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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담아 만든 노래들, 뮤지컬로 완성되어 감동입니다” 히트곡 제조기 작곡가 임종수
“인생을 담아 만든 노래들, 뮤지컬로 완성되어 감동입니다” 히트곡 제조기 작곡가 임종수
  • 시사뉴스매거진
  • 승인 2023.02.0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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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피어있는 정든 고향역

이쁜이 곱분이 모두 나와 반겨주겠지

달려라 고향열차 설레는 가슴안고

눈 감아도 떠오르는 그리운 나의 고향역.

 

히트곡 제조기 임종수 작곡가가 가사와 곡을 만들고 가수 나훈아씨가 불러 1972년 빛을 본 나훈아의 대표곡 중 하나인 <고향역>이다.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귀향에 대한 설렘을 노래한, 고향을 노래한 대표적인 곡 중 하나다. 전북 순창 출신인 임종수 작곡가가 둘째형이 살던 이리(현재 익산)에 있는 남성중·고등학교를 열차로 통학하며 인상에 남았던 황등역과 이리역(현 익산시) 사이의 코스모스를 보며 이 곡을 만든 것이다. <고향역>이 탄생 50여년 만에 노래에서 창작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주최하는 ‘2022년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익산예술의전당·함안문화예술회관·제주도문예회관·서귀포예술의전당·뉴스테이지가 참여해 공동 제작한 것으로, 93일 전북 익산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93일 익산 예술의전당에서 임종수 작곡가를 만나 고향역과 고향에 얽힌 소회를 들었다.

 

오랜 가수의 꿈, 실현 직전 작곡가로 진로 변경

임종수 작곡가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수를 꿈꿨다. 초등학교 시절 각종 장기자랑을 독차지하던 그에게 이미 순창은 좁은 무대였던 것. 가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상경했으나 경비 등 만만치 않은 사정으로 다시 순창으로 내려와 1962년 한국방송(KBS) 광주방송국과 전주방송국 전속가수로 활동하다가 군대에 입대했다. 군 전역 후 동대문 소재 계수남 음악학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가수의 꿈을 이어갔다. 밤이면 철제 책상을 나란히 붙여놓고 그 위에서 잠을 잤고, 밥은 학원 옥상에서 석유풍로에 끓여먹었다. 1967년 작곡가 나화랑 선생에게서 호반의 등불’, ‘항구의 인사두 곡을 받고 꿈에 그리던 가수로서의 길을 걷게 되나 싶었다. 그러나 일주일 동안 수십 번을 반복해서 연습한 후 내린 판단은 가수의 꿈을 포기하자는 다소 의외의 결론이었다. “그때까지 전혀 깨닫지 못했었는데, 내가 부른 노래를 직접 들어보니 노래에 너무 개성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음색이나 창법, 기교 등 가수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들이 거의 1930년대 스타일과 같게 느껴졌습니다. 당시 미8군 무대에서 활동하던 가수들과 팝송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던 때라, 더더욱 그런 생각이 커져갔습니다. 그리고 거울 앞에서 본 내 얼굴도 텔레비전에 맞는 얼굴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들 임지상 군, 임종수 선생, 딸 임지선 양

 

고향 길 추억담은 <고향역>으로 작곡가 명성 알려

여기까지가 인생 1막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인생 2막인 셈이다.

나화랑 선생에게 이 뜻을 전했더니, 예상하지 못했던 제안을 했다. 작곡을 해보라는 권유였다. 작곡을 배워본 적이 없던 그는 혼자서 머리를 쥐어짜며 곡을 썼다. ‘돌아가 주마라는 곡이었다. 나 선생은 그 곡을 피아노로 쳐보더니 처음 작곡한 사람이 이런 곡을 쓸 수가 없다. 너는 반드시 작곡으로 성공한다고 칭찬했다. 그는 악상이 떠오를 때마다 곡을 만들어봤지만, 세상은 결코 인간 임종수에게 쉽사리 작곡가라는 타이틀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무작정 상경해 무진 고생을 하는 자신의 고단한 삶을 비유해 만든 차창에 어린 모습이라는 노래가 그를 작곡가로 이끌어준다.

