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3:53 (목)
‘플뤼그스캄’, ‘에코-테러리즘’ 정말 온당한 환경운동일까?
‘플뤼그스캄’, ‘에코-테러리즘’ 정말 온당한 환경운동일까?
  • 유미라
  • 승인 2020.12.22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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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정당한 주장도 지나치게 과격하면 그 정당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17세 스웨덴 환경 운동가 툰 베리(Thunberg)가 주장하는 ‘Flygskam(플뤼그스캄)’이다. 스웨덴어로 비행기를 타는 것에 수치스러움을 느낀다는 의미이다. 비행기를 탄 승객 한 명이 1km를 이동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자동차의 3, 기차의 20배 수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는 제발 좀 비행기를 타지 마세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운동이 정말 온당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환경보호라는 명목하게 폭력이나 범죄가 행해지고 있기도 하다. 이를 에코-테러리즘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고래를 살리자라는 주장은 좋지만, 어떤 환경단체는 배를 이용해 포경선에 돌진해 파손을 하기도 한다.

 

비행기 타기, 쇼핑 다 부끄러운 일?

환경운동가들에 의해 비행기가 공격받고 있다.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꼽히기도 했던 툰 베리는 비행기 탑승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만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파괴를 상당히 막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세계적인 행사에 가는 그녀는 정말로 비행기를 타지 않을까? 실제 그녀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스웨덴에서 영국까지 태양광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2주간 횡단하기도 했다. 이러한 퍼포먼스로 인해 그녀는 요트 소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녀 덕분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것에서 얻는 자부심을 말하는 ‘Tagskryt(탁쉬크리트)’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러한 운동이 시작된 이후 2019년 스웨덴의 비행기 승객수는 전년에 비해 8%가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운동이지만, 분명 그 나라에서는 효과가 있기는 있다는 의미이다.

환경운동가들의 주장들은 실제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 유럽환경청(EEA)에 따르면, 승객 1명이 1km를 이동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기차가 14g이지만, 항공기는 285g이다. 엄청난 격차가 아닐 수 없다. 이탈리아의 패션잡지 <보그>는 화보 촬영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20201월호 표지를 사진이 아닌 삽화로 대체했다. 물론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우리나라 역시 탄소중립선언을 통해서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스웨덴에서는 숍스캄(Köpskam)’이라는 말도 있다. 쇼핑을 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라는 말이다. 과도한 소비가 환경을 망친다는 의미이다. ‘쇼핑을 하는데 왜 부끄러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대단히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기도 하다. 1년 동안 전 세계에서 의류를 생산하는 것에만 약 20억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가장 간단하게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데에만 7500kl의 물이 사용된다. 이 물의 양이라면 한 사람이 7년간 마실 수 있는 정도이다.

사실 이러한 데이터들을 보다보면 분명 고개가 끄덕여지고, 환경운동가들의 주장이 이해가 되기는 한다. 그러나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을 수도 있고, 때로는 너무 과도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되는 부분도 있다.

 

과격한 운동은 인정되기 힘들어

우선 비행기 타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일은 유럽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유럽을 횡단하는 열차가 많고, EU라는 공동체로 묶여 있기 때문에 이동하기도 편하다. 그러나 만약 우리나라라면 사정이 다르다. 북한을 거치지 않으면 중국, 유럽으로 넘어갈 수가 없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인 필리핀, 베트남에 가려도 해도 비행기를 타야만 한다. ‘플뤼그스캄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이런 주장들은 비행기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상당수 무시하는 경향도 있다. 먼 곳에 있는 가족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 혹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나라로 가는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는 것까지 부끄러워할 필요까지는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비행기를 통해서 코로나19 백신이 이동하고, 의약품이 배달된다는 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한해동안 비행기를 통해 하게 되는 무역의 양도 엄청나다. 무역이 잘되어야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타는 부끄러움만 말하기에는 다소 무리하다는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항공기술을 연구하는 과학자, 기술자들과 항공사에 일하는 기장, 스튜어디스, 기내식을 제조하거나 비행기를 청소하는 사람들도 모두 부끄러운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되어 버린다.

전 세계 민간항공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2%이다. 물론 이것마저도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도 있겠지만, 100%에서 2%를 줄이는 것에서 생기는 피해는 너무나 많다.

뿐만 아니라 툰 베리는 당신이 어떻게 감히!(How dare you!)’라는 말을 자주 쓴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미래인 환경을 망치는 것을 질타하는 말이다. 그러나 17세 소녀가 어른들에게 자주 쓰기에는 너무 과격한 말이기도 하다. 인류는 산업화를 거쳐 발전해왔고, 수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유지해왔다. 모든 일에는 공과가 있게 마련이지만, 공을 너무 과소평가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주장들이 좀 더 과격하게 확장되면 에코-테러리스트가 된다. 실제로 시 셰퍼드(Sea-Shepherd)’’라는 환경단체가 있다. 전 세계에 20곳의 공식 지부가 있고 무려 10척의 배를 소유하면서 국제기구에 의해 포획이 금지된 고래잡이를 행하는 배들을 공격한다. 스스로를 착한 해적혹은 바다의 파수견이라고 칭하지만, 행동은 매우 거칠고 과격하다. 포경선을 침몰시키기나 충돌을 하기도 한다. 물론 고래잡이를 하는 것은 불법이기도 하거니와 범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환경운동은 인정받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누군가의 범죄현장을 목격했다고 해서 범인을 마구잡이로 때리거나 죽일 수는 없다. 아무리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처벌하는 행위 자체는 합법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절차가 무시되면 그 결과도 부정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최근에는 환경주의가 아예 범죄의 사상적 근원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9년 뉴질랜드와 미국 텍사스주에서 발행한 총기 난사 사건의 경우, 총격범들은 환경주의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및 동물권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민자들을 향한 분노, 백인우월주의가 결합되어 있었다는 점이 충격적이었다. 물론 이러한 사람들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며, 그들의 운동이 대중화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봐야만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이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인간의 삶을 도외시한 환경운동이란 지속가능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그보다는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환경도 살리고 인간도 살리는 방향으로의 환경운동이 좀 더 온당할 수도 있다. 비행기와 쇼핑을 증오할 것이 아니라, 보다 현명하게 탄소를 줄이는 비행기 기술, 혹은 보다 친환경적인 물건 제작 방식에 더욱 귀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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