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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와 덕목
기본기와 덕목
  • 유미라
  • 승인 2023.02.17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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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키우기란 지금 생각해도 참 어렵고 힘든 과제다. 너무 애지중지해도 탈, 너무 엄하게 해도 탈이다. 그런데 어린 자식에게 기본자세를 익히게 할 때 부모의 태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릴 때 다소 엄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동서고금의 일치된 의견이 아닐까 싶다. 어린 자녀가 아빠를 어렵지 않게 여기면 힘든 과제를 실천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다만 자식을 너무 엄하게 대하면 어린아이의 기를 꺾을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오냐오냐'하면 자식이 부모를 이기려고 한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식은 엄하게 키워야 길하다."라는 말이 끝내는 더 호응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필가 조영환
수필가 조영환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축구스타 손흥민 축구 선수가 아닐까 싶다. 필자도 요즘 사는 재미중의 하나가 유럽에서 손 선수의 경기를 보는 것을 꼽을 정도다. 
손흥민은 고교 중퇴학력이 전부다. 독일 프로 무대를 거쳐 영국에서 전성기를 맞고 있는 손 선수는 부친인 손웅정 씨가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이른바 '홈스쿨링(home schooling)'을 해서 아들을 세계적인 축구 선수로 키웠다. 부모가 직접 홈스쿨링을 할 경우 자녀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문제는 자녀가 부모의 가르침을 제대로 따라 주느냐가 관건이다. "자식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직접 가르치지 않아야 한다."고 맹자가 강조한 이유도 부모와 자식 간의 특수 관계 때문이다. 


부모라면 자식이 다른 아이들보다 똑똑하기를 바란다. 그럴수록 자녀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다. 그럴 경우 십중팔구 부모의 욕심이 커지기 마련이다. 아버지 손웅정 씨는 프로 축구 선수 출신으로 '실패한 선수'였다. 


손 씨는 국내 실업팀에서 스물넷의 젊은 나이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그 길로 춘천으로 가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유소년 축구 육성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현역 시절 늘 자신이 제대로 공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에 큰 불만이 있었다. 축구 선수가 축구공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면 스타가 되기는 어렵다. 
손 씨는 그 원인이 자신이 받은 교육 시스템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아들인 손흥민 만큼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에서 가르치고 싶었다. 그것이 손 씨가 홈스쿨링에 나선 이유다. 그가 아들에게 적용한 첫 번째 시도는 바로 기본기 훈련이었다. 축구 선수는 무엇보다 공을 잘 다뤄야한다. 쉽게 말하자면 공이 몸에 붙어 다녀야 한다. 


그 비결은 처음부터 기본기를 익히는 것밖에 달리 비결이 없다는 게 손씨의 지론이다. 손웅정 아카데미에서 유소년들을 지휘하고 있는 손 씨는 이러한 축구 철학을 아들 흥민에게 엄격하게 적용했다. 그는 기본기의 중요성을 대나무에 빗댄다. 대나무가 땅 위에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무려 5년 동안 땅속에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 뿌리를 뻗을 수 있는 거리를 다 확보하면서 뿌리를 뻗는 기간이 무려 5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 이후 대나무는 지상에서 하루에 무려 70cm씩 자란다고 한다. 말하자면 아버지는 아들을 5년 동안이나 대나무처럼 기본기를 뿌리내리게 하는 반복훈련을 하게 했다. 기본 훈련의 핵심은 하체 단련과 볼 컨트롤을 위한 리프팅으로 이를 가혹할 정도로 오랫동안 반복 훈련시켰다. 한겨울에는 손 씨가 학교 운동장 눈을 치워 놓고 뛰게 했고, 무더운 여름날에는 나무 그늘 밑에서 볼 컨트롤 훈련, 훌라후프 10분 이상, 그리고 매일 그라운드에서 원하는 지점에 슈팅 훈련, 90분 내내 고개를 좌우 살피는 훈련에 집중하며 빠른 판단력을 키우게 했다. 이렇게 하면서 손흥민은 '연습 벌레'가 됐다. 
아버지는 기본기만큼은 아들 손흥민이 최고라고 자부할 정도로 엄하게 시켰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강조한 또 하나의 덕목은 바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었다. 지난해 손흥민은 태클하다 상대 선수가 크게 다쳤고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 당해 큰 위기에 빠졌었다. 


그런데 영국축구협회에서는 이례적으로 레드카드를 취소했다. 손흥민은  태클로 인해 상대 선수가 큰 부상을 당하자 얼굴을 감싸고 마치 죄인인 양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 화면은 전 세계로 대대적으로 전파를 탔다. 이 장면에 손흥민의 위기 탈출 비결이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홈스쿨링을 하면서 늘"겸손하게 살아라. 상대방을 높이고, 나를 낮춰라."라면서 겸손의 힘을 각인시켜 주었다. 
위기에 처할 때 한 사람의 인격이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평소에 겸손하고 배려를 몸소 실천한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받고 위기에서 벗어날 힘을 얻는데, 손흥민 선수가 바로 그러한 경우였던 것이다. 손흥민은 영국 언론에서도 '인성 스타'로 더 후한 점수를 받았는데 그 비결이 바로 아버지의 교육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에스코트 키즈(어린이)의 머리 위에 손을 얹어 비를 막게 해 주는 장면이 포착돼 '매너 손'이라며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선수"라는 언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따뜻한 부성애가 동반되지 않은 아버지의 엄한 가르침은 자칫 자식을 어긋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기를 철저하게 가르치면서 또한 인간미의 기본기인 겸손을 몸에 익히게 한 손웅정 씨의 인생철학은 자녀를 가르치는 부모에게는 큰 가르침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이다. 자녀들이 자기애성(哀聲)의 성격장애는 과잉보호를 받아서 유아기 때의 미숙한 자기애가 지속되거나 극심한 좌절을 경험하여 현실 도피 수단으로 상상 속의 위대한 자기 모습에 집착하거나 부모로부터 공감과 관심을 받지 못하여 자기 외에는 자기를 인정하거나 위로해 줄 사람이 없을 경우에 발생한다. 부모들이자녀를 양육하는데 필수 기본암기 과목이다.
겸손은 상실과 좌절에 대처하면서 피어나는 꽃이다.

자기 겸손을 실천해 보는 방법 중에서 첫째가 신뢰하는 것은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정중하게 사과하기 등등을 해보는 것이다.  겸손은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낮추는 태도에 있다. 예수님은 상대방에게 본인의 최대의 품격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모두 겸손이라고 했다. 이제 다가온 새해에는 다 같이 아주 낮은 곳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상대를 존중히 여기는 태도로 행복한 한 해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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