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8 15:13 (화)
[Global Association] 베이징 패럴림픽 선수단장·대한장애인컬링협회 윤경선 회장
[Global Association] 베이징 패럴림픽 선수단장·대한장애인컬링협회 윤경선 회장
  • 정하연 기자
  • 승인 2022.06.13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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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선수들의 순수한 마음과 열정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최근 장애인들의 이동권과 관련된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됐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관한 관심과 배려는 부족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태도를 반영하듯, 지난 3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패럴림픽이 폐회됐지만 여기에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늘 음지에서 장애인 선수들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 있었으니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베이징 패럴림픽 선수단 윤경선 단장이다. 그는 현재 동원세라믹·노이펠리체 대표를 지내는 사업가이기도 하면서, 대한장애인컬립협회장이기도 하다. 애초에 장애인 스포츠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가, 우연한 기회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번 올림픽을 기점으로 많은 관여를 하게 됐다. 향후 대한민국 장애인 스포츠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윤경선 단장을 만나 패럴림픽을 둘러싼 이야기와 향후 장애인 스포츠의 발전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취재 丁河燕 기자·사진 이 신 기자

‘노메달’이었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

4년 전 평창 패럴림픽에 대한 국내 언론들의 관심은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개최지가 평창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 패럴림픽은 중국에서 개최된 것은 물론 아쉽게도 ‘노메달’로 끝나고 말았다. 물론 스포츠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기는 하지만, 역시 메달에 대한 기대가 높은 한국인들에게는 아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패럴림픽이 있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윤경선 단장은 ‘1순위 공로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선수들을 위해 통 큰 기부까지 하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패럴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총 6개 종목 82명의 선수단이 출전했습니다. 그간 펜데믹은 물론이고 전지훈련의 연기, 취소 등의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 대회를 치러낸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선수들을 진심으로 격려하고 싶습니다. 그간 저는 장애인 스포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일단 이쪽에 발을 담그고, 일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매우 큽니다. 앞으로도 신인 선수들의 확보 등을 통해 대한민국 장애인 스포츠에 크게 이바지했으면 합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선수단 단장으로서 시간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는 점이다. 대회가 거의 임박해서야 단장이 되다 보니 선수들의 기량 자체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패럴림픽 최소 1년 전에는 선수 단장이 되어야 준비를 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너무 급하게 돌아갔다. 그러다 보니 윤 단장은 이번 패럴림픽에서의 ‘노메달’이 마치 다 자기 잘못인 것처럼 생각된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러면 차라리 다음 이탈리아 밀라노 패럴림픽에서도 선수단장을 맡는 것은 어떠냐?’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떠나서 윤경선 단장은 이번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또 다른 큰 성과를 냈다. 바로 ‘휠체어 컬링 세계 선수권 대회’를 2024년 한국 강릉에서 개최하기로 세계컬링연맹(WCF) 회장과 MOU를 맺었으며 또한 한국-중국-일본 삼국의 휠체어 컬링 대회도 준비하고 있다. 이것만 해도 한국 장애인 스포츠에서 큰 기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윤경선 단장은 이번 패럴림픽 결과 보고를 하면서 향후 대한 장애인 체육계의 나아갈 바에 대해 기업인으로서 조언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느낀 것이지만, 장애인 체육계에 대한 우리나라의 복지는 상당히 좋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예산이 좀 부족하다는 사실을 많이 느꼈습니다. 기업인들이 장애인 체육계를 위해서 후원하고 협찬을 하게 되면 이런 부분에 대한 세제 혜택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됐습니다. 기업인들은 개인적으로는 협찬을 할 수가 없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순수한 선수들에게 큰 감동받아

