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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이 부활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육체노동’이 부활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 종합시사매거진 김현창 기자
  • 승인 2024.03.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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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인간의 많은 역할과 기능을 대체하리라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상식에 해당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직업적 미래를 고민하기도 하고, 또한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고심을 거듭한다. 그런데 이런 물결에서 무풍지대가 있다. 바로 육체노동이다. 일명 블루칼라라고 불리는 이러한 노동의 종류는 그간 무시를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식 노동자의 역할이 커지고, 중요하게 대접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육체노동자가 경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의 영역은 지식노동자 쪽에서 훨씬 많다. 압도적인 딥러닝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인간의 지적 영역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인공지능이 유일하게 약한 분야가 있다. 바로 육체노동이다. 물론 앞으로 로봇이 육체노동을 대신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패턴화가 가능한 지극히 단순한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다시 육체노동의 황금기가 오고 있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선진국 고령화가 육체노동 임금 상승 주도

자본주의가 심화할수록 임금 격차가 가속화되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었다. 그래서 지식 노동자, 엘리트의 임금은 높고, 반대로 육체노동자, 블루칼라의 임금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점차 부익부, 빈익빈의 상태가 가속화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과거에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오히려 육체노동자의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블루칼라의 노다지 시대가 열렸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경우에는 육체노동자의 임금이 약 30%가량 치솟은 것으로 알려진다. 기계공의 경우 시간당 한화 3만 원, 목수는 32천 원 수준이다. 하루 8시간만 일해도 24~26만 원 수준이다. 5일 근무만 한다고 하면 한 달에 600만 원이 넘는 금액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렇게 육체노동의 임금이 높아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선진국의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어서 젊은 인력을 찾기 힘들고, 이는 그만큼 육체노동을 하려는 사람이 줄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인력난이 심해지면 임금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글로벌 인력 공급 업체가 전 세계 4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약 70%가 넘는 기업들이 직원을 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이제 잘 사는 나라에서 육체노동자들은 새로운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다.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노동력이 점점 희소해지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선진국의 경우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유엔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선진국의 고령자 비율은 199013%에 불과했지만, 2030년에는 23%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일본은 물론 한국도 점차 고령화 추세가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노동력이 점점 더 희소해지면서 중요성을 지니게 되고 기술로 대체하기 힘든 분야에서 육체노동자들의 임금은 계속해서 오를 수밖에 없다.

심지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에서조차 인구 감소가 예정되어 있어 이러한 여파는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까지 많은 육체노동을 자국에서, 혹은 해외에 나가서 해왔지만, 중국 역시 젊은 노동자가 줄어들면서 육체노동자들이 귀해지고 있다. 선진국 제조업을 흡수하지 못하니, 그 부담이 선진국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의 여파가 지식 노동자의 세계를 잠식하는 것도 큰 이유로 손꼽힌다. 특히 대기업 관리직, 사무직 종사들에게서 이른바 해고 광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미국의 한 비영리단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223월부터 20233월까지 미국에서 직장을 잃은 지식 노동자 실업자는 무려 15만 명에 달한다. 특히 IT 분야의 해고는 1년 전에 비해 무려 88%나 늘었고 금융과 보험업계의 정리해고는 55%에 달했다. 이는 모두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단순 작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경향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살기 어려워져 돈만 많이 벌면 된다 인식 확산

반면 육체노동자의 세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직업에 대한 조사를 한 바가 있는데, 그 결과 대표적으로 이발사, 소방관, 승무원, 정비공, 경비원, 피부 관리사, 숙박 및 요식업계의 노동자들이 여기에 속했다. 이들은 모두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이다.

심지어 학력에 따라서도 위험한 직업이 분류된다. 예를 들어 학사 학위 이상을 가진 사람들은 직업 대체율이 27%에 해당하지만,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3%에 불과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은 대체로 육체노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직업적인 안전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이제 육체노동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3D직업이라고 해서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돈만 많이 벌면 상관없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늘어나고 있다. 실제 한 채용콘텐츠 플랫폼에서 약 2,500여명의 취업준비생들에게 연봉 5천만 원의 기술직과 연봉 3천만 원의 사무직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설문조사를 진행했을 때 전체 응답자의 72%가 연봉 5천만 원의 기술직을 선택했다. 더 나아가 워라벨이나 기타 복지까지 좋다면 77%가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배경에는 점점 더 힘들어지는 서민의 생활도 한몫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지금은 육체노동이든 지식노동이든, 일단은 돈을 많이 받는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대학 자체에 대한 선호도도 차츰 줄어드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반드시 대학을 가야 지식노동에 종사할 수 있었고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으로 인해 그렇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서 굳이 대학에 갈 필요성 자체가 사라지고, 또한 대학 4년 동안 비싼 등록금을 내느니, 차라리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곧바로 육체 노동의 현장에 뛰어들려는 젊은이들도 차츰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갤럽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학교 이상의 고등교육이 필요하다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36%에 불과했다. 2013년에 같은 응답에 대한 비율이 70%인 것에 비하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다.

물론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육체노동자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황금기를 맞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공급이 많으면 결국 단가가 떨어지듯이, 육체노동을 하려는 사람이 많으면 결국 인건비도 싸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지금은 아니라고는 하지만 육체노동을 더욱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되기 시작하면 이제 육체노동자들의 임금이 계속 고공행진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오기까지는 앞으로도 수년, 혹은 수십 년이 흘러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그때가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전까지는 분명 육체노동자의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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