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이버 보안을 개척한 1세대, 향후 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재능기부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대한민국 사이버 보안을 개척한 1세대, 향후 정보 취약계층을 위한 재능기부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 정하연
  • 승인 2021.08.2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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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학교 IT융합응용학과 이경현 교수

현재 우리 사회의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매우 중요한 이슈 중의 하나로 떠오른 것이 바로 사이버 보안이다. 해킹의 위험이 상존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제 해커들의 활동으로 수많은 기업과 공공기관들이 대규모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보보호의 첫 1세대 활동은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 처음으로 국내에 정보보호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했으며, 학문적 연구와 현실적 활동들이 시작됐다. 1세대 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부경대학교 IT융합응용학과 이경현 교수이다. 그는 지난 36년간의 활동을 통한 공적을 인정받고 지난 715일 개최된 10회 정보보호의 날행사에서 근정포장을 받았다.

 

부경대학교 IT융합응용학과 이경현 교수

박사 17, 석사 150명 후학 양성

1980년대만 해도 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은 극히 미약했다. 심지어 언론사 기자들조차도 잘 몰라서 기사를 써주지 않을 때였다. 당연히 정부 관계자들도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이경현 교수는 이러한 척박한 상황 속에서 정보보호 정보 분야의 초창기 구성원으로서 오늘까지 묵직하게 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는 198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재직 시 부호기술개발 사업을 시작하면서 지속적인 정보보호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및 사회적 저변확대 등에 기여해왔다. 이번에 근정포장을 수훈한 것도 바로 이러한 공적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 교수에게 수상 소감부터 들어보았다.

그간 한 분야에서 꾸준하게 연구를 하면서 나름의 성과를 보았기에 이런 상을 주신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 상이야말로 앞으로도 더 열심히 잘하라는 채찍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제자들이 정보 보안을 전공해도 취업의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 힘들기도 했고, 또 개인적인 학술 활동을 위한 조건도 어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부경대가 지방에 있다 보니 서울의 학회 활동이나 세미나 활동을 하기 위해 수없이 오갔던 기억도 있습니다. 최근엔,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한결 편하게 비대면으로 활동하게 되어 서울을 오가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연구와 후학 양성에 좀 더 매진할 생각입니다.”

이경현 교수가 걸어온 길은 곧 대한민국 정보보호의 역사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이 교수는 ETRI 재직시 국가 정보보안의 토대가 될 알고리즘 개발과 연구를 수행해 국내 정보보호 기술 태동에 기여했고, 특히 과학기술처 지원의 MOST 과제 지원을 통해 수학 및 통신 전공 교수들을 중심으로 3년간에 걸친 MOST 사업을 추진하고 관리했다. 이로써 국내 정보보호 및 사이버 보안 분야의 중요성 제고와 학계 교수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이러한 토대가 있어야만 학문이 발전할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한 활동이었음이 틀림없다.

또한 그는 국내 최초의 정보보호 전문학술대회인 WISC(정보보호와 암호에 관한 학술대회)가 발족하는 데 한 역할을 담당했으며 이러한 학회 및 전문가 모임은 국내 정보보호 전문학회인 ()한국정보보호학회 태동에 단초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부경대 정보보호 및 인터넷 응용연구실을 현재까지 28년간 운영해오면서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던 부경 지역의 정보보호 저변확대와 인식 제고에 전념해오면서 인력 양성 및 연구에 탁월한 업적을 도출했다. 이제까지 외국인 4명을 포함해 정보보호 전문 박사 18, 석사 150여 명(특수대학원 포함)을 배출했고, 이들은 현재, 국내외 대학, 특허청, 연구소, 교육청 및 정보보안 회사 등에서 핵심적인 정보보호 관련 인력 양성과 개발을 주도해 오고 있다.

