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8 15:13 (화)
㈜에이치비기획 ‘세가지질문’ 독고정은 대표
㈜에이치비기획 ‘세가지질문’ 독고정은 대표
  • 시사뉴스매거진
  • 승인 2022.06.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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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다름이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나와는 다른 속도의 삶을 살고 있는 내 이웃과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다.

 

▲독고정은 대표
▲독고정은 대표

장애예술단체 세가지질문 대표이자 문화예술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장애, 비장애 예술인들의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공연예술 환경 개발과 장애인의 문화예술창작 활동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기획, 실행함으로써 예술로 편견의 차이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까지 애써 외면했던 장애인들의 현실을 일부분이나마 들여다보고, 앞으로는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한 번쯤은 그들과 함께 즐기는 페스티벌 나다의 독고정은 대표를 만나 장애인들을 위한 공연을 준비하고 기획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Festival NADA 2022 _ 암전공연안내
▲Festival NADA 2022 _ 암전공연안내

Q.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사회적 격차 해소와 장벽을 낮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계기가 있나요.

계기는 정말 너무 단순했어요. 함께 식사하던 청각장애인분이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에서 관객들이 감동해 우는 걸 보면서 던진, 공연장 가면 진짜 저렇게 눈물이 나느냐?’ 하는 물음에서 모든 게 시작되었죠. ‘청각장애인은 공연장 갈 일이 없겠구나, 그런데 정말 방법이 없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검색을 해봤더니 영국의 클럽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이 스피커 앞에서 막 춤추는 거예요.

그래서 시각적인 것과 진동과 같은 촉각적인 정보가 함께 전달이 되면 충분히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현재 페스티벌 나다 총연출인 김경민 감독에게 얘기를 했고, 맞장구를 쳐주는 바람에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 거예요. 저 혼자였으면 못 했고 가까운 사람의 호응과 격려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Q. 아울러 베리어 프리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결국 장애 관객도 비장애 관객도 가고 싶은 공연이나 행사는 같아요. 하지만, 장애 관객은 접근성이 떨어져서 못 가는 겁니다. 그래서 비장애인들이 가고 싶은 곳에 장애인도 올 수 있도록 그 길을 함께 터주는 거죠. 문화예술에서의 배리어프리는 장애 관객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겁니다.

페스티벌 나다에서는 청각장애인 분들에게 문자 지원은 물론이고 촉각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우퍼조끼와 진동쿠션이 제공됩니다. 뮤지션의 숨소리와 악기 연주까지 역동적으로 표현하는 수어 통역이 있고, 문자 지원도 그냥 가사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어떤 악기가 지금 연주되고 있는지 드럼과 기타 같은 이모티콘도 같이 넣어주는 방식으로,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준비를 합니다.

이렇듯 장애대상별 공연 관람에 장애가 되는 벽을 하나씩 허물어 모두가 함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문화예술에서의 배리어프리입니다.

▲시각장애락밴드 배희관 밴드
▲시각장애락밴드 배희관 밴드

Q. 2012년부터 이 일을 해왔는데, 당시와 비교할 때 관람객들의 편견이나 시각이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나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가 아니라, 장애 관객과 비장애 관객이 서로 무심히 배려합니다. 서로 눈치를 보거나 과한 관심을 주거나 하지 않아요. 저희는 공연 도중에 감각적인 특성으로 소리를 내시는 분들도 계시고, 돌발 행동을 하거나 장내를 돌아다니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비장애인 관객도 이런 부분 별로 신경 안 쓰고, 장애 관객도 다른 사람 눈치 보며 쭈삣거리지 않아요.

