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더욱 큰 고통을 초래한다. 이것이 우리가 기후위기에 주목하는 이유이며, 앞으로 ESG가 시대정신을 담아 선 실행해야 할 과제에 우선순위에 서있는 출발점이다. 본 기고문에서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ESG 자원순환과 나눔’이라는 의류산업계의 현실과 제언으로 시작해 보려고 한다.
의복(Clothing)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세 가지 요소인 의·식·주 중 하나로, 몸과 외모를 보호하거나 꾸미는 것을 포함한다. 단순히 신체 보호와 보온의 기능으로서 의류패션 제품을 활용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의류패션 제품이 착용 자체로 자신의 직업, 성향, 개인과 공동체의 정체성(identity)을 드러내는 도구임을 직·간접적으로 알리고 있으며, 현대사회 안에서 패션 의류 산업은 우리가 향유하는 중요한 문화적 요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패션 의류 산업이 야기하는 사회적 문제 또한 도외시해서는 안 된다. 첫 번째는 2013년 방글라데시의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다. 당시 건물에 입점한 업체는 대부분 봉제 공장이었다. 이 사고로 1,129명이 사망하고, 2,5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초기 4층짜리였던 건물을 무려 9층까지 무리하게 증축하다 붕괴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던 산업재해로 기록되었다. 이를 통해 개도국의 노동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는지 여실히 들어났다.
글로벌 의류 기업들은 개도국의 의류생산 노동자들에게 더 빨리, 더 많이 생산을 요구하는 반면, 노동자들 높은 노동 강도와 긴 근무시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으며, 허술한 안전 관리 속에서 일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보여 주고 있다. 또 다른 예는 의류 제작과 폐기물 영역에서 일어나는 환경오염 문제다. 실제 섬유패션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7∼10%, 해양 미세플라스틱 배출량의 20∼35%, 살충제 사용량의 10∼25%,를 차지하는 등 환경오염 물질을 대량 배출하고 있다(Niinimäki et al., 2020년 자료).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섬유패션 제품 및 원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대량의 에너지, 용수, 화학약품, 살충제 등을 사용하는 데 따른 토양 및 수질오염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의류폐기물에 대한 환경 개선이나 재활용 기술 연계 영역은 답보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전 세계의 중고의류 수출 판매 현황을 살펴봤을 때, 우리나라도 상위 5위에 속해 심도 있는 반성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고의류 수출대국이라는 타이틀은 결코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다. 13억 인구를 지닌 중국이 4위의 뒤를 잇는 우리 의류 시장의 패턴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패스트 패션과 함께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인프라 덕분에 의류 소비가 과거보다 훨씬 더 쉬워졌고, 오프라인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쉽고, 빠르게 그리고 저렴하게 의류를 구매할 수 있는 조건이다. 과거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던 건 명품 브랜드였지만, 명품의 디자인과 스타일을 모방한 중저가의 패스트 패션이 다품종, 소량생산 패턴을 앞세워 고가 명품 대체제로서 패션시장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 패스트 패션은 저렴한 원단만큼 내구성이 떨어지므로 짧은 기간에만 입고, 또다시 구입하는 소비패턴을 양산하며, 의류 폐기물 축적의 원인이 되고 있다. 요즘 MZ 세대의 트렌드에서는 거부할 수 없는 패스트 패션 현상을 감안하더라도, 그로 인한 각종 환경오염은 두고두고 쌓이는 폐해인 것이다.
이에 중고의류 수거의 선순환을 통해 의류 폐기물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견해가 등장하고 있는데, 충분히 대안을 준비하고 공감할 만하다. 중고의류 수거업체에서는 신발, 가방, 봉제인형, 옷으로 분류하여, 그중 훼손이 있거나 오염된 옷들은 소각처리업체로 보내는데, 수거량의 95%는 해외로 수출되고, 3%는 국내 중고매장에서 소화하며, 나머지 2%는 정비소, 인쇄소에 기름걸레로 판매된다. 소각되는 의류는 35%에 달하는데, 그 처리 비용만 업체당 한 달에 약 1,000만 원이라고 한다. 결국 중고의류 수거 시스템의 운영이 비중 있는 해결 방안으로 자리 잡으려면, 국내 업사이클링 인프라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국내에서도 터치포굿, 레:코드 등의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이 폐자원을 활용하며, 시장에서 점점 영향력을 늘려가는 소통이 확장되어야 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패션산업은 원료부터 제조 과정까지 자연환경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목화 재배에는 많은 물이 필요하고, 제초제와 비료 등은 토양을 오염 시킨다. 청바지를 포함한 각종 의류의 염색과정에서도 엄청난 양의 공장 용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섬유산업은 제조과정에서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10%에 이르는 120억 톤의 탄소를 매년 배출하고 있다. 생산을 줄여야 하지만 이윤을 목적인 기업에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버버리(Burberry)가 재고품 증가에 따른 브랜드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최근 5년 동안 약 2,860만 파운드의 의류와 화장품 재고를 소각한 것을 비롯하여, H&M, ZARA 등 패스트 패션과 나이키, 아디다스 등도 재고 소진을 위해 할인까지 감행하며, 과잉생산한 제품을 시장에 그대로 유통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에 매년 기부되는 품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바로 의류다. 이는 의류가 그만큼 많이 소비되고, 순환되고 있다는 뜻이다. 20년간 의류를 포함한 재사용품 판매 루트 확대, 물품의 생애주기 연장뿐만 아니라 업사이클링 사업을 통한 소재 발굴 및 재활용 등의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이유 또한, 자원 순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며, 자원순환이 생태적, 사회적으로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를 지속적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재사용품 판매량에 따른 탄소저감 지수를 계산했을 때 의류를 포함한 기부물품 판매의 탄소배출 저감산정량은 약 1,181,638kgCO2e로 이는 수령이 30년인 소나무 13만 7,396그루를 심고, 종이컵 1억 7,224만 5,677개와 비닐봉투 2,488만 6,380개를 절약한 거와 같다.
