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데이터 센터 등도 막대한 전기 소모
AI(인공지능)의 발전이 예상치 못한 문제를 낳고 있다. 바로 과도한 전기 소비량과 그로 인한 탄소 배출이다. 특히 AI 모델이 초기에 딥러닝을 하는 과정, 그리고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전기량이 소모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디지털 분야의 전기소비량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그 상당수는 AI가 차지하면서 새로운 환경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따라서 이는 향후 미래의 에너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원전의 확대와 재생 에너지의 촉진이다. 결과적으로는 나은 정책 방향일 수는 있지만, 탄소 배출 자체를 줄이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인류에게 새롭게 닥친 전기 소비의 문제, 현재 어떤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일까.
‘AI 놀리기’ 등 가치없는 전기 소모
최근 프랑스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2020년 AI가 소비하는 전력량은 약 200~250 TWh에 달한다. 이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년 전력 소비량 208 TWh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실은 AI가 소비하는 전력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알게 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이미 4년 전이고, 지금 AI는 훨씬 발전을 많이 했으니, 과거보다 지금이, 그리고 앞으로 더 막대한 전기가 소모될 수 있다는 사실을 예측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2027년 경이 되면 아르헨티나, 스웨덴, 네덜란드의 소비량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구글에서조차 AI가 회사 전체 전력 사용량의 10∼15% 정도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문제들이 기업들의 ESG경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탄소배출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환경 경영을 하기 힘든 구조적 상황에 처하기 때문이다.
전기가 가장 많이 소모되는 때는 초기 AI에게 딥러닝을 시킬 때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챗GPT의 핵심 기술인 ‘거대언어모델’을 학습하는데 들어가는 전기량은 미국 120개 가구의 1년 전기 사용량 정도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미국 110개 가구의 1년 배출하는 탄소 502t이 배출된다. 문제는 향후 AI 모델의 크기는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당연히 전기 소비량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또 최근에는 생성형 AI의 이미지가 지나치게 남발되면서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AI를 테스트하기 위해서 각종 요구 사항을 말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지켜보는 경우가 꽤 많다. 이미지를 만들 때 까다로운 요구를 하거나, 연속적으로 요구를 하면서 계속해서 그림을 그리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5~6개의 그림이 연속적으로 생성되는 일은 매우 흔하다.
예를 들어 ‘완두콩이 들어가지 않은 볶음밥을 그려줘’라고 요구하고, 이어서 ‘구운 연어를 넣은 볶음밥을 만들어서 태워줘’라는 식이다. 이렇게 의미없고, 가치도 없는 그림을 마치 ‘놀리기’ 식으로 요구하게 된다. 이럴 때 이미지 하나당 핸드폰이 완충되는 정도의 전기가 소모된다.
따라서 사용자는 5장만 장난으로 그림 그리기를 요구했지만, 순식간에 5대의 핸드폰이 완전히 방전되는 수준의 전기가 사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놀리기식의 요구는 AI의 맹점과 실수를 찾아내 웃음거리를 만들고 팔로워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전기 소모량과 탄소배출량을 늘리게 된다.
문제는 이렇게 과도한 전기량을 소모하면서도 사용자가 잘 알아차리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한 여름철에는 에어컨을 쓰면서도 내심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에어컨이 많은 전기량을 소모한다는 사실을 체감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AI를 사용할 때는 이런 느낌이 거의 없으며, 오히려 ‘즐겁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따라서 사용자는 계속해서 다른 작업을 시키게 된다. 사실 이렇게 AI에 의한 전기 소모는 일종의 착시 현상을 부르게 되는 것이다.
전기차, 데이터 센터 등도 막대한 전기 소모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협하는 것은 AI만이 아니다. 전기차의 등장은 이러한 흐름에 더욱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전기 소비량은 당연히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미국 내에 제조업 시설이 점점 증가한다는 점도 감안해야만 한다. 또한 꽤 오래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암호화폐 채굴 역시 매우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도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 센터는 컴퓨팅 시스템, 서버, 데이터 스토리지 드라이브, 네트워크 장비 등 IT 시스템에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수요가 늘어날수록 이런 센터에서 사용하는 전기량도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현재 일부 주에서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하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을 정도이다. 과도하게 전기를 소모하는 그들에게 보조금까지 줄 필요는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시대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에서 전력 소비량이 많지 않은 과거를 ‘평탄한 전력 성장의 시대’라고 보았다. 기술과 관련된 인류의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전력 생산은 꽤나 안정적이었고, 급격하게 많은 소비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수급의 균형이 균형잡혀 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 및 AI가 등장하면서 이런 평화로운 시대가 깨졌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이런 ‘전기먹는 하마’의 디지털 시대에서는 다시 원전의 시대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단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고, 전력 공급에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용도 저렴하기 때문에 미래에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원전의 위험성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며, 한번 크게 문제가 되면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
대안책에 원자력을 삼는 부분은 결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전체 22개국이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의 3배로 확대하기로 이미 합의를 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어느 순간 ‘탈원전’을 하려고 했다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 셈이다.
물론 AI가 주도하는 디지털 기술의 시대를 전기량의 소모 때문에 멈출 수는 없다. 이미 전 세계의 수많은 산업분야에서 AI가 주축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새로운 캠페인도 함께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AI가 얼마나 전기를 막대하게 소모하는지에 관한 인식을 확산시켜야 하고, 그것으로 장난을 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원전의 시대는 어쩔 수 없다지만, 그에 버금가는 또다른 청정 재생 에너지도 동시에 개발해야한다는 시대적 사명도 달성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인류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 개발된 AI로 인해 ‘에너지 빈곤국’이 더 늘어나고 우리의 삶을 더 가난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