입어 이제 반도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술로 성장하여 경제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초전도 기술은 반도체만큼은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매우 광범위한 분야의 산업에 적용이 가능한 원천기술입니다. 제 꿈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초전도를 반도체와 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대표기술 브랜드’로 육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국가 경쟁력은 이렇듯 한명 한명의 과학자, 공학자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대 한승용 교수를 비롯해 오늘도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수많은 연구자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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