 

부경대학교 대학본부 전경

학술상, 우수 업적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해

그의 이러한 업적이 있기까지는 다양한 해외 활동이 큰 도움이 되었다. 198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선임연구원을 시작으로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Univ. of California, Irvine) 객원 연구원(2001~2002), 필리핀 마닐라 국제간 기구 CPSC 교학부장(2002~2003), 일본 규슈대학교 객원 연구교수(2011~2012)를 거쳤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아시아 저개발 국가의 IT 기술 및 정보보호 기술 확산에 도움을 주었다. 또 그는 국제적인 공동 의제 발굴에도 기여했다. 지난 2016년 전자정부 선도모임 및 선도국 장관급 회의체인 3Digital-5 장관회의 전문가 토론 회의에 참석해 <사이버 정체성(Digital Identity) 확립 및 디지털 신뢰 확보>에 대한 공동연구 의제별 토론을 수행하여 국내 정보보호 인증 현황 및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에서는 2009년부터 한국정보보호학회 이사, 지부장, 상임부회장, 회장을 거쳐 현재는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현재 NCSC 정보보안 관리실태평가 위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비상임 이사, ISMS-P 인증위원, 부산블록체인규제자유특구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993년 부경대학교 전임강사로 시작해 현재 정교수로 재직 중에 있다.

그의 수상 경력도 꽤 화려하다. 정보보호 역량 강화 및 수준 향상 기여의 공로로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표창, 2018년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았고, 국내외 각종 학술대회에서 정보보호 관련 우수논문상을 40여 회 수상했다. SCI80여 편을 포함한, 480여 편 이상의 국내외 학술 논문을 발표해 국내 정보보호 분야의 경쟁력 제고에 일조하고 있으며 이러한 우수 연구 결과로, 부경대학교 학술상, 교수업적 우수상, 교육우수업적상을 수상했다.

이 교수는 오랜 기간 인재 양성을 해왔기 때문에 자신만의 교육 철학도 매우 확실하며, 보다 근본적인 교육 개혁을 위한 대안도 가지고 있다.

사실 교수들 사이에서는 교육부만 없어지면 다 잘 될 것이다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곤 합니다. 그만큼 규제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입니다. 사회와 기술은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데, 그에 걸맞는 발빠른 행정이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학교와 교수의 역할도 달라져야 합니다. 과거에는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시대였지만, 지금은 구글 스승님’, ‘유튜브 스승님이 있을 정도로 수많은 지식과 정보가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와 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을 제시하고 새로운 기술을 빨리 습득할 수 있는 ‘early adapter’의 토대를 마련하여 학생들로 하여금 도전과 실행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기회 제공의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여러 가지 규제가 사라져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창의적인 교육 환경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늘 배우는 자세로 산다는 삶의 철학

여러 방면에서 국가의 발전에 헌신했고, 국내 사이버 보안을 위해 평생을 바쳤지만, 여전히 국가적 차원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도 북한에 의해 우리나라가 해킹을 당했습니다. 원자력연구원이나 KAI 등에 대한 해킹이 의심되고 있으며 외교, 안보 전문가들을 노리거나 혹은 통일연구원을 사칭해 기자들을 해킹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에 종합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콘트롤 타워가 있어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러한 기관이 없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사이버 보안과 같은 전문화된 분야에서는 전문가를 영입해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하지만, 아직 그러한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상당히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사이버 보안 활동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있다고 한다. 대체로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도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선 만큼, 정부의 정책이라는 것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기존에 마련된 로드맵에 의해 가능하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공무원이 새로 부임할 때마다 자꾸 기존의 로드맵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면 애초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다고 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정보보안 분야에서도 선진국이 되려면 이러한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재능기부를 통해서 정보가 취약한 계층이 디지털에 좀 더 익숙해지는 환경을 만드는 데에 투신하고자 한다고 한다.

정보가 부족하면 그로 인한 고충이 적지 않습니다. 얼마 전 고령층이 백신을 예약할 때도 대부분 혼자서 하지 못해서 자녀분들이 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듯 디지털화된 시대에 디지털에 적응하지 못하는 분들이 정말로 많습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분들이 좀 더 편리하게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 마지막 남은 여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이경현 교수의 삶의 철학은 삼인행필유아사언(三人行必有我師焉)’이다.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한 명은 자신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이 교수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늘 경청하며 많은 것을 배워왔고, 앞으로도 그의 이런 철학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의 사이버 정보보안에 크게 이바지해온 만큼, 그가 앞으로도 더 많은 일을 통해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리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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