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기업보다 많은 특허 보유
김 교수가 건축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처음 근무했던 곳은 ㈜계명구조엔지니어링(구, 계명구조기술사사무소)였다. 이후 그는 비비엠코리아(주) 기술연구소, 신일씨엔아이(주) 기술연구소, ㈜지승씨앤아이 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해왔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구조엔지니어링 설계, 건축·토목 분야의 다양한 연구개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재산권을 고안·발명과 건설 신기술을 개발해왔다. 2015년부터는 직장에 근무하면서 겸직으로 회사를 창업, ㈜엔테이지 대표이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그가 개발한 건설 신기술(730, 774호)은 286건의 현장 적용을 기록하고 활용실적이 무려 911억 원에 이른다. 한 연구자가 이룩해낸 건설 신기술의 성과로는 매우 대단하다는 평가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에게 수상 배경과 소감에 대해 우선 질문해보았다.
“세월이 흐르고 한 직업에서 꾸준히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수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원래 기술을 개발하고 발명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이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한때는 제 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허 건수가 대기업보다 많았을 때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구조를 전공했고 실험도 많이 하니까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 성공률이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처음 건축 분야에서 엔지니어링을 하다가 허리디스크로 몸이 좋지 않아 신기술 및 특허 컨설팅했던 것이 오늘날을 있게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또 과거 건설 경기가 좋았던 점도 한몫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의 영광스러운 수상을 하기까지 저를 있게 해준 과거의 동료들 선배들, 대표님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저의 후배들도 많은 열정과 호기심, 지적인 재미를 느끼면서 이 분야에서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김 교수는 특히 국내 최초로 신축조인트를 제거한 무조인트 교량 기술에 관해 건설 신기술 제698호(PIA), 제818호(BIB)를 실용화시켰으며, BIB거더공법은 PSC 거더 기술로 교량 주요 공법의 한 축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 건축은 민간 주도형이지만 물류창고나 복합문화시설물, 자주식 주차장 등에 국내외 최초로 8m 무동바리 강제 데크기술로 신기술 제780호(CAP Deck)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지지하고자 개발한 제843호(AU합성보) 신기술이 최근 설계단계부터 시공단계까지 우수한 대안 공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김 교수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건축구조 및 토목구조 분야에서 구조설계 업무, 국가연구개발 참여, 건설 현장의 기술지원 분야가 크게 발전했으며, 더 나아가 ‘보다 새로우면서 시대적으로 적절한 신기술·신공법’의 시대를 열어왔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국민 생활에서의 편의 증진과 함께 건설 기술의 활성화에도 크게 이바지했다고 볼 수 있다.
미래 건설 기술에 중요한 디지털 트윈
김 교수의 업적은 단순한 신기술 개발은 아니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의 기술로 인해 수많은 비용이 절감되어 건축회사들의 부담을 줄였다는 점도 크게 인정할 부분이다. 건축물의 노후화에 따른 증축이나 보수보강에 활용되는 ‘건설신기술 제818호 HRA앵커공법’ 기술은 현장 적용 7건, 신기술활용금액 1.9억원에 실적을 올렸다. 또 최근 들어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대형 물류창고나 복합시설, 주차빌딩 등이 수요가 증가하여 건설 신기술 ‘제843호 AU합성보 공법’, ‘제893호 TH Beam 공법’이 경쟁 기술로 주목받아 설계단계부터 시공단계까지 다양하게 검토되고 있으며 점차 활용실적이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향후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김 교수의 눈을 미래로 향하고 있다. 점차 혁신적으로 변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건설 기술도 이에 발맞추어 변화되고 더 진보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여러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상인식을 통한 디지털 트윈은 미래 건설 기술에서도 매주 중요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이러한 디지털 기술들이 아날로그적 비체계화된 현장에 접목되고 융합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술이 현장에서 살아 숨쉬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저와 같은 실무를 바탕으로 한 ‘중간 매개인’이 더 많아져야 진보화된 체계화 기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무조건 ‘디지털’을 외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현장과 얼마나 잘 접목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론과 현장에서 생기는 오차를 인식하고 이를 계속해서 맞춰나가려는 노력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김 교수가 해왔던 또 하나의 중요한 업적이라면 단연 후진양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2020년부터 국립목포대학교 건축공학에서 교육, 봉사, 연구 등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학생과 교육자 간의 파트너십’ 자세로 그동안 현장에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고자 노력해왔다. 아울러 공학 활동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맞는 디자인(design)이나 상품(product)을 이끌어 내는 교육 실현’에 중점을 두고 젊고 창의적인 엔지니어 후진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그 사례로 2020년부터 매년 한국건설교통신기술협회가 주관하는 ‘건설신기술 슬로건 공모전’에 목포대 학생들이 꾸준하게 참여했으며, 그 결과 우수상, 최우수상을 받은 적도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건설 신기술을 이해하고 활용방안을 고민하는 등 미래 신기술의 저변 활성화에 심혈을 기하고 있다. 또 그는 지난 24년간 현장에서 축적한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지역기업과의 산학공동기술개발에 앞장서고 있으며, 시장 애로사항 해결, 특허 권리 확보 방안, 기존기술의 개량과 유지 등에서 일련의 지식 창출을 통한 산학공동 상생노력을 실천하고 있다.
김 교수는 여느 교수들과는 다른 조금은 특별한 인재 양성관을 가지고 있다. 리포트를 손으로 쓰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보다 큰 꿈을 꾸고 있는 제자가 있다고 하면 아예 서울로 보내서 공부하라고 권한다는 것. 물론 이것은 지금 몸 담고 있는 대학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더 큰 곳에서 공부한 후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가 공헌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한 오늘 하루의 삶
“우리 국립목포대학교는 서남권 거점으로 좋은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인재들을 길러내고 더 넓은 곳에서 공부해서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충분한 베이스 기지입니다. 앞으로도 목포대가 이러한 일을 잘 수행해내길 기대하며 저 역시 여기에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학교에서 인재를 가르치면서 교학상장(敎學相長)을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배움을 통해서 학생들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저 역시 함께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쪽 건설 분야의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 저는 저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많은 아이디어는 ‘손’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손의 감각이 건축공학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손으로 직접 쓴 레포트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김 교수는 늘 학생들에게 공자의 말씀인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를 강조한다.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지금하고 있는 수업, 그리고 자신이 선택한 건축이라는 분야를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자 한다. 김 교수는 자신이 수상한 것 보다도 목포대 재학생 추현우군이 ‘미래의 건설기술, 우리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책임지는 건설신기술’ 로 슬로건 학생부문 최우수상을 받아서 더욱 기쁘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이제 50대 중반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 50대라는 나이는 남자들에게도 많은 성찰과 깨달음을 주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는 “삶이란 어제가 오늘을 결정하고, 오늘이 내일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늘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 하루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것이 종국에 큰 성과로 다가온다고 믿는다. 어떻게 보면, 이제까지 김영호 교수가 해왔던 ‘어제’ 일이 대한민국 건축업의 ‘오늘’을 결정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가 지금과 같은 열정으로 ‘내일’도 개척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