우여곡절 끝에 당시 최고의 인기가수 나훈아와 만나게 되고, 이 곡을 그에게 전달하는데 성공한 것. 그러나 노랫말이 정부의 국민의식개혁 운동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방송 불가판정을 받게 된다. 이쯤이면 누구나 포기라는 단어를 꺼낼법했다. “나훈아 씨가 노래가 너무 아깝다며 가사를 고쳐달라고 고마운 제안을 해주더군요. 학창시절 황등역에서 이리역까지 열차로 통학하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랐습니다. 그때 기찻길 옆에 핀 코스모스를 보면서 고향의 어머니를 생각했던 기억을 떠올려 노랫말을 쓰고 곡을 다듬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고향역>19722월 전파를 타기 시작해 공전의 히트곡으로 남게 됐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던 때였습니다. 혼자 김밥과 콜라로 점심을 먹는데, 동네 친구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점심을 먹은 후 <고향역>을 부르며 춤추고 놀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너무 감격스러워서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그가 살아온 생을 그린 <고향역>은 그해 가을 전국을 뒤덮었다. 작곡가 임종수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임종수 작곡가가 만든 노래는 고향역을 비롯해, 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남진의 모르리’, 최진희의 가져가’, 태진아의 옥경이’, 박윤경의 부초’, 인순이의 착한 여자’, 조항조의 남자라는 이유로’, 장윤정의 애가 타등 누구나 제목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노래들이다.

 

13개 히트곡 담은 창작뮤지컬 <고향역>인생의 보람 느껴

임종수 작곡가의 명곡들을 모아 구성한 트로트 주크박스 창작뮤지컬 <고향역>3일 익산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펼쳐졌다. 이 뮤지컬은 함안문화예술회관을 주축으로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과 익산 예술의전당, 서귀포예술의전당, 뉴스테이지와 함께 공동배급을 위한 업무 협약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으며, 2022년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에 선정돼 제작된 뮤지컬이다.

<고향역>은 가족과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한 작품이다. 다리가 불편한 아들과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모시는 규한까지 3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들과 아버지가 사라지고 규한은 둘을 찾아 익산행 열차에 오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열차 안에서 일어나는 특정 사건으로 규한이 아버지의 과거를 여행하게 되는 신비로우면서도 마음 아픈 이야기다.

누구나 한번 들어보면 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임종수 작곡가의 13개 히트곡이 흘러나온다. 나훈아의 '고향역', '대동강편지', 남진의 '사랑하며 살 테요', '모르리', 장윤정의 '애가 타', 태진아의 '옥경이' 등 히트곡만 모아 뮤지컬 넘버(뮤지컬에 나오는 노래)를 구성했다.

수많은 히트곡들을 만들어 온 임종수작곡가에게 <고향역>은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사실상 오늘날의 그를 있게 해준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임종수 작곡가는 대중가요를 뮤지컬로 만들어 공연한 일은 국내에서 드문 일이라며, “세상에 태어나서 드물게 행복하고 뜻 깊은 날이라고 소감을 뮤지컬 공연 소감을 밝혔다.

내가 작곡한 노래를 사람들이 부를 때 느껴지는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외모와 음색, 환경 등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다고 판단, 오랜 꿈인 가수의 꿈을 포기하고 작곡가로 변신해 히트곡 제조기의 명성을 얻은 비결은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작곡가의 외길만 걸었기에 가능할 일이다.

임종수 작곡가의 아들(지상)과 딸(지선)이 예명 온리(only)로 강천산애기단풍(고추장, 강천산)과 그러거나말거나로 지난해 가수로 데뷔해 기대가 되고있다.

작곡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주변 생활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인 음률과 결코 다른 사람과 같은 노래를 만들지 않겠다는 철학으로 오늘날의 명성을 얻은 임종수 작곡가의 고향 가는 길에 코스모스가 수놓아져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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