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대학교 이승은 교수)
매년 덥고 건조한 시기마다 산불이 나는데, 그 주범은 기후변화다. 기후위기로 지구 평균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낮아져 숲이 바짝 마르기 때문이다. 자연의 속성 중 하나는 회복탄력성이다. 그러나 기후변화가 더 심해지고, 이상기후가 연속된다면 이 마저도 불가능하게 된다. 기후위기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다.
산불의 대형화와 빈도의 증가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CAMS)의 추정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전 세계 산불과 초목 화재로 약 1,455메가톤의 탄소 배출이 발생했다는 보고다. 특히 유럽과 남미 일부 지역은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에 지난 20년 동안 가장 높은 배출량을 기록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최악의 피해를 본 유럽 국가 중 두 곳으로 2003년 이후 산불로 인한 가장 높은 수준의 배출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다.
브라질 아마존 열대우림의 산불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브라질 국립 우주연구소(INPE)는 2022년 8월 한 달간 31,513건의 화재 경보가 접수되었다. 이는 2010년 이후 최악의 기록이다. 특히 7~10월 산불로 인한 탄소 배출량은 이전 최고 배출량인 2021년보다 5메가톤이 증가한 수치로, 지난 20년 중 가장 높았다.
아마존 열대우림에 이어 지구상 탄소 흡수 능력이 두 번째로 큰 지역인 아한대 북극산림에서도 산불 활동, 산불의 빈도와 기간,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북극권과 아한대 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일반적인 것보다 더욱 염려스럽다. 생물다양성과 탄소저장소인 이탄지대를 위협하고, 산불 시 발생되는 블랙카본이 북극 빙하를 더 빨리 녹일 수 있기 때문이다.
숲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지수가 떨어지고,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20년 대나무 숲 1㏊(약 6200그루)의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33.5t에 달한다고 밝혔다. 대나무 한 그루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은 연간 5.4㎏이다. 대나무 922그루면 4인 가족 한 가구의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 4.98t을 상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나무와 벚나무 역시 각각 연간 9.7t, 9.5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숲은 지구를 살리고, 인간도 치유한다. 과거에 비해 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늘었지만, 현실은 아이러니하게도 개발에 밀려 환경이 뒷전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체감하면서도 정작 우리는 얼마나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걸까. 이상기온을 경험하면서도 나무 한 그루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또한, 대부분 산불은 인간의 부주의로 시작된다. 그 때문에 산불 예방의 첫 단추가 시민 인식 개선 및 교육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산불의 발생을 줄일 순 있어도,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의 대형화를 막진 못한다. 이상기온과 무 강수일수가 증가하고, 국지성 호우가 특정 기간, 특정 지역에만 쏟아지고, 초목의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생태계 복원력은 떨어지고 탄소 흡수원으로서의 산과 숲은 오히려 탄소 배출원이 될 것이다.
피해 최소화와 복구를 위해 산불 진화와 사후조치는 선행되어야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이란 문제의 근본 해결책을 후순위로 미뤄서는 안 된다. 획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최선의 예방책이기 때문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어느 철학자의 고민이 깊이 공감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