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1:28 (수)
조기 은퇴 꿈꾸는 파이어족
조기 은퇴 꿈꾸는 파이어족
  • 최운정
  • 승인 2021.05.03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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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한 삼성그룹 직원이 비트코인에 5000만원을 투자해 400억원을 넘게 벌고 퇴사했다는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삼성전자 측은 "해당 직원이 퇴사한 것은 맞지만 퇴직 사유는 개인정보에 해당해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밝혔으나 게시글 속 주인공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남겼다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확산되며 이야기는 신빙성을 얻었다. 이같이 주식과 가상화폐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얻은 뒤 퇴사를 한다는 사례가 잇따라 등장하며 조기 은퇴를 희망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희망 은퇴 나이 51목표 자산은 137천만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지난 3월 국내 MZ세대(25~39) 투자자 253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5.9%'조기 은퇴를 꿈꾼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137000만원의 투자 가능 자금(집값 제외)을 모아 평균 51세에 은퇴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자금을 모으기 위한 주요 투자 수단으론 주식 (92.8%) ·적금 (63.9%) 부동산 (43.2%) 펀드 (38.5%) 가상화폐 (19.3%) 등을 꼽았다.

투자로 수십억을 벌어 퇴사를 앞두고 있다는 직장인들이 잇따라 등장함에 따라 주식·가상화폐 등으로 조기 퇴사를 꿈꾸는 이른바 '파이어(FIRE)'MZ세대 내에서 크게 늘고 있다.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은퇴(Retire Early)의 합성어로, 빨리 은퇴할 수 있도록 자금을 마련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본래 30대 말,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를 하겠다는 목표로 20대부터 소비를 줄이고 수입의 70~80% 이상을 저축하는 등 극단적인 절약을 실천하는 이들을 가리켰지만 MZ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파이어족이 나타나며 그 의미가 다양해지고 있다.

파이어족은 크게 4분류로 나뉜다. 먼저 제한된 소비만 하는 '검소한 파이어(Lean Fire)'와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은퇴를 준비하는 '풍족한 파이어(Fat Fire)'가 있다. 검소한 파이어는 소득의 70% 이상을 저축해 은퇴 자금을 마련하며 연 4000만원의 최저 생활비를 감안해 은퇴자산으로 10~25억원 정도를 모은다. 과거에는 성실하게 일하며 수익의 대부분을 은행에 두면 어느 정도 자금을 모으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집값과 물가는 오르고 금리는 내려가는 시대에는 저축만으로 돈을 모으기 어렵다. 때문에 MZ세대에서 새롭게 나타난 양상이 풍족한 파이어다.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해 소위 말하는 '대박'을 노린다. 65세에 은퇴하기에는 기대수명이 길고, 평생 일만하기에는 인생이 짧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외에는 부수입으로 은퇴를 준비하는 '사이드 파이어(Side Fire)', 은퇴 후에도 은퇴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할 것을 고려하는 '바리스타 파이어(Barista Fire)'가 있다.

MZ세대는 '풍족한 파이어''사이드 파이어'를 선호하는 비중이 각각 43%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단적으로 지출을 통제하기보다 어느 정도 생활수준을 유지하며 은퇴 자금을 모으고 싶어 하는 경향을 띄는 것이다.

전문가는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상화폐의 경우 실체도 없고 본질적 가치도 없어 투자 위험성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현재 200여개의 거래소가 있지만 '계좌실명제' 등이 시행됨에 따라 오는 9월 거래소들이 대거 폐쇄될 가능성도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조기 은퇴' '경제적 자유' 모두 원하지만 손에 닿기엔 어려워…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급여 소득자 1000명을 대상으로 현재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 평가와 함께 파이어(FIRE)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충분한 경제적 여유를 갖고 퇴사를 하고 싶어 하는 직장인들의 마음은 한결 같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꿈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파이어족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배경에는 현재의 힘든 삶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삶이 너무 팍팍하기 때문에(45%, 중복응답), 이를 벗어나기 위해 완전한 경제적 자유를 통한 은퇴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보는 것이다.

국가가 개인의 노후를 보장해주지 않는데다가(38.7%), 돈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34.3%), 한국사회가 지나치게 경쟁사회라서(32.6%) 파이어족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컸다.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급여 소득자 10명 중 3(29.5%)은 앞으로 1~3년 정도를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11년 이상 또는 정년까지(20.1%) 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응답이 많아, 급여 소득자들이 느끼는 직장 안정성이 양극단에 놓여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눈에 띄는 특징은 젊은 층일수록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1~3년 정도의 짧은 기간만 일하고 싶어 한다(2045.2%, 3026.8%, 4011.6%, 5012.8%)는 사실이었다.

20~30대 젊은 층은 회사생활을 오래 해도, 아무리 인정을 받더라도 부를 축적하는 것은 어렵다는 인식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더욱이 회사가 자신이 열심히 일한 만큼의 경제적 보상을 주지 않는다고 느끼는 직장인이 63.1%에 달할 정도로 현재 급여 소득에 대한 불만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런 만큼 현재 적지 않은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승진하는 것보다는 같은 크기의 노력을 개인 사업에 쏟아 붓는 편이 효율적이고(43%), 조직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이라고(38%) 생각하는 것도 납득할만 하다. 회사생활은 딱 월급의 크기만큼만 일을 하는 것이고(47.1%), 월급 이상의 의미는 없다(40%)는 생각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직장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고 고용 불안정을 느끼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여 빠른 시기에 은퇴하기를 희망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조기 은퇴 이후 목표 및 계획은?

코로나19(COVID-19)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다. ‘직장생활이 무슨 의미일까’, ‘경제적 독립으로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순 없는 것일까파이어족들은 코로나19 시국이야 말로 위기이자 기회로 인식한다. MZ세대들은 승진과 결혼과 같은 문제에서 벗어나 경제적 자유를 더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자립을 목표로 조기은퇴 한 이후의 계획은 무엇일까. 취업포털 인크루트(대표 서미영)에서 파이어족을 주제로 2030 직장인 707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를 통해 은퇴 이후에는 창업·투자·휴식을 하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조사 결과 사업구상ㆍ창업’(33.1%)이 가장 많았고 부동산, 주식 등 투자’(20.6%) 직무전환’(20.0%)도 많이 꼽혔다. 그런가 하면 특별히 일할 계획 없음을 꼽은 비율도 23.8%에 달했다. 파이어족의 절반 이상은 창업 및 직무전환 등 은퇴 후에 하는 일을 달리할 계획이었지만, 일부는 일할 계획을 전혀 내비치지 않아 대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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