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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팬더스트리(Fandustry)와 플랫폼, 그 공생의 관계
[Society] 팬더스트리(Fandustry)와 플랫폼, 그 공생의 관계
  • 양현주 기자
  • 승인 2022.06.14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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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BTS) 라스베이거스 공연 포스터(출처 = 빅히트뮤직)
그룹 방탄소년단(BTS) 라스베이거스 공연 포스터(출처 = 빅히트뮤직)

 

전 세계에 산재하는 한류 팬은 이제 1억 5천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 세계 인구가 80억 명이기 때문에 대체로 8명에서 1.5명이 한류 팬인 셈이다. 과거 특정한 국가의 문화에 이토록 열광적인 경우는 없었다. 이러한 거대한 팬심에 의해서 형성된 산업을 ‘팬더스트리’라고 부른다. 팬(fan)과 산업(Industry)의 합성어로서 팬들이 만들어가는 산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산업은 수요와 공급을 통해서 구성되고 움직이지만, 이 팬더스트리에서는 ‘팬심’이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 팬더스트리가 지금 처음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오빠’를 외치는 ‘빠순이’들에서부터 팬더스트리가 만들어져 왔다. 최근에는 이런 팬심을 흡수해서 사업을 확장하는 플랫폼들도 꽤 많이 생겼다.

‘스트리밍 총공’으로 팬심 증명
팬심이 결합한 산업, 즉 팬더스트리는 지금 끊임없이 확장 중에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1억 5천만 명에 이르는 한류 팬이 2억 명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시장 규모도 현재의 8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늘어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말하는 ‘팬심’은 이런 팬더스트리의 핵심 원동력이다. 이들은 새로운 음원이 발표되면 이른바 ‘스트리밍 총공’을 한다. ‘총공’이라는 의미는 ‘총공격’을 줄인 말이다. 많은 팬이 한꺼번에 음원을 구매하면 해당 가수의 노래가 순식간에 차트를 점령하게 되고, 기획사에서는 한꺼번에 큰돈을 벌수가 있다. 음원만 팬더스트리의 대상은 아니다. 각종 포스트와 음반, 심지어 스타의 얼굴이 찍힌 잠옷 등의 굿즈까지 여기에 속하게 된다. 팬더스트리에는 팬들의 직접적인 ‘투자’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지하철에서 자신의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광고는 생각보다 많다.

2016년에는 76건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2,166건으로 늘어났다.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펜더스트리에는 단순히 ‘스타를 좋아한다’는 것을 넘어서 ‘내 스타는 내가 키운다’로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팬과 스타는 ‘성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자신의 스타와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뤄내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다. 따라서 결국 펜더스트리란, ‘연예인과 팬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산업’이라는 정의가 가능하다. 이러한 산업의 구조는 과거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그 브랜드와 함께 목표를 설정하고 같이 노력하는 구조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가 가능한 것은 스타에 대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관심을 갖고, 간절하게 그 스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현재 K팝 기획사들은 이러한 팬심을 하나로 모으는 플랫폼을 개발해 전 세계인들을 하나로 묶어 나가고 있다. 과거에 이러한 플랫폼은 ‘팬카페’에서 시작했다. 좋아하는 가수를 중심으로 온라인 카페를 열어두고 여기에서 서로 소통했던 것이다. 하지만 각종 온라인 플랫폼이 발전하면서 이 팬카페가 빠르게 팬 플랫폼으로 전환됐다. 과거와 다른 점은 ‘연예인의 서비스를 구독한다’는 개념이다. 즉, 관심을 표명하면 그에 맞는 내용이 자동적으로 자신에게 전달된다. 이러한 플랫폼의 주된 사용자는 10~20대 여성이며 국내보다는 해외의 사용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은 이러한 플랫폼이 아니라도 스타의 정보를 입수하고 의사소통할 방법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인들은 한글을 잘 모르기 때문에 특정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랜 역사와 탄탄한 노하우 확보
BTS의 기획사인 하이브는 ‘위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아리아나 그란데, 저스틴 비버와 같은 팝스타까지 확보하고 있으며 월간 사용자는 약 6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증권사에서는 위버스의 가치를 약 6조 원으로 추산할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NC소프트는 ‘유니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탄탄한 자금력으로 몬스타엑스, 더 보이즈, 강다니엘, 오마이걸 등을 확보하면서 확실하게 팬덤을 흡수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리슨’을 내세우고 있다. 이곳에서는 자신이 구독하는 아티스트와 1:1로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렇게 K팝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도 있지만, 다양한 영역의 아티스트들을 모으는 플랫폼도 있다. 대표적으로는 2019년에 설립된 ‘원더월’을 들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각 분야 200여 명의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공개하면서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소속사와 상관없이 아티스트들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으며 지난해 대비 매출액이 600%나 증가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팬더스트리는 잘못 다루면 독(毒)이 될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기도 하다. 이들은 자신들이 이용당하고 있다고 깨닫거나, 혹은 기획사에서 자신을 속인다는 생각이 들면 순식간에 돌변해 과거 자신이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것만큼이나 독하게 공격해 댄다. 빠른 시간에 ‘안티’가 되는 일은 매우 흔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팬더스트리에 참여하게 된다면 일단 성공은 100% 보장받을 수는 있지만, 그만큼 위험 요소도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 또한 팬더스트리의단점도 있다. 만약 팬덤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도 결국 스타로 커나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시장으로 따지자면 ‘철저한 독과점’이 형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는 문화예술의 다양성에서도 한계를 노출할 수 있다. 특정한 장르, 특정한 음악이 주류를 이루면서 비주류의 설움을 깊게 만들 수 있다. 

이미지 출처=위버스 공식 홈페이지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지금의 펜더스트리는 더욱 확산되고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K팝의 견고한 위상은 이러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K팝은 퇴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BTS와 블랙핑크와 같은 선두주자들은 혼자서 이 많은 일들을 해낸 것이 아니라 ‘회사’가 이를 가능케 했다. 따라서 이 회사들은 여전히 많은 제2의 BTS와 제2의 블랙핑크를 훈련시키고 있으며, 가수 지망생들은 차고 넘치고 있다. 이들이 수년 내에 BTS와 블랙핑크만큼의 실력을 갖추지 말라는 법은 결코 없다. 심지어 최근에는 아직 데뷔하지 않은 신인그룹조차 해외에 팬을 확보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K팝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높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따라서 이들이 본격 데뷔를 했을 때 이미 ‘준비된 팬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의 인기몰이는 그리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탄탄한 연습생과 점점 더 글로벌하게 변해가는 제작 시스템은 K팝의 수준을 더 발전시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유명 기획사들의 경우 해외 유수의 작곡가들과 협업하고 있으며, 작곡 분야에서도 준비된 노래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런 점에서 이제 팬더스트리는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팝 산업의 지형과 구조를 바꾸고 있으며, 이를 고착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이미 대형 기획사들이 자리 잡은 상태에서 해외의 기획사들이 지금 국내 기획사의 아성을 넘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국내 기획사들은 길게는 20~30년이라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K팝 시장에서의 노하우를 확실하게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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