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시대와 공간을 디자인합니다”…그 중심엔 늘 ‘사람의 행복’
“삶과 시대와 공간을 디자인합니다”…그 중심엔 늘 ‘사람의 행복’
  • 여지훈
  • 승인 2021.11.02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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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오동희 사장
건축사로서 38년간의 열정, 이젠 ‘더 나은 미래’를 디자인하기 위해 불씨를 지피다

간삼(間三)건축에서 간삼(間三)'이란 세 가지 사이란 의미를 내포한 단어이다. 세 가지란 인간(人間), 시간(時間), 공간(空間)을 이르며, 이를 해석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삶을 읽어내고,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 사이에서 시대 흐름을 읽어내며, 작은 주거 공간에서부터 큰 도시 공간에 이르기까지 인간 삶을 풍요롭게 하고 새 시대를 열 건축디자인을 제시하겠다라는 철학이 드러난다. 수없이 태동하고 사라지는 건축 개념과 디자인의 명멸 속에서도 늘 사람의 행복을 중심에 두고 창의성과 심미성, 기능성을 추구해 온 간삼건축은 단순히 외형적인 건축디자인에 국한하지 않고, 개인의 삶, 나아가 사회와 문화의 가치를 디자인하는데 38년이란 시간을 보내왔다. 그리고 그 시간을 오롯이 함께하며 열정을 쏟아온 이가 있다. 바로 ‘2021 건축의 날에 문화체육관광부장관표창을 받은 오동희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사장이다.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오동희 사장(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회사와 함께한 38, 창의성과 새로움에 매진하다

오동희 사장은 간삼건축이 태동하고 반년 뒤인 19841월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당시 5명의 창업자와 10여 명의 직원이 키워가기 시작한 간삼건축은 2021년 현재 670여 명의 사원을 보유한 국내 유수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규모의 개념을 넘어서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업계에서는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회사가 가장 작았던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함께해온 오 사장의 눈에는 자긍심과 뿌듯함, 또 지난날의 회상으로부터 솟은 여운이 한데 어우러져 짙게 배어 있었다.

건축가라면 대개 자기 고유의 색깔이 있습니다. 건물의 형태, , 자재 선택 등 많은 부문에서 자기만의 선호와 특기가 있죠. 그런데 회사 규모가 커지다 보면 그 모든 게 정형화되려는 경향이 강해져요. 차츰 틀에 박힌 사고를 하고, 흡사 공장에서 빵 찍어내듯 비슷한 설계만 하면서 회사 본연의 특성을 잃고 마는 거죠. 하지만 우리 간삼은 그러지 않기 위해 분투해 왔어요. 건축 사무소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사업 능력은 물론, 사람이든 기업이든 어떤 뜻과 정신을 품고 활동하느냐가 장차 메울 수 없는 큰 차이를 만들 거라는 믿음 아래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추구해 왔습니다.”

창의성과 새로움에 대한 도전은 오늘날의 간삼건축을 이룬 근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간삼건축 역시 규모가 커지다 보니 규범을 만들고, 필요한 부문에 대해서는 업무의 정형화를 꾀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대 변화에 주목하고, 새 시대를 맞기 위해 앞장서 도전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시대가 바뀌면 인식과 사고, 문화가 바뀌듯, 건축 역시 고여있기보다는 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간삼건축이 오랜 시간 품어온 경영철학이었다. 그런 믿음 아래 그동안 민관 영역을 종횡하며 건축물을 설계해 왔고, 그 시발점이 된 것이 바로 1985년 한국은행 본점 설계였다. 당대 최고의 프로젝트를 위해 얼마 전에 작고하신 원정수, 지순 1세대 건축가들과 김자호, 이광만의 창업자들의 혼연일체의 비전과 염원을 자양분 삼아 간삼건축이 태동했다. 파트너십 형태로 시작된 간삼건축은 당시만 하더라도 매우 독창적이었기에 여타의 기업 중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구조는 고객과 협력사, 나아가 사회를 배려하는 간삼건축의 오랜 전통이자 가치로서 단단히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다 간삼건축은 1995년 준공된 포스코센터 설계를 계기로 또 한 번 도약의 날개를 펼쳤다. 오늘날에까지 현대적이며 이지적인 미()를 느낄 수 있는 포스코센터는 당시 우리나라가 보유한 디자인 능력과 기술만으로도 최첨단 빌딩을 완공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증거였다. 그 현대적 외관도 놀랍지만, 중앙에 있는 아트리움(본래 고대 로마 주택 중앙에 있던 안뜰을 의미했으나, 현대에 들어와 대형 건물 내부에 층을 없애고 유리 지붕을 씌워 조성한 개방형 공간을 일컬음)은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시도로서 가히 혁신이라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한 건 당시 천편일률적으로 지어지던 건축물에서 탈피하는 거였어요. 아트리움은 일견 공간의 낭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건물 안에 문화공간을 집어넣은 것이었죠. 당시 우리나라 산업화를 주도하던 포스코의 로비라고 하면 일반 시민은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위축감을 느낄 수 있단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우린 누구라도 거부감 없이 들어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고, 실제로 포스코센터 아트리움 내에서는 음악회나 전시회가 자주 열렸죠. 이제는 많은 건물이 그 내부에 아트리움을 마련하고 있어요.”

