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18 09:09 (수)
인간과 구별이 힘든 ‘가상 인플루언서’ 시대가 왔다
인간과 구별이 힘든 ‘가상 인플루언서’ 시대가 왔다
  • 최운정
  • 승인 2022.04.09 0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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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세상에 존재하는 ‘가상 인간’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1996년 세계 최초로 일본에서 가상 아이돌 가수 ‘다테쿄고’를 만들었고, 그로부터 2년 뒤인 한국에서는 세계 최초의 사이버 가수 ‘아담’과 제2호 가수 ‘류시아’가 등장했다. 그러나 당시 그 인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가상 인간들이 다시 출현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의 가상 인간과 다른 점은 이들이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팔로워를 두고, 댓글을 달고, 모델 활동을 하며, 유튜브를 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을 단순한 ‘가상 인간’으로 부르기보다는 더 정확하게는 ‘가상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로 활동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들의 활동 영역이 넓고 파급력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점이다. 

가상 얼굴 유튜버 '루이'
가상 얼굴 유튜버 '루이'

인간과 거의 구별하지 못해

최초의 사이버 가수 ‘아담’은 당시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첫 앨범은 무려 20만 장을 판매했으며 실제 그를 추종하는 팬클럽까지 생겼을 정도였다. 이후 1999년에는 2집 앨범까지 냈지만, 그 이후로 사라지고 말았다. 일부는 장난스럽게 ‘입대설’을 유포하거나 혹은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설’이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아담이 사라진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는 점이 유력하다. 당시 아담은 전례 없는 3D 그래픽 기술이 적용되었기 때문에 단 몇 분만 출연해도 1억 원의 돈이 들 정도였다. 그러니 노래 한편을 만들거나, 방송에 출연하게 되면 그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제작사에서는 더 이상 돈을 감당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근 이러한 돈의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최근에 잇달아 등장하고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이다. 아담의 등장 이후 기술은 빛의 속도로 발전했으며, 이제 과거와 같이 큰돈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가상 인플루언서는 2009년 브라질 태생인 ‘루 두 마갈루’이며, 팔로워만 576만 명에 이른다. 2008년 일본 태생인 ‘이마’ 역시 35만 명의 팔로워를 두고 있으며 현재 이케아, 포르쉐의 모델로 활동하며 도쿄 패럴림픽 폐막식에도 참여했다. 2020년에 한국에서 탄생한 ‘수아’는 1만 8천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으며 최초로 실시간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고 있다. 2020년에 등장한 유튜버 ‘루이’는 구독자가 3만 6천 명인 국내 최초의 버추얼 유튜버이다. 루이는 AI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만든 가상 얼굴로 활동하는 중이다. 실존하는 다른 사람의 얼굴을 그대로 합성하는 기존의 딥페이크와는 달리 실존하지 않는 얼굴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영상을 접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놀라움이 주를 이뤘다. 루이는 노래하는 영상, 브이로그 등을 올리고 있으며, 한국관광공사 홍보대사로 일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 가장 영향력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는 바로 ‘릴 미켈라’이다. 그녀는 각종 기업 홍보활동, 모델 등을 통해 연 140억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팔로워만 해도 수백만 명에 달하고 있다. 그녀는 샤넬, 프라다, 디올 등의 명품 모델로 활약한 바 있다. 또 다른 가상 인플루언서인 ‘로지’는 전속계약 13건에 협찬 광고를 받은 것만 1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많은 활동을 하게 된 것에는 기술의 발달이 큰 배경이 되고 있다. 과거 아담의 경우에는 누가 봐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인해 탄생한 것임을 알 수 있었지만, 최근의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행동, 화법까지 정확하게 구현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근깨나 심지어 솜털까지 재현하고 있다. 또한 피부의 질감이나 화장의 톤도 매우 자연스럽다. 실제로 일부 가상 인플루언서의 경우, 수개월 동안이나 가상 인간임을 밝히지 않고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면서도 큰 인기를 얻었을 정도였다. 

 

가상인플루언서 '로지'

‘젊은 여성’에 대한 편향적 시각 주의해야

이렇게 가상 인플루언서의 영향력과 파급력이 커지기 시작하자 기업들에서는 서둘러 자사만의 인물들을 만들고 있다. 롯데홈쇼핑에서는 ‘루시’를 선보여 움직임과 음성을 고도화하는 작업을 거쳐 이미 신입 쇼호스트로 데뷔시켰으며, 모 게임업체는 ‘한유라’라는 인물을 만들어 가수 데뷔를 준비 중에 있다. LG전자에서 개발한 ‘김래아’는 CES 2021에서 LG의 전자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가상 인플루언서의 등장이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에는 단지 그들의 말과 동작이 자연스럽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팬들은 MZ세대이며 가상 인플루언서 팔로워의 70%가 넘는다. 이는 MZ세대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상현실에 매우 익숙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래서 비록 ‘가상적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별로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메타버스에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익숙하다는 점도 들 수 있다. 따라서 MZ세대들은 가상 인플루언서를 실제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가상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이 진짜 인간의 게시물 보다 평균 3배 이상 큰 호응을 받고 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 이러한 가상 인플루언서의 등장으로 인한 부작용도 존재한다. 우선 대부분이 ‘젊고 예쁜 여성’이라는 점이다. 어리면 19세부터 22세, 23세이며 많아야 29세이다. 거기다가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현실의 고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대개 음악과 춤을 사랑하고 몸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며 게다가 늙지도 않는다. 현실에서는 이따금 보게 되는 검고 칙칙한 피부, 두꺼운 허벅지, 뚱뚱한 몸매의 여자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인간이지만 인간을 넘어선 미모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가상 인플루언서에 대한 댓글 역시 대부분의 외모에 대한 평가라는 점이다. ‘예쁘다, 예쁘지 않다, 쌍꺼풀이 있다 없다, 눈과 눈 사이가 너무 멀다’와 같은 품평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인식은 여성, 특히 젊은 여성에 대한 편견과 왜곡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가상 인간에 대해서도 인간 사회의 고정 관념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더구나 가상 인플루언서의 탄생 자체에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이도 존재한다. 이들의 탄생이 대부분 기업에 의해서이고, 대중들이 가장 선호하는, 그러면서 가장 힙하면서도 자극적인 모습을 연출해냄으로써 기업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간만큼 많은 돈이 들지도 않으면서 외모가 바뀌지도 않고, 사고를 당할 염려도 없으며, 사생활에 대한 문제가 생기지도 않는다. 어쩌면 산업의 논리에서는 ‘가장 저렴하고 편하고 다루기 쉬운 존재’를 만들어 낸 셈이다. 일단 한번 유명해지기 시작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이 오래오래 기업의 이윤을 보장해내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인간의 마케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물론 이러한 가상 인플루언서, 혹은 가상 인간의 등장을 무조건 질타할 수는 없다. 어차피 가상 인간은 벌써 우리의 일상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에 대한 편견을 벗어난 균형적인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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