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8 14:23 (월)
[Global Company] 이큐포올 이인구 대표
[Global Company] 이큐포올 이인구 대표
  • 정하연 기자
  • 승인 2022.06.15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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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생애 주기에 걸친 청각 장애인의 불평등 해소, 수어 번역 플랫폼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특정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일반인의 사망 비중은 12%에 불과하지만, 장애인의 사망자 비중은 무려 57%에 육박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즉, 장애인은 사고 대처에서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청각 장애인의 경우 방송되는 화재경보나 사람들의 외침 등을 들을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의 파악부터가 무척 힘들다. 만약 이때 청각장애인에게 익숙한 수어가 신속하게 제공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소셜벤처 이큐포올(EQ4ALL)은 ‘따뜻한 기술로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는 비전을 가지고 창립된 수어 번역 플랫폼 회사이다. 여기에서 ‘수어 번역’이란 마치 영어를 번역 사이트에 돌려 한국어로 변환시키듯이, 특정한 텍스트를 수어로 변환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는 청각 장애인의 각종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공동대표자 중의 한 명인 이인구 대표에게 수어 번역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국가가 신경쓰지 못하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수어는 이제 일반인들에게도 매우 친근한 언어가 되었다. 비록 이해하기는 힘들어도, TV 화면에서 보는 질병관리청의 일일 브리핑에 항상 등장하는 것이 바로 수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어와 관련해서 크게 오해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청각 장애인들에게는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모국어란 태어나면서부터 ‘엄마, 아빠’를 시작으로 해서 부모에게 배우는 말이다. 하지만 청각장애로 태어난 아이는 그럴 기회 자체를 가질 수가 없다. 이들에게 문맹률이 높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체의 27%가 한국어를 읽고 쓸 수 없으며, 초등학생의 경우 문맹률은 42%에 이른다. 또 하나의 오해는 청각 장애인의 90%가 일반 가정에서 태어난다는 점이다. 대체로 청각 장애는 유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그 비율은 10%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 가정에서 태어난 청각 장애아의 경우, 부모와 형제가 수어를 배우지 않으면 의사소통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또 TV에서 아무리 한글자막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100% 이해된다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오해와 더불어 더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이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복지 제도가 거의 없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청각 장애아로 등록되면 사회복지사가 배정되어 언어교육이 시작되지만, 한국은 이런 제도가 전혀 없다. 결국 청각장애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불평등에 맞닥뜨려야 하고, 살면서도 끊임없이 불평등을 반복해서 경험해야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립된 회사가 바로 이큐포올이다. 한국수어의 번역 기술 고도화를 위한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를 내는 것은 물론이고, ICT융합 촉진을 위한 민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청각 장애인의 생애주기에 맞춰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창업자들은 모두 삼성SDS 출신으로 해외 글로벌 기업에서 영업, 사업개발, 컨설팅의 업무 분야에서 지사장이나 CTO를 지냈다. 

“청각장애인들은 생애의 전 주기에 걸쳐서 다양한 불편함과 불평등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과의 소통은 물론이고, 일반인과 동일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사라집니다. 대부분의 교육은 음성과 텍스트로 이루어지는데 결과적으로 여기에 관한 접근성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와 동시에 사회 참여의 기회가 차단되니 동등한 사회 시스템을 누릴 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수어 번역 서비스를 개발 중이며, 현재까지 TV용 번역 앱과 스마트폰용 소통 앱을 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공공기업, 민간기업 등이 빠르게 한국어를 수어로 번역해서 청각 장애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 안내방송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위한 키오스크의 활용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각종 과학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아바타 수어 해설을 제공해서 문화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집에서도 누구나 쉽게 수어를 배울 수 있도록 KT Skylife사와 협력해, AI 셋탑박스를 통해 가족이 함께 즐기며 배울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해 실증중에 있습니다.”

