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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손실과 식품 폐기물(FLW)의 감축, 식량문제·환경문제 해결 위한 열쇠
식품 손실과 식품 폐기물(FLW)의 감축, 식량문제·환경문제 해결 위한 열쇠
  • 여지훈
  • 승인 2021.10.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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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식품 시스템은 지속 불가능”…세계경제포럼, FLW 감축 위한 3가지 기술 소개

현재 지구촌의 식량 시스템은 약 78억 명에 달하는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채 안 된 1927, 세계 인구가 처음으로 20억을 넘어선 이래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해 무려 4배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식품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는 지난 100년간 식품의 가용성, 접근성, 신뢰성, 영양소의 적정성 측면에서 모두 큰 폭의 개선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가령, 동일 면적에서 훨씬 많은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는 다수확 품종의 개발,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을 기존보다 더 많이 투입하는 고투입 농법, 관개 기술의 발달, 농업기계화 등이 톡톡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국가,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식량 문제에서는 국가별, 지역별 차이가 크며, 식량 안보 측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더구나 현대의 식량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인류는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사진=UN FAO)
유엔식량농업기구(사진=UN FAO)

식품 손실과 폐기물을 줄이는 것은 필수불가결

마리오 헤레로(Mario Herrero)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농업 및 식품 최고연구과학자 겸 호주 퀸즐랜드 대학 농업 및 식품 시스템학과 명예 교수에 따르면, 지구촌의 식량 시스템은 1970년대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의 24%에 책임이 있고, 깨끗한 물의 70%를 소비했으며, 척추동물의 생물 다양성을 60%나 상실시키는 등 환경변화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 세계는 여전히 지속 가능한 글로벌 식품 시스템을 필요로 하지만, 현행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향후 개선돼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모든 사람에게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식단을 제공하되, 그러한 시스템은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현행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식품 손실과 식품 폐기물(Food Loss & Waste, FLW)를 줄이는 것이다. FLW은 음식물의 생산, 가공, 유통, 소매, 소비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2011년 매년 전 세계 식품의 약 1/3이 손실되거나 낭비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현행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1113t이었던 FLW의 양은 2030년에는 21t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FLW를 줄이는 것은 다음과 같은 여러 이점을 가져온다.

첫째, 현재 지구촌에 있는 기아 인구를 감소시키고, 식량 부족 사태를 완화할 수 있다. 현재 세계에는 전 세계 인구가 먹고도 남을 충분한 음식과 칼로리가 있지만, 모두가 그러한 음식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엔식량계획(WFP),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국제농업개발기구(IFAD), 유니세프(UNICEF),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712일 공동으로 발표한 '2021 세계 식량 안보와 영양 상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사정은 코로나19로 인해 전보다 더 크게 악화됐다. 보고서는 2020년에 전 세계에서 약 72천만~81천만 명이 기아에 직면해 있으며, 그 중간치 수준인 76천만 명을 적용할 경우 이는 2019년보다 12천만 명 정도가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증가한 수치가 전 세계적으로 고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기아에 직면한 인구 증가분의 대부분은 주로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와 카리브해 등에 집중돼 있었으며, 해당 지역에서 전년 대비 각각 4,600만 명, 5,700만 명, 1,400만 명의 기아 인구가 증가했다.

또 같은 해 전 세계 인구 중 237천만 명이 적절한 식품을 섭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보다 32천만 명이 증가한 수치이다. 2020년 심각한 수준의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인구도 전년보다 15천만 명 늘어난 92,800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12%나 차지했다. 보고서는 이미 2014년 이래 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에 대한 불안이 확산돼 왔으며, 코로나19는 이러한 우려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 식품 공급망은 빠르게 확산되는 전염병에 대응 능력이 매우 취약함을 여실히 깨닫게 됐다. 향후 2030년까지 전 세계 인구가 85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식량에 대한 수요도 계속 높아질 텐데, 코로나19가 세계 식량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며, 따라서 미래에는 식량 부족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둘째, FLW를 줄이는 것은 현행 식품 시스템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 식품이 최종소비자에 이르기까지 현행 시스템은 살충제, 비료, 토양 침식, 온실가스 배출, 산림과 야생지 파괴, 오염으로 인한 수질 저하 등 온갖 종류의 악영향을 야기한다. 전 세계 FLW는 매년 전체 인공 온실가스 중 약 8%4.4GtCO2eq(CO2eq : 다양한 종류의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할 경우의 양)를 발생시킨다. 고소득 국가의 음식물 낭비와 관련된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저소득 국가의 두 배 이상이다.

