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13:53 (목)
“국민에게 품질 좋은 콩을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도 제 삶의 미션이 될 것입니다”
“국민에게 품질 좋은 콩을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도 제 삶의 미션이 될 것입니다”
  • 정하연
  • 승인 2022.02.21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 ‘더불어사는 농장’ 김복성 대표

1차 산업인 먹거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비록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왔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1차 산업은 반드시 지켜가야할 소중한 국가의 자원이다. 그런 점에서 곳곳에서 활약하는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들은 국가의 근간을 지켜나가는 파수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북 고창군에 위치한 더불어사는 농장의 김복성 대표는 ‘2020년 신지식 농업인에 이어 대한민국 최고 농업기술 명인에 선정된 인물이다. 지난 35년간 각종 품종을 개발하면서 콩에 집중해왔다. 신품종 콩인 소은(Soun)’, ‘소찬(Sochan)’, ‘소복(Sobok)’을 개발해 특허 및 실용신안을 가지고 있다.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사는 철학을 구현하고자 지은 농장 이름인 더불어 사는 농장’. 김복성 대표를 만나 콩과 함께한 지난 삶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더불어사는 농장’ 김복성 대표(사진=종합시사매거진)

우직하게 뚜벅뚜벅 걸어온 세월

김복성 대표는 농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제대 후 1985년부터 농업에 투신했다. 당시 공무원이 될 기회도 있었지만, 워낙 가난하게 살아왔던 탓에 공무원의 삶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의 공무원은 많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이지만, 그때만 해도 퇴직 후 자기 집 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공에 대한 강렬한 의지로 농업을 시작해 자신의 농사를 지으면서도 맥류 보급종 생산관리지도원, 두류유지작물 현장명예연구관, 밭작물개발과 현장명예연구관, ·팥 보급종 생산관리지도원 등을 거쳤다. 오로지 콩과 보리만을 집중적으로 경작한 결과 2019년에는 233ha(700,000)로 단일 농가로서는 전국에서 제일 많이 경작하는 농사꾼이 되어 있었다. 보통 1ha는 축구장 하나 정도의 크기이다. 그러니 김 대표의 경작지 크기는 축구장 210개와 맞먹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인 셈이다. 어떻게 이러한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었을까?

더 좋은 품종을 개발하자는 하나의 목표로 지난 35년의 세월을 살아왔습니다. 꼭 돈을 위해서라기 보다 더 많은 국민에게 더 좋은 콩을 제공하기 위해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봅니다. 앞으로는 스마트팜의 추세에 맞춰서 생산·가공·출하 등에서 전반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우리 농업인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복성 대표는 그간 혼자 농사만 지어온 것이 아니라 관련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어 왔다. 콩과 보리를 재배하는 농가를 자주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고창군 콩작목반과 고창보리작목반에 참여했고, 급기야 2004년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경관농업 축제인 고창청보리밭축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결과 한해 수십만의 관광객을 유치해 정부로부터 경관농업특구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좋은 콩을 생산한다는 소문이 널리 알려지면서 1999년부터 국립식량과학원과 국립종자원 등에서 콩과 관련한 행사와 연구를 같이 하자는 제의가 왔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나름대로 시험포를 만들어 우량종자를 생산하고, 일부러 조금 넉넉하게 재배하여 작목반 위주로 콩 종자를 나누어 주는데 잘된 일이다 싶었다. 이렇게 좋은 품종과 막대한 생산량을 확보하고 있다보니 유진종묘, 국립종자원 등에서 많은 양의 보리와 콩을 사 가고 있다. 김 대표는 평소에는 남들과는 차별화된 다른 길을 가자라는 철학으로 농업을 대했다고 한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 저의 철학입니다. 남들은 이것저것 작목을 바꾸어가며 재배하곤 할 때 저는 지난 35년 동안 오로지 콩과 보리만 재배해 왔습니다. 만일 남들이 나처럼 보리와 콩만 재배했다면 저는 방향을 바꿨을 것입니다. 우직함이 남들과의 차별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황소처럼 뚜벅뚜벅 직진하는 우직(牛直)’함이 차별화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사는 농장’ 입간판(사진=종합시사매거진)

일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입원하기도

그가 이렇게 뚜벅뚜벅 걸어오다 보니 수상 실적도 꽤 많다. 1991년부터 2019년까지 농림부장관표창, 농식품부장관표창,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6차례나 받았고 국립종자원 전부지원장상을 3차례나 받았다. 이외 철탑산업훈장(2014), 고창군수장(2015)도 받았다. 대부분 종자산업육성 유공, 농업·농촌 발전 유공, 고품질 우량 종자 생산 분야였다.