 

게임보다 더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2017년에 창립한 이후 이큐포올은 매우 혁신적인 활동을 많이 해왔다. 2018년에는 제12회 대한민국 우수특허 대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과기부 장관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수어 번역 플랫폼을 만들어 왔다. 그 결과 2019년부터 첫 정부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은 물론이고, 서울교통공사의 5호선, 7호선에서 첫 매출이 발생했다. 2020년과 2021년에 걸쳐 총 8건의 정부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며 2022년 현재 2개를 수주하고 3개를 제안 중에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대전환 EXPO 혁신기술상을 받았고 다수의 논문이나 사례를 발표해왔다. UN의 ‘AI for Good Summit’ 사례 발표를 했고, SLTAT, IBC 등에서 논문을 발표하며 그 성과를 보여주었다. 현재 수어 번역은 1차적으로 번역 플랫폼을 통해서 하게 되고, 2차로 청각 장애인들이 재택으로 검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수어 전문가의 모션 블랜딩(동작 산입)을 통해서 아바타가 이를 재현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점은 이제까지 많은 정부 사업을 했던 것은 애초에 계획되었던 일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는 그만큼 국내 수어 관련 기술의 수준이 뒤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수어 번역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냐? 그냥 단어들을 나열하면 되지 않느냐’라는 말씀을 하곤 하십니다. 하지만 수어는 한국어를 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문법 체계를 가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한국인에게는 영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수어 번역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이제까지 수어를 번역하려는 시도들이 여러 번 있었지만, 다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방송사나 대기업에서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본질을 도외시한 채 심지어 기술을 자랑하기 위한 의도로 개발하다 보니, 청각 장애인이 그 수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일도 발생했습니다. 저희는 애초에 정부 사업보다는 R&D에 전념하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실패와 낭비되어지는 사회적 재원을 보며 답답한 마음에 정부 사업에 뛰어들었고 다행히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큐포올이 이러한 수어 번역에 뛰어들게 된 것은 각자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 공동창업자는 게임 분야에서 대기업인 한게임의 창립 맴버였고 이인규 대표는 해외 지사장을 했다. 그러다가 ‘게임중독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던 상황에, 주변에 이보다 좀 더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 없을까?’를 고민했고, 더 나아가 ‘이미 만들어진 물건을 해외에 파는 일보다는 자체적으로 알찬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의견일치를 봤다. 이 두 가지가 모두 합쳐져 결국 ‘청각 장애’ 쪽으로 사업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인공신경망 번역 엔진으로 발전
“우리 회사는 두 가지 핵심 가치가 있습니다. 하나는 ‘그때는 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이고, ‘필요는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는 것이다’입니다. 과거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수어 번역에 쉽게 도전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에 있으니 과거보다는 조금 더 수월하게 기술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청각장애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그들의 불편함과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것을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저희의 최종적인 목표입니다.”
애초에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탄생한 소셜 벤처이니 만큼, 이인규 대표는 ‘악착같이 돈을 벌어서, 누구도 돈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 과감하게 투자하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장애인과 관련된 사업은 실제 돈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부분이야말로 정부가 투자해야 하지만, 아직 복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큐포올과 같은 회사가 있어야만, 정부와 민간이 외면하는 사각지대에도 자본주의의 논리를 넘어선 투자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지만, 아무도 하지 않기에 저희가 하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가 롤모델이 되어야 더 많은 청년이 이쪽 사업으로 뛰어들 수 있다고 봅니다. 만약 저희가 실패하게 되면 ‘역시 이 분야에서의 사업적 성공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저희의 성공은 개인적인 영광을 넘어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과 관련된 소셜 벤처의 성장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똑똑한 창업가들이 앞으로 이 분야에 더욱 많이 진출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꼭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큐포올은 향후 ‘인공신경망 번역 엔진’으로까지 나아가려고 한다. 이를 통해 정밀한 수어인식과 정확도 높은 번역, 양방향 언어 번역 기술에까지 도전하려고 한다. 이들의 기술이 점차 완성될수록, 청각 장애인이 좀 더 살기 편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은 물론, 장애인들에 대한 한국의 복지 수준도 한 차원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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