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전문가 모시자’ 열풍, 이제 경제는 ‘ESG’가 좌우한다
‘ESG 전문가 모시자’ 열풍, 이제 경제는 ‘ESG’가 좌우한다
  • 정하연
  • 승인 2020.12.18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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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비자나 투자자들은 비재무적 성과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를 요악하는 것이 바로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ESG’이다. 환경이나 사회에 얼마나 공헌하는지, 그리고 지배구조 자체가 얼마나 올바른지를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지표들은 그간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구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소비자의 선택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기업들은 더 이상 ESG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달라지기 시작

과거 기업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바로 재무적 성과였다. 얼마를 들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얼마나 돈을 벌였느냐가 핵심이었다. 이러한 원칙은 기업이 탄생한 이후 수백년간 일관되게 적용되어왔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이러한 재무적 평가 위주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기업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린다. 그만큼 인류에게 미친 영향이 막대하며, 그 영향력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아마도 인류가 존재하는 날까지 이런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산업 자본주의가 시작되던 초창기에 기업은 이윤을 위한 무한 폭주를 했었다. 여성과 아동을 비롯한 노동자의 노동을 착취 수준에서 다루었고, 환경을 굳이 생각할 필요는 없다. 거기다가 창업자의 위력 역시 대단했다. 그들은 기업 내에서 황제의 특권을 누렸고, 회사의 돈은 곧 창업주의 돈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환경 문제다. 기후변화의 문제가 인류가 처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고, 그 결과 이제까지 환경 파괴에 앞장서운 기업에 대해 새로운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ESGE를 의미하는 환경(Environment)의 중요성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사업장에서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주주, 투자자들이 제동을 걸고 나선다. 반면 친환경 제품을 만들거나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력을 줄이려고 할 때에는 환영을 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미국의 거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이다. 이 회사는 석유의 채굴이나 정제의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대거 방출한다. 예전이라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 별 반발이 없었겠지만, 온실가스로 인한 폐해가 알려지면서 주주들이 이에 우려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주들이 엑손모빌의 온실가스 감축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작성했다. 하지만 엑손모빌 측은 이에 반발했다. 일단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서는 또다른 투자가 진행되어야 하며, 이는 주주들에게도 손해라고 여겼다. 하지만 주주들의 생각은 달랐다. 결의안에 반발하는 회사를 보고, 주주들은 지분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엑손모빌의 주가는 80달러에서 30달러로 떨어졌다. 주주들은 엑손모빌을 지구를 망치는 회사로 규정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현대인들이 지구 환경을 얼마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지, 그리고 이를 망치는 회사를 어떤 방식으로 응징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SGS는 사회(Social)이다. 여기에는 공정한 경쟁, 하도급 거래, 산업안전, 인적 자원의 관리 등이 포함된다. 과거 기업은 관행적으로 횡포를 부렸고 갑질이라는 말이 있기 전부터 갑질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단지 돈이 많고, 많은 사람을 고용해서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젠더 문제까지 신경써야 하는 시대

정당한 방법으로 인력을 고용하거나 혹은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공정과 정의를 실천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은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 뮬란을 제작한 디즈니는 이런 문제로 곤경에 빠진 경험이 있다. 이 영화의 촬영지는 중국 신장의 위구르 지역이었다. 그런데 중국은 이 지역에서 가혹한 소수민족 탄압을 했었다. 거기다가 영화의 엔딩 크래딧에성 위구르 지역의 중국 공안에 감사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영화 소비자들은 뮬란에 대해 적극적인 불매운동을 전개했고, 영화 제작자와 배우, 감독은 크게 당황했다. 사실 엄격히 따지고 보면 기업 활동과 소수민족 탄압은 큰 관련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봐야 영화 촬영지가 위구르 지역이었을 뿐이고, 그곳에서 촬영했을 때 중국 공안의 도움을 당연히 받았을 것이다. 그러니 엔딩 크래딧에 그런 문구를 넣는 것도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단순한 논리로만 기업을 이해하지 않는다. 디즈니는 소수민족 탄압에 관심이 없는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이것이 영업 활동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ESG의 마지막 G는 지배구조(Governance)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이사회의 남녀 성비 문제가 포함된다. 젠더 불균형이 있을 경우 투자자들은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다. 일본 회사의 경우 전체 기업의 57%는 이사회에 여성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적인 투자회사들은 이사회에 여성이 2명 미만이면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나섰다. 이러한 젠더 불균형은 남성 중심의 리더심을 촉발할 수 있고, 이는 기업 경영에 있어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역시도 과거라면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회사는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소비자는 좋은 제품을, 투자자는 배당을 받으면 되는 일이었다. 이사회에 여성이 있던 없던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지배구조에서의 젠더 문제까지 신경써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업은 지속가능성 건강한 경영해야

이사회가 ESG 경영을 강화하는 건 ESG G(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외국계 투자자들이 지배구조를 기업 지속가능성의 원천이자 척도로 평가하는 영향이 크다. 주요 그룹의 총수 세대교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4대 그룹의 한 ESG담당 임원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기업가치 창출과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젊은 총수들도 ESG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ESG에 대해서 한 가지 오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공정이나 정의를 따진다고 해서 이를 기업을 착하게 운영하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보다 엄밀하게는 지속가능성리스크의 제거라는 측면이 좀 더 정확하다고 볼 수 있다. ESG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 기업은 지속적으로 건강한 경영을 할 수 있고, 리스크에 항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이를 문제 삼아 투자를 철회한다. , ESG는 한 시대에 잠깐 나타났다고 사라지는 트렌드가 아니라 기업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기업도 이런 ESG에 영향을 받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공적연금은 한국전력에 대한 790억 원의 지분을 매각하고 투자금을 회수했다. 한전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석탄 발전소 프로젝트에 관련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ESG의 부상은 전 지구적인 투명성을 추구하는 맥락에서도 이해될 수 있다. 이제는 인류가 기업의 나쁜 활동에 제동을 걸고 있고 모두 함께 잘사는 공존공영의 길을 선택했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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