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부에서의 죽기 살기 싸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7월 말로 결정됐다. 문제는 현재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매우 유력하게 당선될 것으로 보여, 이를 둘 러싼 갈등이 벌써 점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과거 총선 선거 운동 기간 한 전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기 때문에 향후 당대표가 되면 또다시 갈등을 빚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이에 친윤 진영에서는 최고 위원을 통해 당대표의 힘을 약 화하거나 사퇴시키는 최악의 시나리오마저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며, 또한 비교적 윤 대통령과 큰 갈등을 빚지 않은 나경원 의 원을 당선시키려는 움직임마저 보인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둘러싼 각 진영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대통령실이 위협받을 수 있다?
한동훈 전 위원장의 당대표 당선은 이미 ‘따논 당상’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전당대회의 룰이 당원 80%, 일반여론조사 20%로 정해진 만큼, 한 전 위원장은 당원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큰 이변없이 당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문제는 과거 있었던 한 전 위원장과 대통령의 심각한 충돌이었다. 이미 기자들과 여의도 정가에서 둘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실제로 CBS 김규완 논설실장은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을 지칭해 ‘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는 폭로도 나온 상태이다. 당시 김 실장은 ‘그 사람’이라는 표현을 “(내가) 순화해서 한 말”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는 곧 실제 워딩은 이보다 더 심했다는 점이다. 또 함께 있던 패널은 “욕설을 섞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 다”고 가세했다. 물론 이런 방송 사실은 당연히 대통령실에서도 알 수밖에 없고 이는 둘 사이가 더욱 틀어졌음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이미 윤 대통령의 마음도 완전히 접었다는 전언이 들리기도 했다. 만약 이런 상태에서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가 되면 앞으로의 파란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거나 혹은 채상병 특검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공고해야 할 대통령실-집권 여당의 관계가 심각하게 흔들린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국정운영은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집권 여당이 대통령을 도와주지 않는 이상, 대통령실은 심각한 난항에 빠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실 역시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 당대표 선거에서 대통령실이 미칠 수 있는 힘도 만만치 않다. 이제까지의 여론 조사에서 한 전 위원장이 압도적인 1위를 달성했지만, 그것은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기 전의 일이다. 여전히 여당 지지 세력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2년 반이 넘는 긴 임기가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거기다가 현직 친윤 의원들이 본격 가세하게 되면 당심은 비교적 쉽게 움직일 수도 있다. 여기에 방송을 통해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비난이 잇따르게 되면 당원들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선거 결과가 이제까지의 여론조사 결과와 같지 않을 수도 있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설사 한 전 위원장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그의 힘을 뺄 수 있는 무기가 있다. 다름아닌 ‘한동훈 특검법’과 ‘최고위원 4명 사퇴 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이 있다. 일단 현재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특검법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지 않고 통과시킬 경우 한동훈 위원장은 수사의 대상이 되고, 그 신뢰성이 크게 추락하게 된다. 특검은 그 운영 특성상 매일 대국민 브리핑을 하게 된다. 따라서 매일 매일 한 전 위원장의 비위 사실이 전국으로 생중계된다는 말이다. 이 상태에서 과연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여당 내부에서의 죽기 살기 싸움
여기에 만약 최고 위원 4명 이상이 사퇴할 경우, 당대표 체제는 곧바로 마비되고 비상 대책위가 구성되면 한 전 위원장은 더 이상 당대표직을 수행할 수가 없게 된다. 문제는 한 전 위원장의 경우, 이번에 당대표로 선거에서 승리하지 않거나 중간에 힘을 잃게 되면 정치적인 입지가 매우 위험해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한 원외 인사, 즉 평당원이 되어 버린다. 당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가 없게 되고, 가지고 있는 직책도 단 하나도 없다. 그러니 이제 정치 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물론 SNS나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 그 영향력이나 파워면에서는 ‘일개 유튜브’에 불과할 정도다. 한마디로 ‘정치 낭인’이 된다. 이런 상태에서 계속 시간이 흐르게 되면 결국 대중에게 잊혀지게 된다. 다음 대선을 노리는 것은 허황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한 전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이번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야 하고, 또 당선되어야 한다. 결국 치열하게 친윤 세력과 싸워서 이기고,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는 일 이외 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재 친윤 세력은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되는 최악의 상황이 이전에 나경원 의원을 당선시키는 것에서 상황을 마무리하는 시나리오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친윤 의원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진성 지지자의 경우에는 이 방법을 통해서 한 전 위원장을 경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나 의원 역시 이러한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그녀는 한 전 위원장이 ‘원외 인사’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자신을 어필하고 있다.
나 의원은 지난 6월 18일 CBS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앞으로 주전쟁터가 의회가 될 수밖에 없고 마지막 순간에 본 회의장에 가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데, 본회의장에 같이 있을 수 있는 대표가 누구냐의 문제가 있다. 교섭단체 대표 연설도 원외 당대표는 못하게 돼 있다. 국민을 향한 메시지 발신에 있어서 제한도 많이 된다. 국회의 시간일 때 여러 가지 조율을 하는데 있어서 원외 당대표로서는 다소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이러한 발언은 원외 인사라는 한 전 위원장의 약점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무엇보다 그녀는 지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려다가 대통령실에 의해 출마를 포기했던 적도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서 당당히 당선돼 그 한을 풀고 싶은 욕망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설사 나 의원이 당선되더라도 대통령실의 고민은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녀 역시 ‘완전한 친윤’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에 ‘향후 대통령 임기를 1년 단축하는 개헌을 논의해 봐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 역시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만약 나 전 의원이 이런 개헌을 추진하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7월 말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운명을 가르는 또 한번의 중대한 사건이 펼쳐지는 시기이다. 과거 총선이 여당과 야당의 죽기 살기 싸움이었다면, 이번 당대표 선거는 여당 내부에서의 죽기 살기 싸움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