우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러한 구조적 취약점을 보안하고, 예방하는 측면에서 ESG를 접근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더욱 큰 고통을 초래한다.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들을 사전에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재사용 나눔가게 및 기타 사업에서 얻은 수익금을 공동체와 기후위기 취약층에 전달하고, 쪽방 건물 에너지 진단 지원이나, 수해지역 긴급구호, 숲나눔 조성 등은 모두 기후위기와 관련이 있다. 곧 기후 리스크가 경제 리스크에 직결되는 바로미터임을 보여 주고 있는 대목이다. 물론 지역 전문가 그룹과 협업하여, 단순 물품 지원을 넘어 심리치료 및 관련 정보 교육 제공은 사회적 안전의 선순환 작업의 시작일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폐지를 수집하는 어르신들을 단순히 수혜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지역 안에서 수행하는 재사용 기여도까지 고려했다는 것이다. 폐지를 수집하는 어르신이 주로 활동하는 도시 아파트 외 지역의 폐지 수집 및 재활용에 60% 이상 기여한다는 분석 내용을 살펴보면, 이분들의 기여도가 예상보다 큰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따라서 폐지를 수집하는 어르신을 지원할 때는 단순한 지원을 넘어 친환경 활동과 그 역할에 대한 인정과 보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후위기 문제에 대해서는 전 사회적인 기후정의(Climate Justice) 측면에서 세세한 점검이 필요하다. 또한 그 안에 숨어있는 차별과 불평등, 약자들의 소외감에 주목하고, 위기가 초래할 공동체성 약화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위기에 예방적으로 대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ESG의 책임이자 의무인 것이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대중과의 소통과 수용성을 고려하여, 재사용 문화 확산을 위한 친환경적 인식개선 캠패인 및 옹호 활동 등 다양한 참여 루트를 제안할 필요가 있으며, 기업은 진정성있는 친환경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기업단위의 그린워싱(green washing)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이와 같이 정부의 역할도 중요한데, 예산확대 등과 같은 정책 및 자원 운용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금 더 부연하자면, 의류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재사용 가게 이용 시 현행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 제도를 활용해 탄소포인트를 적립하여, 생활에 활용하게 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환경 캠패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접점확대도 필요하다. 개인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특히 기업은 친환경을 일종의 마케팅 요소로 활용할 것이 아니라, 환경적으로 책임의식을 가지고 그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의류의 경우에는 라벨 정보를 바탕으로 해당 제품이 얼마나 지속 가능하며, 재활용 및 수선이 용이한지에 대한 정보를 반드시 기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기업이 미 판매 제품 매립량을 공개함으로써, 소비시장의 신뢰를 끌어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유럽연합의 결정처럼 재활용섬유 일정 비율 이상 사용 의무화, 내구성 일정 수준 이상 구현, 재고물품 대량 폐기 금지 규정을 제안하는 등 관련 규제 시행에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
‘단 한 사람도 소외하지 않을 것’이라는 2016년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공동의제는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 시대에도 동일한 울림을 주고 있다. 지구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조금씩 세심하게 나와 내 주변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나에게는 더 효용이 없는 물건을 기부하여 물품을 재사용하는 것, 더 나아가 내 주변의 위기에 취약한 지대나 이웃이 있는지 살피는 것, 기부를 하는 것 등, 이 모든 실천이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우리 사회 연대를 더욱 강하게 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나눔과 순환의 아름다운 선순환 구도를 만드는 것도 결국 ESG의 작은 실천이다. “작은 성공을 반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