무엇보다 윤경선 회장은 이번 대회의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들에 대한 위로의 차원에서 구호 의료품을 전달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중국에서는 패럴림픽을 개최하면서 국가별로 의료품을 지급했는데, 한국 선수들은 자신들이 쓸 것을 뺀 나머지를 모두 모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선수들에게 전달하려고 했다. 윤 단장은 처음에는 ‘과연 이걸 받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기꺼이 받아주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감동을 주었던 것은 바로 장애인 선수들의 ‘순수성’이었다고 한다. “장애인 선수들이 생각보다 너무나 순수하다는 점에서 큰 감동을 했습니다. 그래서 패럴림픽 내내 함께 지내는 25일간이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거기다가 정말로 열심히 하려는 그 마음에 매료되었습니다. 제가 선수단장을 하게 된 것이 오히려 감사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윤경선 회장은 선수단장을 맡기 전, 대한장애인컬링협회를 맡아서 운영해 왔었다. ‘휠체어 컬링’이란 말 그대로 휠체어를 타고 하는 장애인들의 컬링 경기이다. 현재 국내에는 약 200여 명 이상의 선수들이 있으며 휠체어 컬링 메달이 1개 였으나 2026년 밀라노 페럴림픽에서는 믹스터블 휠체어 컬링 종목이 추가되어 2개의 메달이 걸려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국내에서는 이 휠체어 컬링의 역사도 꽤 오래됐다. 지난 2003년 처음으로 ‘강원드림 휠체어 컬링클럽’이 창단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윤경선 단장이 협회장을 맡게 된 것은 지인인 김성일 전 공군 참모총장과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작년 1월에 김 전 총장님이 한번 만나자고 하더니 협회장 자리를 맡아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스포츠와는 거리가 좀 멀었고, 당시에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느라 워낙 바쁜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휠체어컬링이 어떤 종목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죠. 처음에는 어렵다고 말씀드렸지만, ‘고민을 한번 해보라’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정작 윤 단장의 마음을 흔든 것은 바로 김성일 전 총장의 은퇴 후의 행보였다. 김 총장은 은퇴 후 여러 단체나 협회에서 모셔가려고 했지만, 정작 그는 보수도 없는 장애인체육회 회장으로 취임했다는 것. 그 이후는 김 총장은 “내가 한번 봉사 활동을 해보니 너무 좋더라”는 말을 해주었고 결국 이 말을 받아들여 윤 단장도 과감하게 협회장 자리를 수락했다고 한다. 물론 그 자신은 장애인에 대해서도 체육에 대해서도 잘은 몰랐지만, ‘인간적인 것은 어디에서도 통하지 않겠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선수들이 저와 눈도 제대로 잘 맞추려고 하지 않아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이유를 잘 알 수도 없었고 참 이상하게도 저에게 거리감을 두었습니다. 결국 안 되겠다 싶어서 뷔페에서 밥을 먹을 때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서 식사도 같이하고,각자가 가져온 음식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먹었습니다. 그렇게 서로 밥을 먹기 시작하니까 서서히 마음이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선수들도 ‘회장님, 이거 한번 드셔보세요’라고 하는데, 거기에서 진심을 느꼈습니다.” 선수들이 거리감을 두었던 이유는 바로 그간에 그러한소통과 교감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윤경선 단장은 오히려 협회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지게 됐고, 깊은 애정이 생겼다고 한다.

 

 

장애인 체육, 이제 다시 시작

윤경선 단장은 이제 장애인체육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애초에는 사업을 너무 좋아하는 ‘천성이 기업가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사회생활은 공무원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에는 사업으로 ‘유턴’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는 공업진흥청 산하에 ‘공업기술원’이라는 곳이 있었다. 그곳에서 임시직으로 일을 시작했고, 결국에는 정식직원이 되었지만, 얼마가지 않아 사업의 매력에 이끌려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비록 실패했지만, 대학교 3학년 때에 했던 첫 사업의 매력을 잊지 못했기 때문이다. 야간대학을 다니던 당시, 그는 제대한 뒤 출판사를 시작했다. 그의 표현대로 돈을 많이 까먹었지만, 이후에는 플라스틱 벽돌에 관한 특허를 내고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그 성공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특허분쟁이 생긴 것은 물론 공장에 불이 나서 공장용지가 경매로 넘어가 또다시 실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회사 대표로 있는 동원세라믹 대표를 하면서부터는 안정적인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요 생산 물품은 세라믹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또 하나 운영하는 사업체인 ‘노이펠리체’는 부동산 시행회사이다. 이탈리아어로 ‘우리는 행복하다’라는 의미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현재 여주에서 관광미디어 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다. 이곳은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특색을 가진 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이다.

윤경선 단장은 장애인 스포츠를 통한 봉사와 사회공헌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패럴림픽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새롭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선수 선발의 기준을 다시 잡고 신인 선수를 어떻게 발굴하고 키워나갈 것인지, 또 선후배가 어떻게 잘 화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또 각 지방에 있는 선수들을 파악하고, 최종적으로는 공청회를 통해서 장애인체육의 미래 발전 방향을 다시 하나씩 계획해 나가려고 합니다. 또 주변의 호응도 좋아서 잘 진행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많은 기대가 됩니다.”

어떻게 보면 윤경선 단장이 장애인체육계에 투신하게 된 것은 매우 우연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완전한 우연’이라고 보기는 힘든 면도 있다. 윤 단장은 인터뷰 도중 “아마도 장애인체육이 아닌 비장애인 체육이었다면 협회장직이나 단장직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은 애초부터 그의 마음 깊은 곳에는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약자에 대한 애정과 그들을 위해 봉사와 헌신을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사회적 배려이기도 하지만, 또한 삶에 도전하고 성취하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욕망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포츠는 바로 그런 인간으로 사는 삶을 이뤄나가는 하나의 중요한 계기가 된다. 앞으로도 윤경선 단장의 헌신 아래 대한민국의 장애인들이 스포츠에 큰 열정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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