물론 농업에 처음에 뛰어들 때에는 힘든 점도 매우 많았다. 우선 자신이 소유한 땅은 단 한뼘도 없었고, 그나마 좀 괜찮다 싶으면 임대료가 높아 넘볼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해서 경우 확보한 땅이 황무지나 다름없는 야산 개발지인 밭 10,000(3,000)이었다.

처음에는 땅콩과 고추를 반반 심었습니다. 땅콩과 고추는 제가 중학교 다닐 때 남의 밭에서 일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쉽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첫해 땅콩은 굼벵이가 다 갉아 먹고 고추는 탄저병으로 망쳐서, 일 년 내내 노력한 결과 농지 임차료를 빼고 제 손에 들어온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농사가 의욕과 폐기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게 된 것이죠.”

그다음 해부터 어느 작물을 선택해야 좋을까 고민 끝에 그는 자신만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울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경작하기 쉽고, 2모작으로 농지 이용율이 높으며, 병충해 방제가 쉬운 작물이었다. 그러나 농산물은 경작이 전부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팔아서 돈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김복성 대표는 소비층이 다양하고 정부수매로 판로가 확보되어 있으며, 가격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작물을 선택하고자 했다. 그 결과 하계작물은 콩, 동계작물은 보리를 심기로 결정했고, 그것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나치게 일에 몰두하면서 열악한 환경을 이겨나가려다 보니 심지어 병원에 입원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보리와 콩은 대부분 밭에서 재배하는데 밭은 논에 비해서 경지정리가 잘되어있지 않고 진출입로도 불확실하며 용수로가 없고 비산비야로 비탈진 산과 연접해 있어 기계 경작이 불리한 어려운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태풍이며 가뭄과 병충해 그리고 각종 잡초 등 극복해야 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농작물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고, 폭풍우 속에서 전등을 들고 논밭을 헤매는 일도 자주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20188월에는 가슴 통증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심장에 파이프 5개가 들어가는 대수술을 받고 40일간 입원하기도 했다. 그 후 병원에서 퇴원하고 집에 왔을 때 그는 콩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농장에 나가보려 했지만, 가족들이 극구 만류하며 농업에서는 이제 손을 떼라고 조언했다. 이후 그는 건강을 위해 당장 현장의 농사일에서는 조금은 멀어졌지만, 그의 미션은 변함이 없다. 우리 국민들, 특히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유전자 조작을 하지 않은 좋은 콩과 두부를 먹이고 싶어서 열심히 연구하고 농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세월 동안 저 혼자만의 힘으로 이 자리까지 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습니다. 우리 농장에서 가족처럼 함께 일하는 친구가 4명이 있습니다. 이름을 더불어 사는 농장이라고 지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와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더불어 사는 농장이라는 이름을 농장 입구에 크게 붙여 놓고 오가면서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0년 콩 품종비교 전시포(사진=더불어사는 농장)
2020년 콩 품종비교 전시포(사진=더불어사는 농장)

꾸준하게 한 분야에서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나라 콩과 보리의 재배에 지금보다 더 큰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제 청춘을 오로지 콩과 보리에 모두 바쳤습니다. 그 경험을 살려 앞으로도 지금 경작하고 있는 재배 면적을 유지하면서 우수 농산물 생산과 좋은 품종개량을 위해서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우리 농장에서 생산되는 우수한 콩을 활용해 두부 만들기, 메주 만들기 등 가족 단위로 체험 관광객을 유치하여 1·2·3차 산업을 연계한 6차 산업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지난 35년 동안 콩과 보리농사를 하면서 틈틈이 적어둔 자료와 경험을 책으로 쓰고 슬라이드로 만들어 다른 농업인들과 공유할 계획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농업은 생명이라고 말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를 여의고 배고픔이 한이 되어 한 톨의 곡식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름 재정적으로 노후 걱정이 없을 정도는 되었지만, 그는 사랑하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 하루 세끼를 모두 찾아 먹는 날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러한 기억이 있어서인지 그는 한 술 밥이 남의 입에 들어갈 때 행복했고, 그 사람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농업을 해왔으며 그 마음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수입 농산물보다 우수한 농산물을 우리 국민들께 먹이고 싶어서 농사를 계속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온 지난 35년의 세월. 바로 그 시간들이 대한민국의 농업을 발전시켜온 여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후배들에게 세상은 무척 빨리 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업종에서 꾸준하게 종사하고 자기 내공을 쌓아가게 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2022년의 초반인 지금,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거나 지금의 분야에서 더 열정을 내고 싶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최적의 조언이자 지혜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여의도파라곤 1125)
  • 대표전화 : 02-780-0990
  • 팩스 : 02-783-25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운정
  • 법인명 : 데일리뉴스
  • 제호 : 종합시사매거진
  •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0618
  • 등록일 : 2010-11-19
  • 발행일 : 2011-03-02
  • 발행인 : 최지우
  • 편집인 : 정하연
  • 종합시사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종합시사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isanewszine@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