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1월, 미국 여론 조사 기관인 퓨리서치는 전 세계 19개국을 대상으로 정치 분열에 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한국이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이 2위였으니 그 심각한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상황은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분열은 정치의 태생적인 면이라고 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조선시대부터 서로 다른 계파가 극렬하게 대립했고, 일제 강점기 시대에는 친일과 반일로 나뉘어졌으며, 이후 근현대사에서의 정치 분열은 늘상 있어왔던 일이기도 하다. 어쩌면 영원히 통합될 수 없는 것이 서로 다른 정치적인 이념을 가진 사람들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늘 ‘통합의 정치’를 말하곤 하지만, 애초에 완전한 통합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또 북아일랜드를 보면 그나마 우리 사회는 극단적으로 분열된 사회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북아일랜드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교파에 따라서 양육 방법은 물론, 교육, 취업, 친구 관계 등이 완전히 다른 상태로 성장하게 된다. 이런 경우는 화합의 가능성 자체가 없는 극단적인 분열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분열의 상태까지는 아니니 안심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는 유난히 ‘살의(殺意)’가 많이 느껴졌다. 당 대표와 국회 의원에 대한 피습이 일어났고, 심지어 대통령실의 한 인사는 ‘회칼’에 대한 발언도 했다. 분열은 그냥 따로 떨어져 있는 상태지만, 살의를 느끼는 분열은 상대방에 대한 말살을 전제로 한다.
맹자가 말한 화합의 강력함
정치판에서는 민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없다. 때로 그것은 ‘천심’이라 불리면서 절대적인 존재인 하늘의 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니 이것에 의한 심판에는 그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우리는 선거 후에 그 분열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하늘이 심판을 한 마당에 누가 거기에 불복종을 할 것인가? 따라서 이긴 쪽은 승리의 기쁨보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패배한 쪽은 반성하고 새로운 미래를 계획하면 되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이제는 살의를 거두고 그나마 분열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희망해본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진영이든 ‘이제는 다시 하나가 될 결심’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가 동의하고 합의하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분열된 모습이 보기 안좋기 때문이 아니다. 화합과 단결은 나라를 지키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맹자는 이런 말을 했다. ‘하늘의 기회는 견고한 요새에 미치지 못하고, 견고한 요새로 사람의 화합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는 나라를 지키는 철옹산성(鐵瓮山城)이 되어준다. ‘철옹산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성은 담양에 있는 산성을 말하지만, 본래적인 의미는 ‘쇠로 만든 독처럼 튼튼한 산성’이라는 의미이다. 세계 경제와 미국과 중국의 대립, 그리고 곳곳에서 터지는 전쟁은 언제든 한국이라는 조그마한 나라를 집어삼킬 기세이다. 우리가 화합하고 단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존재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