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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넥스트 팬데믹을 위한 축적의 시간
[Column] 넥스트 팬데믹을 위한 축적의 시간
  • 시사뉴스매거진
  • 승인 2022.07.2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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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의 불편한 진실, 그리고 역습

꽃이 만발한 작은 초원에서 황홀한 사랑에 빠진 남녀를 황금빛으로 그린 명작 <키스>의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와 그의 영향을 받았지만 거칠고 매혹적인 작품을 선보인 <죽음과 소녀>의 에곤 실레(Egon Schiele),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 전 세계를 휘몰아쳤던 스페인독감에 이들 사제 간의 생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감염병은 신분, 종교, 빈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 게나 위협적이며 모두의 현안이자 숙제였다.

감염병은 늘 인간을 위협하며 공존해오고 있다. 14세기 중기 유럽 전역을 휩쓸었던 패스트, 앞서 언급한 1918년 발생해 전 세계 약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은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21세기에도 사스, 신종인플루엔자, 메르스에 이어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팬데믹 상황까지 이르렀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55000만 명, 사망자는 635만 명에 달하고 있다. 나의 이웃, 친구, 가족 등 누구라도 감염병에 걸릴 수 있고, 증세가 심각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글_고경철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 센터장·책임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고경철 책임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고경철 책임연구원

 

 

지구온난화와 밀림 내 대단위 가축단지 개발 등으로 인해 기존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인간과 가축이 신· 변종 감염병에 감염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치사율 약 58%의 말레이시아 니파바이러스는 대규모 양돈장 구축을 위해 밀림 지역을 헐어 과일박쥐와 돼지의 접촉이 늘면서 인간에게까지 전염의 위협이 가해지고 있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삶을 위한 것이 결국 인간에게 해를 입히는 아이러니다.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에고(ego)에 대한 감염병의 역습이다.

 

인간, 코로나19에 맞서다

우리는 감염병을 상대로 감시, 예측, 진단, 방역, 예방, 치료 등의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통해 대응할 수 있다. 2019 년 말 중국을 시작으로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하면서, 감염병에 대한 감시와 예측이 실시간으로 긴박하게 돌아갔다. 계속되는 코로나19 확산세에 2020311WHO는 결국 팬데믹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전 세계는 진단과 방역에 의존하며 최대한 감염확산을 늦추는 전략을 통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의 기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치료제의 경우,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렘데시비르가 약물 재창출을 통해 임상 현장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가장 먼저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202112월 화이자의 경구용 치료제인 팍스로비드(Paxlovid)와 국내 1호 치료제인 셀트리온의 중화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 Regdanvimab) 등이 허가되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속도, 자원 투입, 방식 등 모든 분야에 과학기술의 저력과 발달을 보여주었다. 이는 세계 과학 사에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전통적인 바이러스 벡터를 활용한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의 DNA백신뿐만 아니라 이번에 최초로 도입된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백신은 변이주에 대한 빠른 대응에 기여했다. 2022629, 합성항원 방식의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 (SKYCovione)이 국내 1호 코로나19 백신으로 허가를 받았다.

이번 신약 개발의 성공에는 각 기업의 노력과 함께 국내외 다양한 기관과의 지원과 협업이 있었기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치료제와 백신 같은 의약품 개발은 인체에 적용하기 전 후보물질의 유효성과 안전성 평가에 대한 전 임상시험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감염 위험도가 높은 병원체에 대한 후보약물의 유효성 평가는 특수시설에서만 가능하다. ABL3 (animal biosafety level 3, 동물 가능 생물안전3등급)는 외부와 노출되는 생물재해를 방지해 감염 위험도가 높은 병원체를 연구할 수 있는 음압형 특수시설이다. 이를 통해 국내 1호인 렉키로나주와 스카이코비원의 개발 뒤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코로나19 대응 연구 개발지원협의체)의 영장류 활용 유효성 평가인 전임상시험 지원이 있었다. 과거엔 임상 들어가기 전 영장류는 해외 실험으로 진행되었으나, 펜데믹으로 인해 각국에서 통제되고 막혀있던 영장류 활용 효능평가를 자체적으로 성공한 것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보여줬다.

 

축적의 시간, 그리고 질병-X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은 특정 선진국 중심의 치료제·백신 초기 집중 확보로 인해 개발도상국으로의 공급 부족 사태로 이어지는 등 불평등 문제가 글로벌 이슈로 이어졌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치료제·백신이 국가적 차원의 보건안보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이전 국내 감염병 치료제·백신 개발 현황은 신약 개발 경험과 역량의 한계 등으로 선진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뒤처져 있는 상황이었다. 감염병 발생 시에만 치료제·백신에 관한 관심과 투자를 갖고, 종료 시에는 국내 역량 확충에 소홀했던 것도 현실이었다.

이번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치료제·백신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없이는 신·변종 감염병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가르쳐주었다. 보건안보는 물론 백신주권을 위해서도 백신의 자급화는 중요하다. 국내에 자체 백신 플랫폼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면 계속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비용뿐만 아니라 방역 골든타임 차원에서의 손해가 막심할 수밖에 없다. 여러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돼도 재 유행을 막기 위해 독감백신처럼 매년 추가 접종을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1호 스카이코비원 백신의 국내 개발 및 생산은 적기에 접종할 수 있는 능력인 이른바 백신주권에 첫 발을 내디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감염병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백신과 치료제는 어느 한순간의 선물로 다가오지 않는다. 우리 또한 과거 다양한 감염병을 비롯하여 최근의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경험을 통한 축적의 시간이 존재하였기에 이 정도의 대응이 가능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또 다른 성공과 실패의 경험 축적은 미래 감염병과 맞서 싸우는 데 예방접종이 될 것이다. 정체불명의 질병-X (Disease-X)는 끊임없이 인류와 공존하며 위협할 것이고, 우리는 언제라도 닥쳐올 넥스트 팬데믹(Next pandemic)에 대한 대응을 바로 지금부터 시행착오를 줄이며 다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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