한편,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과일, 채소, 유제품, 육류, 생선 및 해산물)은 부패하기 쉽고 해충과 질병에 취약하며, 식품 공급의 상당량이 식품 공급망 내에서 손실된다. 이렇게 손실되는 식품은 작물 생산에 사용되는 담수 자원, 작물 면적, 전체 비료 사용의 낭비와도 직결된다. 따라서 이러한 손실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자원의 낭비를 비롯해 환경 오염을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원 사용의 효율성이 향상되고, 소비 식품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식품 생산 단계에서 작물이나 가축을 기르기 위해 사용되는 여러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고, 농기계와 공장을 작동시키거나 작물 또는 가축을 가공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으며, 음식물 쓰레기를 매립할 경우 발생하는 온실가스 중 하나인 메탄의 양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식품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방안

FLW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는 생산자가 식품에 대한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으며, 더 많이 생산함으로써 더 많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근원적인 동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폭염이나 혹한 등 극심한 기상이변이나 점진적이지만 큰 영향력을 미치는 기후 변화 등으로 작물 생산 여건이 크게 바뀌어서일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비자발적으로 발생하는 식품 손실이 있는 반면, 의도적이거나 자발적으로 손실되는 식품 손실도 있으므로 그 모든 원인을 상세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FLW는 광범위한 공급망 안의 몇몇 기업, 혹은 일개 소비자가 마음을 달리 먹는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에 세계경제포럼(WEF)은 앞서 FLW를 감소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3가지 구체적인 기술을 제시한 바 있다.

첫째, 식품 안전 및 추적을 위한 식품 감지 기술이다. 이 기술은 식품의 구성과 부패성을 파악하는 센서를 이용해 부적절한 반품을 방지하는 데 쓰인다. 이를 통해 연간 3,500tFLW를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둘째, 투명성 및 추적성 제고를 위한 사물인터넷(IOT) 기술이다.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음으로써 식품의 수요와 공급을 보다 수월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추적 가능한 공급망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이바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간 1,000~5,000tFLW를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블록체인을 통한 추적성 기술이다. 블록체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장부에 거래 내역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이를 여럿의 컴퓨터에 복제해 저장하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기술로서, '공공 거래 장부'로도 불린다. 이를 통해 전 세계 공급망 내에서 식품 이동에 대한 정보를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생산업체 및 유통업체의 정보 변조 가능성을 방지할 수 있다. 블록체인으로 전 세계 공급망 정보의 50%가량만 모니터링한다고 하더라도 연간 1천만~3천만tFLW를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기 언급한 기술들은 정보의 비대칭에서 비롯된 시장 실패를 해결하고, 보다 스마트한 유통 및 인프라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다. 그리고 이는 식량 안보와 전 지구적 기후 위기라는 사안이 갖는 중대성을 고려해볼 때, 시장이나 민간에 그 개발 및 보급을 전적으로 맡길 게 아니라, 정부나 국제기구가 주도하고 민간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추진해 나가는 게 좋다는 판단이다.

FLW를 감소시킨다는 것은 단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현행 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생산과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효율화를 꾀함으로써 적은 자원을 이용해 많은 이들에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계속 증가하는 전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리고, 현행 식량 시스템의 자원 낭비와 환경파괴를 줄이는 걸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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