 

Q. 현대 첨단 과학은 어쩌면 일반인들보다도 장애를 가지신 분들한테 훨씬 더 필요하다고 보이는데요, 공연에 있어서 이 과학기기에 도움을 받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2013년도부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진동 쿠션을 사용했는데 진동 쿠션은 앉아 있어야 되니까 스탠딩 공연 때는 소용이 없는 거예요. 그때 진동 쿠션을 보듬고서라도 공연을 즐기려고 하는 청각장애인들을 보고 국내외 업체를 뒤져 결국 우퍼조끼를 찾게 됩니다. 2017년도부터는 공연에 맞추어 기능을 최적화시킨 우퍼 조끼를 청각장애 관객에게 제공했는데, 얼마 전 영국 콜드플레이의 콘서트 때 저희하고 똑같은 브랜드의 우퍼 조끼를 공연에 적용하는 걸 보고서는 절로 자부심 같은 게 샘솟더라고요. 매년 공연 때마다 뭔가 하나는 새로운 배리어프리 운영방안을 꼭 넣자는 게 저희 취지이다 보니 청각장애인을 위한 스마트글래스’, 발달장애인을 위한 안심 인형공기압 조끼’, 시각장애인을 위한 AI로봇 등 매년 뭔가 새로운 게 추가됩니다. 나다 가족들이 다들 호기심도 많고 상상력이 풍부해서,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일단 접목해 보는 거죠.

▲우퍼조끼+진동스피커
▲우퍼조끼+진동스피커
▲AI로봇 '나다랑'의 행사 안내
▲AI로봇 '나다랑'의 행사 안내

Q. 갈수록 인구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고, 교통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가 예비 장애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 비장애인들에 대한 아쉬움이나 편견에 대해 토로한다면.

정말 단순한 진실은 장애인이 편하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편하다는 거예요.

장애인이 목숨 걸고 투쟁해서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놓으면 어르신들하고 유모차를 끄는 어머니들 그리고 짐 가방 든 사람들이 제일 많이 이용해요.

그러니까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한 세상인데, 내가 당장 장애가 없어 아쉽지 않으니까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보고서도 외면하고 이해하려들지 않죠.

현재 장애에 관련된 예산은 탈시설이라던가 교육 등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함께 이 세상을 사는 것에 대한 지원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편하든 고통스럽든 어떻게든 살다가 돌봐줄 사람도 없어지고 장애가 심해져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공공시설에 격리될 때, 그 시설에 지원하는 지원금이 대부분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장애와 장애인의 삶에 대한 비장애인의 관심과 이해가 많이 아쉽습니다.

▲공연 시작 전, 주최측이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를 체험하는 관객
▲입장하는 관객을 맞느라 분주한 스텝들

Q. 대표님께서 외국에서 좀 사신 걸로 알고 있는데, 비슷한 경제 규모의 외국과 우리나라를 비교해볼 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나 처우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요?

제가 뉴욕 맨해튼에서 8년을 살고 동경 시나가와에서 8년을 살다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장애인이 안 보이는 대도시는 없어요. 이동 수단이 너무 불편하기 때문에 그들이 밖으로 나올 수가 없는 거죠. 일본에는 출퇴근 시간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버스를 타도 눈살 찌푸리는 사람이 없어요. 그냥 운전할 때 빨간 신호등 걸리는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않습니다. 최근, 장애인 이동권 투쟁하시는 분들에 대한 댓글을 보면 아예 집 밖으로 못 나오게 만들어야 한다는 등 험한 말을 많이 하시는데, 같은 인간으로서 도저히 믿기 힘든 말들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 존재한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고요.

결국 의식의 문제인 건데, 이것은 교육이나 홍보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Q. 대표님이 하시는 이 공연도 사람들의 그 의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저희는 장애 공감 프로젝트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런 기회를 계속 만드는 이유가 몸으로 느끼는 게 제일 오래 남기 때문이에.

▲화이트스틱_시각장애의 다양한 유형을 AR로 체험
▲화이트스틱_시각장애의 다양한 유형을 AR로 체험

Q. 정부 기관이나 지금 이 사회가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법률적으로 꼭 도입했으면 하는 제도나 개선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저는 문화예술 관련해서는 몇 가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적어도 정부 기관에서 관리하는 단체나 건물에서는 장애인의 물리적 접근성이 실효성이 있으면 합니다. 비장애인들의 편리성만 추구해서 지어놓고는, 우리도 장애인 화장실 있는데 하면서 보여주기 식으로 지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기자가 가 본 화장실은 공연장이 있는 층의 조금만 걸어가면 되는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장애인 화장실은 없었다.)

