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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지핀 뜻밖의 희망⋯기후 갈림길에 서서 ‘위기는 기회’를 새기다
코로나가 지핀 뜻밖의 희망⋯기후 갈림길에 서서 ‘위기는 기회’를 새기다
  • 여지훈
  • 승인 2021.10.2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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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배출량 전년 대비 4.9%↓ 새 패러다임 ‘녹색‧친환경‧ESG’ 제시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얘기치 않은 긍정적인 결과가 밝혀졌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온 이산화탄소배출량이 감소한 것이다.

유럽의 에너지 전문 조사업체 Enerdata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배출량은 2019년 수준 대비 약 4.9%나 감소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상반기부터 제조업 및 사회 활동이 감소하면서 많은 공장이 폐쇄됐고, 운송과 여행이 제한됐으며, 재택근무로의 전환이 통근 시 차량의 이동량을 대폭 감소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배출량 감소의 대부분을 견인한 것은 미국(-10.7%)과 유럽(-10,6%)이었다. 인도는 석탄화력발전 및 석유제품의 소비 감소로 5.5%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러시아와 캐나다도 석탄화력발전 및 석유 생산소비에서의 감소세가 두드러졌고, 한국과 일본은 재생에너지 점유율 상승이 주된 탄소 배출량 하락을 이끌었다.

구체적으로 국내의 상황을 살펴보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64,9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7.3% 떨어졌다. 이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정점을 찍었던 201872,900만 톤에 비하면 약 11% 감소한 수치이다. 전력 부문에서는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됨에 따라 석탄화력발전 감소와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가 동시에 진행됐다. 이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무려 12.4%나 감소했다. 운송 부문에서도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고 친환경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이 확대되면서 배출량이 4.1% 줄어들었다. 특히 기업과 공공 부문 모두에서 크게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러한 전 세계적 추이와는 정반대의 현상을 보인 나라도 있었다. 바로 중국이다. 중국에서는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이 증가했음에도, 전체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석탄화력발전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2020년에도 탄소 배출량이 전년 대비 1.6%의 상승률을 보였다.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전 세계적 봉쇄 조치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탄소 배출량이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중국은 2020년 기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1%를 차지했다. 비록 중국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2020년 한 해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감소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불어 중국 역시 시진핑 주석이 20209UN 총회에서 “2030년 탄소 정점을 찍은 후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라고 공언한 대로 그 목표를 위한 과정을 차근히 밟아간다면, 2030년 이후 탄소배출량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은 우리의 노력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실제로 감소시킬 수 있고, 지구가 기후 변화 측면에서 더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 된 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 해였다. 이에 따라 탄소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세계적 차원에서 공동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2020년은 각국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에도 환경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된 해였다.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서 자원과 생태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시에 기업들의 운영방식 역시 직간접적으로 자연에 영향을 끼치게 되며, 이는 결국 기업들 자신에게 다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의존성과, 자연에 미치는 인간의 영향력을 간과하는 것은 기업 자신의 수익성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이해관계자 모두를 잠재적인 위협에 노출시키는 격이다.

지금까지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영향성과 순환성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되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인구와 경제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자연과 인간이 주고받는 상호 영향력과 그로 인한 결과가 눈에 띌 정도로 확연해졌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최근 몇 년간 지속 가능한 투자(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관련 분야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는 전략)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지속 가능 관련 부문에 대한 참여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 세계에 걸쳐 전문적으로 관리되는 자산 중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지속 가능한 투자 전략을 선택한 자산의 규모는 무려 50%의 성장률을 보였다.

환경 파괴로 인한 생물다양성 손실이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을 위험에 빠뜨리면서, 기관투자자와 자산운용 매니저의 자산 수탁 의무에 생물다양성 보호를 포함시키는 것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본지에서도 여러 차례 다뤘던 만큼, 기후 변화가 산업 전반에 끼칠 위험성에 대해 누구보다 민감하고 촉각을 세우는 이들이 바로 거대한 규모의 자금을 움직이는 이들이다. 첫째로는 세계적인 투자기금 및 자산운용사가 있을 것이고, 둘째로는 다국적 기업, 그다음으로 각국 정부가 있을 것이다.

최근에도 국내에 주목할 만한 사례가 있었다. 네덜란드 공적연금 운용공사(APG Asset Management)가 우리나라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를 상대로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APG 아시아/태평양지역 책임투자부 박유경 총괄이사는 지난 83, 김부겸 국무총리 겸 탄소중립위원회 공동위원장과 윤순진 민간위원장에게 민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문제와 투자자의 우려란 제목의 서한을 보냈다. 서한을 통해 박 이사는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현시점에 한국에서 석탄화력발전소 신규건설을 추진 중인 것을 꼬집으며, 이것이 지금껏 우리나라가 해 온 모든 친환경적 노력을 퇴색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막대한 자본을 운용하는 세계적 연기금 쪽에서 나온 경고 발언인 만큼, 우리 정부도 쉽게 무시할 수 없으리라는 평가이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단체들을 필두로 이미 몇 년 전부터 공동의 목표를 지향하는 범 조직적 연대가 형성되고 있다. 비록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자기의 친환경 활동 홍보에만 치중하며 정작 실천은 하지 않는 그린워싱(Green Washing, 위장환경주의)’의 모습도 자주 목격되지만, 또 다른 주체들의 경계와 노력에 힘입어 이러한 측면 역시 향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 유엔 기후 본부 메인 챔버(사진=UNFCCC)
본 유엔 기후 본부 메인 챔버(사진=UNFCCC)

전 세계 정부는 코로나19 위기에 처한 자국 경제에 단순히 생명유지장치를 공급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경제를 전 세계적 유행병으로 야기된 침체로부터 구제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 부양책을 시행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 부양책은 녹색’, ‘친환경’, ‘ESG’ 등으로 불리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함께 시작되려는 모양새다. 아울러 2021년은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후 행동뿐 아니라 앞으로 더 폭넓은 논의와 실천방안 마련을 위해서도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는 10월 열리는 UN 생물다양성 정상회의(COP15)11월 개최되는 UN 기후변화회의(COP26), 두 번의 중요한 세계 정상회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세계적 유행병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좁게는 주변 환경부터 넓게는 지구환경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또 실제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지구가 좀 더 깨끗해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위기는 기회"라는 옛말이 새삼 떠오르는 시점이다. 패트리샤 에스피노사 UN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의 말대로 세계는 지금 기후 갈림길에 서 있다. 올해 내려진 결정으로 우리의 미래뿐 아니라 지구의 미래도 크게 변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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