90년대의 이런 놀라운 성취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 디자인과 공간, 인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80년대부터 꾸준한 도전을 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나라 산업화가 70년대에 본격화됐고, 80년대 들어와서야 정보화가 조금씩 진행됐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당시 간삼건축의 시도가 얼마나 시대를 앞선 것이었는지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 간삼건축의 이름이 업계에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간삼건축은 이후 건축 관련 수상 이력을 꾸준히 더해가며 업계에서 입지를 공고히 다져왔다. 이는 오늘날에까지 이어져 가장 최근에는 ‘2020 히트브랜드 대상 1서비스/건축 부문, ‘2020 한국소비자만족지수 1건축(설계디자인)부문, ‘2020 국가서비스대상’, ‘2021 국가서비스대상건축디자인 부문, ‘2021 대한민국 브랜드 명예의전당건축디자인 부문 등을 수상했다.

또 간삼건축은 2000년대 들어와 베트남의 하노이와 호치민,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 등에도 해외 지사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글로벌 건축디자인 기업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실제로 유럽의 권위 있는 건축종합잡지 빌딩디자인(Building Design)사가 매년 전 세계 건축 전문설계회사의 순위를 매겨 100대 기업을 선정하는 ‘World Architecture Top 100’(WA 100)에도 200943위를 기록한 뒤로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센트로폴리스(사진=㈜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제공)

건축은 개인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

오 사장이 처음 건축에 뜻을 품은 것은 고등학생 시절 프랑스 파리에 있는 '퐁피두 센터'를 처음 대면했을 때였다. 1977년 퐁피두 센터가 완공될 당시만 해도 파리에는 고풍스러운 건물이 즐비했고, 이에 마치 도중에 짓다 만 것처럼 배수관, 가스관, 통풍구가 겉으로 노출돼 있던 퐁피두 센터는 많은 평론가로부터 폄하되며 기괴하다란 평을 받았다. 그러나 40년이 더 지난 지금, 퐁피두 센터는 파리를 처음 방문한 이라면 반드시 들르게 되는 현대건축의 메카로서 자리매김했다.

그때는 대단한 건축가가 되겠다이런 생각보다는 우리나라에도 저런 파격적이면서 멋진 건축물이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건축을 전공하기로 했고, 그 꿈은 간삼건축에 들어오면서 비상하게 됐지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처음 품은 뜻은 그대로예요. 물론 개인 건축가로서 이름을 날릴 수는 있지만, 건축은 사실 수많은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종합예술입니다. 건축 과정 중 어느 한 부분에서, 개인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란 말이죠. 더구나 건축물이 완공되면 셀 수조차 없는 많은 이들이 보고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건축은 건축가나 소유자 개인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어떤 지역을 방문하더라도 가장 처음 접하는 것이 건축물이며, 먹고 자고 일하고 휴식하는 모든 일상이 좁게는 건물 내에서, 넓게는 공원이나 강변 등 개방형 건축 공간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일깨워줬다. 더불어 오 사장은 우수한 건축가를 양성하면 그들이 다시 훌륭한 회사를 성장시켜 또 다른 우수 인력을 배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것이야말로 사람과 회사, 사회가 함께 건강해지는 길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학술 및 직능단체에서도 위원 활동을 통해 사회적인 재능기부에도 힘써 왔고, 2017년에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UIA 서울 세계건축대회의 운영위원장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리고 수십 년간 현장에서 쌓아온 경륜을 바탕으로 20여 년간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건축 설계 강의를 맡으며 후학 양성에도 힘써왔다.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오동희 사장(사진=종합시사매거진 DB)

환경과 인권, 기술을 아울러 더 나은 미래를 디자인하다

저는 간삼건축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건축계가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또 시도해야 할 것이 많지만 그중 두 가지를 꼽는다면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우선 국내라는 경계를 넘어 세계적인 설계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선다는 건 다른 차원의 노력이 필요해요. 국제 수준에 부합하는 디자인 능력을 갖추는 건 물론 문화적 차이, 언어적 경계, 상이한 사고방식을 모두 넘어서야 하거든요. 또 각국에서 부과하는 여러 규제에 대해서도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요. 두 번째 시도로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새로운 IT 기술과 특히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환경, 인권에 대한 시대적 요구까지 설계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힘쓰고 있습니다. 사회 유지를 위해 건축이 필수적인 만큼, 사회를 지속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는 첫걸음도 바로 설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믿어요.”

그러면서 오동희 사장은 최근 미국건축사협회(AIA)에서 제시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청사진’(Blueprint for the Better Future) 캠페인을 예로 들었다. 세계 전역의 건축가, 디자인 전문가, 시민단체가 동참하는 이 캠페인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탄소배출 중 건물과 관련된 비중이 무려 40%나 된다는 위기의식 아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축 설계 단계부터 에너지 효율, 저탄소, 재해로부터의 회복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아울러 건축이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의 공공적 관점에서 다양성과 공정성, 포용성을 반영하고, 단순히 ()가 되지 않는디자인을 넘어 공동체의 삶을 북돋는 전인적 건강성을 추구하고 있다.

오 사장은 향후 풀어야 할 개인적 과제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지난 수십 년간 몸담아온 이곳 간삼건축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간삼건축이 앞으로 더 훌륭한 회사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역시 큽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후배들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하고, 이를 위해 오래전부터 점진적으로 세대교체를 진행해 왔습니다. 저 역시 일찍이 많은 부분을 후배들에게 맡기고 있고요. ‘더 나은 미래를 건축하기 위한 청사진은 이제 우리 세대를 지나 후배 세대가 주역이 돼 이뤄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그는 우리 앞 세대는 회사의 외형과 정신, 철학을 물려주고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라며 말을 끝맺었다. 설계에는 문외한인 이의 눈에조차, 간삼건축이 이토록 훌륭한 선배와 후배들의 노력으로 더 멋진 세상을 디자인해 갈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면 당연한 것일까. 문득, 단순히 멋진 건축물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라는 청사진을 보여줄 수 있는 이야말로 어쩌면 이 시대의 진정한 건축가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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