두 번째는, 적어도 공공기관, 정부가 관리하는 문화예술 기관에서는 기본적인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이 필요합니다.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사실은 만나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장애인을 대하는 기본적인 매너나 용어에 대한 인식조차 잘못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세 번째로는, 문화예술 기획자라면 기획단계에서부터 최소의 배리어프리 운영이라도 염두에 두고 기획을 해 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문화예술 행사가 다 그렇듯이 저희도 예산이 모자라 늘 빠듯하게 진행합니다만, 적어도 행사에 자막이라도 추가되면 청각장애인들은 그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거예요. 누군가에게는 그게 정말 소중한 기회거든요.

▲크라잉넛과 수어떼창
▲크라잉넛과 수어떼창

Q. 이 공연을 해 오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요

사실 관객 분 중에 누가 농인인지 청각장애인인지 보기만 해서는 알 수가 없어요. 2015년에 공연 중 스탠딩으로 뛰면서 신나게 노시는 관객들을 가까이 가서 본 적이 있는데 서로 수어를 하고 계신 거예요. 그때 정말 소름이 쫙 돋았어요. 너무 좋았어요.

장애인 비장애인 할 것 없이 그렇게 섞여 노는 그 순간이 너무너무 감동이었죠.

▲역동적인 수어 통역
▲역동적인 수어 통역

Q. 체력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공연을 계속하게 만드는 추진력은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그냥 저를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에 꽂혔을 때, 그리고 뭔가 부당하다고 느꼈을 때 훅 달려가는 것 같아요.(웃음)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시작한 일이라기보다는, 하면 모두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준비하는 과정이 재밌고, 내가 하는 일을 같이 호응해주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페스티벌 나다를 통해 변해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제가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시각장애인 뮤지션이 수어로 노래하고 관객이 함께 수어 떼창을 할 때, 즉 시각장애인이 청각장애인의 언어로 공연을 하면서 시각장애 청각장애, 그리고 장애 비장애의 구분이 없어지는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일 수도 있고,

저시력 장애를 알아보는 장애공감부스에서 약시를 체험하는 안경을 쓴 어떤 어머님이 딸이 15살인데 내 딸이 보는 세상을 처음 봤다라고 말씀해 주실 때의 감동 때문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혹은 짓궂은 중학생 남자아이들이, ‘00 안경이래하면서 장난치며 놀다가, 실제로 시각 장애 체험을 해 본 후 삶의 방향이 달라져서 가는 뒷모습이라던가. 저시력을 체험해볼 수 있는 안경을 고르는 비장애인에게 장애는 선택이 아닙니다라고 말했을 때 그분들의 그 표정들, 암전 공연을 보고 가시는 분들이 계속해서 이 감각으로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라고 sns에 글을 남겨주실 때.

이 모든 게 힘이 되고 그러니까, 진짜 올해까지만 하자 진짜 못해먹겠다 하면서 또 지원서 쓰고 또 하고.

▲Festival NADA 2022 
▲Festival NADA 2022 

Q. 앞으로 대표님께서 이루고자 하시는 목표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바로 눈앞의 것만 보는 성격이라서요, 거창하게 목표를 말씀드리기가 어렵네요.(웃음).

비장애인 중심으로 사고하고 만들어진 사회이기 때문에 장애인이 함께 살기에 불편한 겁니다. 장애 비장애의 구분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냥 기본적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의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 당사자들도 주눅 들지 않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셨으면 좋겠어요. 여자, 남자가 있고, 한국인 외국인이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 장애인이 있는 게 당연한 거니까요. 이 세상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이 더 역동적이고 재밌고 더 사랑할 만한 세상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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