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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 경제’의 시대는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외로움 경제’의 시대는 무엇으로 움직이는가?
  • 정하연 기자
  • 승인 2024.04.24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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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갤럽이 세계 142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절반 이상이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 20대의 27%, 65세 이상 노년층의 17%심각한 수준의 외로움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에 세계적인 석학들은 이제 세계는 또 하나의 경제인 외로움 경제(loneliness economy)’가 시작됐다고 진단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시대에는 과거와는 또 다른 소비가 일어나고 경제를 움직인다는 것이다. 외로움을 덜고, 이겨내기 위한 전례 없던 새로운 경제 활동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과연 우리의 세상은 이 외로움이라는 것에 의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 것일까?

 

  외로움으로 인한 결근, 손실 비용만 207조 원

 

미국에서는 함께 산책해 주고 돈을 받는 신종 서비스가 생겼다. [출처=피플워커 페이스북]
미국에서는 함께 산책해 주고 돈을 받는 신종 서비스가 생겼다. [출처=피플워커 페이스북]

  이제는 외로움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친구나 없거나 홀로 있어서 울적한 상태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자신으로부터 느끼는 단절감이다. 이는 성과라는 것과 관련이 깊다. 현대인들은 끊임없이 성과를 강요받으면서 일에 대한 압박감을 받게 된다. 또 여기에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SNS에서도 자신이 더욱 잘나 보이도록 하는 또 다른 압박감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성과들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면 자신에 대한 큰 실망감으로 인해서 더 이상 자신으로부터의 충족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결국 불안과 우울이 동반되는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삶의 형태 자체도 외로움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도 1인 가구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1960년대 미국에서의 1인 가구 비율은 13%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에는 29%로 증가하면서 10명 중 3명은 혼자 살고 있다.

  이러한 외로움 경제가 서서히 시작된 것은 대략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영국 자선단체인 정신건강재단(Mental Health Foundation)의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18~345명 중 3명은 자주 또는 항상 외롭다고 말한다. 또한 최근 4~5년 사이에는 이러한 외로움이 더 심화했다.

  이렇게 외로움으로 인한 폐해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유발되고, 반대로 서로 연결이 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소비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외로움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외로움 경제로 인한 폐해의 한 사례는 미국에서의 결근으로 인한 손실액이다. 직원들이 외로움으로 인해서 결근하게 되면서 전체 고용주들은 연간 207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손실을 봐야만 한다.

  하지만 사람은 본능적으로 외로운 상태에 계속해서 머물러 있을 수가 없다. 언제라도 자신의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이러한 특성을 서로 함께하는 동물(creature of togetherness)’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렌트어프렌드(RentAFriend)’는 외로움 경제가 낳은 가장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이다. 이곳에서는 말 그대로 친구를 대여해 준다. 쇼핑이나 음악감상, 하이킹을 함께 하거나 전화만으로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대여 비용은 1시간에 우리 돈으로 약 4~5만 원 정도. 점심시간에 만나 대화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1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이곳에는 약 60만 명이 넘는 친구들이 또 다른 친구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는 미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일본에서 시작됐고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남자친구 대여’, ‘여자친구 대여등으로 서비스 되고 있다.

 

 로봇, 인형과 더불어 각종 친구 서비스

 

경남도에서 독거노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반려 로봇. [출처=경남도]
경남도에서 독거노인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반려 로봇. [출처=경남도]

  미국에서는 또 함께 산책을 해주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피플 워커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성격 테스트와 걷기 면접으로 선발된 사람들이 고객들과 함께 산책하면서 1.6km 8천 원 정도를 받고 있다. 다만 산책 중에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절대로 외부로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다. 역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 고객 역시 혼자 살면서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러한 친구 대여 서비스의 경우 함부로 상대방을 만질 수 없다는 엄격한 금기 사항이 있다. 자칫하면 성희롱, 성폭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은 상대방의 손과 몸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촉을 원하게 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감촉을 느낄 때 또한 외로움에서도 벗어나게 된다.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미국에서 만들어진 감촉 인형인 스퀴시 멜로(squishmallow)’이다. 감촉이 너무나 부드럽기 때문에 늘 자신의 주변에 두면서 감촉을 느끼고 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이 제품은 한국계인 서니 조(Sunny Cho)가 만든 것으로, 지난 2023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요한 점은 이 장난감에 대한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서 확산했으며 불티나게 팔렸다는 점이다. 가격은 6만 원에서 40만 원대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히 관련한 틱톡 영상은 100억 뷰를 넘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비결은 쫀쪽하고 말랑말랑하면서도 푹신한 느낌이라고 전해진다. 이 인기가 얼마나 폭발적이었는가 하면, 회사를 창업한 서니 조마저 한마디로 놀라운 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을 정도다.

 

일본에서 판매 중인 ‘러봇’. 몸에는 20여 개의 센서가 달려 있어 사람의 만지는 것에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출처=일본 러봇사]
일본에서 판매 중인 ‘러봇’. 몸에는 20여 개의 센서가 달려 있어 사람의 만지는 것에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출처=일본 러봇사]

  일본에서는 주인을 만나면 응석을 부리는 러봇(LOVOT)’이라는 로봇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이 로봇은 일본의 제작사인 그루브(GROOVE) X’에서 제조해 지난 2022년부터 일본에서 판매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무려 900만 대 이상의 로봇이 판매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격은 35만 원, 65만 원 두 종류가 있으며, 별도의 월 이용 요금을 내야지만 꾸준하게 업그레이드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이 로봇에는 마이크, 온도 카메라 등이 달려 있으며 주인이 집에 없을 때 집 내부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몸에는 20여 개의 터치 센서가 있어서 사람이 만지면 그에 맞는 반응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로봇이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제품들이 앞으로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 경상남도는 중장년의 고독사를 막기 위한 인공지능 반려로봇의 적극적인 배급에 나섰다. 이 로봇과는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원하는 노래와 영상을 들려 주기고 하고 이웃과 친척들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약에 대한 알림을 해주고 긴급구조를 지원하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다.

  ‘외로움 경제시대에는 이러한 각종 제품과 로봇이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하지만, 보다 광범위하게는 다양한 오프라인의 만남을 유도하는 공간도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미래에는 그 누구도 이 외로움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충분한 돈으로 가족이 어울려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모두 파편화되어 뿔뿔이 흩어져 살게 마련이다. 물론 자신이 사는 해당 지역에서의 커뮤니티와 다양한 제품들이 외로움을 달래줄 수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자기 자신만으로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정신적인 태도의 변화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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