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시절, 사찰의 종소리에 매혹
선광 스님이 출가한 지는 올해로 49년째이다. 혜법 스님을 계사로, 현근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그 이후 서울 조계사 총무국장, 대구 동화사 총무국장, 서울 호압사 주지, 대구 안일사 주지를 거쳤다. 이후 제16, 17, 18대 중앙종회의원에 당선되었으며 현재 성불사 주지와 하남불교사암연합 회장으로 봉사하고 있다. 특히 성불사 주지의 소임을 맡은 이후로 주변을 정비하는 등 성불사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찰 앞에 있는 부지를 매입해 주차장을 만들어 신자들의 편의성을 대폭 높인 것은 물론이고 600평 여 평의 공간을 아름답고 효율적으로 가꿀 예정이다. 이를 통해서 사찰의 격을 한층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성불사는 서울 서남권을 대표하는 기도 도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신앙공동체로서의 면모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도심권의 자연 속에 있는 사찰은 그 자체로도 현대인들이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가져다 줍니다. 누구나 찾아와서 자연과 어울릴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신앙의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성불사를 잘 가꾸면 향후 송파, 위례, 하남을 잇는 신앙공동체를 이루는 사찰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강의실 등을 조금 더 확장하게 되면 더 많은 이들이 부처님의 지혜를 습득하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넘어야 할 장애물도 존재한다.
성불사는 입지 조건은 매우 좋지만, 환경이 다소 열악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그린벨트 지역에 있으며, 전통 사찰이 아닌 지방문화재라서 국비를 지원받을 조건이 되지 않아 국가의 보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을 자력으로 해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노력을 멈추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지역민들은 물론 청소년들의 정신적 건강을 간절하게 회복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자라는 청소년들은 물질적인 세계가 주는 삶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정신세계가 빈약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 한국 청소년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너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불교에서는 자기 자신을 죽이는 것도 살생(殺生)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이들이 명상을 하고, 이를 통해 계도, 계몽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청년들도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모두 어우러져서 참으로 문화적, 신앙적, 교육적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보시의 마음으로 약자들 도와야

선광 스님이 불교와 인연을 맺은 것은 ‘스님에 대한 막연한 동경’ 때문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특별한 신앙이라는 개념이 아니었으며, 스님이라는 존재가 매우 특별하게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사찰에 종이 많지만, 스님이 어렸을 때는 종 자체가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가끔 멀리서 들려오는 사찰의 종소리는 아련한 감정을 자아냈고 무엇인가 적지 않은 사연을 담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고 한다. 어린 시절의 선광 스님은 바로 그런 소리가 매혹적이었고, 그런 사찰에서 수행하면서 살아가는 스님의 모습이 좋았다고 한다. 그렇게 출가를 한 뒤, 그 오랜 세월 동안 선광 스님은 늘 새벽에 일어나서 수행 생활을 해왔으며 출가자로서의 본문을 잊지 않고 ‘처음 마음먹은 깨달음’을 오늘도 가슴에 품고 정진하고 있다. “누군가 ‘불교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죄악을 막고 선을 봉행하는 것’이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더 많은 세속적인 사람들이 불교적인 의미에서의 윤리적인 삶, 도덕적인 삶을 살았으면 하고 바랍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청빈거사(淸貧居士)처럼 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세대 간, 빈부 간, 지역 간 갈등을 이겨내고 부처님의 동체대비(同體大悲)을 통해서 갈등을 해소하고 관계 속에서 융합, 화합하는 일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체대비란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서도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힘들고 약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자비를 펼쳐서 사랑하고 조건 없이 나눔을 하라는 것이다.
불교에서 보시(布施)가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생각에서 기인한다. 물질은 물론, 가슴으로 우러나는 사랑과 배려로 중생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하나가 되려는 것이 진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이야기다. 더불어 선광 스님은 말보다는 자기의 행동 하나 하나를 통해서 포교하고 싶다는 말을 전한다.
“49년 전 전에 처음 출가할 때를 생각해보면, 정말로 세월이 무심하게 흘러간 것 같습니다. 그때 큰 스님께서는 저에게는 ‘부처가 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라’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지금도 그 목소리가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사회적으로는 윤리와 도덕을 지키고, 불교적으로는 계율을 지키라는 엄중한 말씀이셨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종교가 무엇보다 ‘근본’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자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저의 일거수일투족이 타인에게 비난받지 않는다면 더 많은 포교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여기에 더해 부처님의 근본 사상을 잊지 않으면 한국불교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도의 힘을 현실에서 만들어 내기 위해 선광 스님은 마지막으로 현대인들이게 ‘날마다 기도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기도는 자기 가슴을 정화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특정한 일이 없더라도 자신을 되돌아보고, 관계를 다시 생각하면서 기도하는 생활이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줍니다. 그것이 비록 기복 기도라고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살면서 복을 달라고 하면 복을 주십니다.
특별한 시간을 가지는 것보다는 늘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기도를 올리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일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선광 스님은 마지막으로 ‘기도의 3가지 가피(加被)’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기에서의 가피란, ‘부처님이나 여러 불·보살들이 자비를 베풀어서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는 힘’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도를 하게 되면 중생은 3가지 가피를 얻을 수 있다. ▲몽중가피(夢中加被) ▲현전가피(現前加被) ▲명훈가피(冥勳加被)가 그것이다. 몽중가피를 꿈을 통해서 예시하면서 기도를 성취하게 해주는 것이며, 현전가피는 불·보살님이 바로 눈앞에 나타나서 구제해주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명훈가피는 꿈 속에도 나타나지 않고 눈 앞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저 생각만 하면 그대로 다 이루어지는 것으로 앞의 3가지 가피 중에서도 가장 힘 있고 뛰어난 능력이다. 선광 스님은 험난한 인생에서 지혜를 통해서 대응하고 난관을 이겨나가기 위해서는 하루에 단 몇 분이라도 기도하는 마음을 살아간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이러한 기도의 가피는 꼭 불교를 종교적으로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늘 기원하고 조심하고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롭고 행복해질 수 있는 생각이 든다. 또 스님은 ‘하루하루 기쁘고 성실하게 살아간다’는 말을 전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은 아주 특별하거나 즐거운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늘 살아가는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갈 때 우리의 삶도 아름답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