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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새로운 분야, 냄새와 보드게임, 그리고 범죄예측
인공지능의 새로운 분야, 냄새와 보드게임, 그리고 범죄예측
  • 이윤서 기자
  • 승인 2024.07.10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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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에 가까운 범죄예측
불안 조장, 인종차별 위험도 있어

인공지능의 활동 분야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단순한 ‘데이터 학습’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제는 보다 복잡하고 예측하기 힘든 분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심지어 범죄까지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면 이제 인간사회는 점점 더 편안해지고 효율적으로 변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로 인한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때로 인공지능은 인간을 위협할 수도 있으며, 과거의 학습으로 인해 편견이 생길 수도 있다. 지금 인공지능은 어느 정도까지 발전하고 있을까?

90%에 가까운 범죄예측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개봉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초능력자의 뇌가 미래의 범죄를 예측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제는 인공지능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시대가 다가왔다.

만약 이러한 시스템이 상용화된다면, 인류의 범죄 문제 해결과 예방에 있어서 매우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다고 볼 수 있다. 더 이상 범죄로 인한 고통을 줄일 수 있고, 또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낭비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미국 시카고 대학 연구팀은 시카고 시내를 일정한 크기로 구획한 뒤 인공지능에게 과거의 구획별 범죄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그 이후의 범죄 발생률을 예측하게 했다.

인공지능은 범죄 보고서, 과거의 체포기록, 차량 번호판 등의 이미지를 학습한 뒤 특정 구역에서 범죄가 발생할 확률을 예측했는데, 그 정확도가 무려 90%에 이르렀다.

따라서 경찰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지역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거나 사전에 범죄피해가 예상되는 특정부류의 사람들에 대한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결과는 꽤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사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느 곳이나 경찰을 유지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통해 효율적으로 예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범죄 예방의 차원이 열린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또한 냄새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공지능은 ‘학습’을 통해서 자신의 지식을 확장한다. 그런데 여기에서의 지식이란 대체로 연산 작용이나 그림, 정보, 위치 파악 등이 포함되지만, 냄새라는 영역까지 학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냄새 분별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9월 국제적인 학술지인 <사이언스>에는 매우 흥미로운 실험 결과 하나가 실렸다.

구글리서치 브레인팀, 오스모연구소, 모넬화학감각센터 공동 연구팀이 진행한 이 연구에는 일반 실험참가자와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냄새 감 지 능력을 비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에게는 모두 그 어떤 라벨도 붙어있지 않은 400개의 유리병이 제공됐다. 그 결과 인공지능은 매우 일관되게 인간의 평균적인 냄새 감지 능력 수준을 보여주었다.

인공지능은 5,000개에 이르는 냄새의 분자 구조와 설명을 입력해 놓았고, 원자의 크기, 특징, 결합 패턴을 인식할 수 있도록 사전에 학습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은 매우 뛰어난 냄새 파악능력을 지닐 수 있게 됐다.

사실 후각은 다른 대상보다는 인식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조건임이 틀림없다. 정량화하기가 매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에게 적용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같은 냄새라고 해도 사람이 느끼는 주관적인 느낌은 모두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인간에게도 정량화하기 힘든 것을 과연 인공지능이 할 수 있겠냐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 드러났듯이, 인공지능은 이렇게 냄새마저도 정교하게 구분해 내는 능력을 지녔다.

가히 인공지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되묻게 하는 연구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인공지능의 능력이 현실에서 어떤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위험한 물질의 풍기는 냄새를 맡아서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할 수가 있다. 특히 독극물에 대한 냄새를 사전에 학습시켜 놓으면 인간에게 해가 될 요인을 사전에 알아차릴 수 있다.

또 화장품, 향수, 세정제 등 일상생활에서도 향기를 내는 제품이 꽤 많다. 따라서 이런 향을 개선하는 데에도 인공지능이 활용될 수 있다. 후각 데이터를 정량화할 수 있어서 이를 변화시키면 얼마든지 인간에게 더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는 향을 개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불안 조장, 인종차별 위험도 있어

또한 인공지능의 능력은 매우 어렵고, 복잡하고 교묘한 전략적 게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까지 인공지능은 바둑이나 체스 분야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인간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보드게임에서도 이러한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보드 게임에는 더 전략적인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트라테고 (Stratego)’라는 보드게임은 상대방이 숨겨놓은 깃발을 찾는 게임이라서 바둑이나 체스보다 더 복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블러핑(허세)’까지 부려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통해서 이 게임을 해본 결과 승률이 무려 97%에 이르렀다. 특히 이 게임에서는 상대방의 게임 형태를 따라하지 않도록 사전에 조정해 놓았다.

이 말은 곧 ‘독자적인 플레이’만 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 인간을 대적해 ‘무적’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이렇게 높은 승률을 기록하는 것 자체가 이미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은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유리한 척’을 하면서 상대방을 혼란에 빠뜨리고 게임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한마디로 ‘정말 인간같은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인공지능의 이러한 능력은 또 한편으로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앞서 범죄예측의 경우에는 유색인종과 빈곤층이 과잉해서 예측되는 결과를 발생시켰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의 예측 결과에 따르면, 시카고 지역에 거주하는 20~29세 흑인 남성의 경우 무려 56%가 잠재적인 범죄라고 구분되었다. 이는 인공지능의 인종적 편향이 매우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뿐만 아니라 이는 ‘자기 예언적 실현’이라는 또다른 모순을 가져온다. 예를 들어 이런 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흑인 거주지역이나 빈곤층에 집중적으로 경찰을 배치하게 되면 검문검색 횟수도 늘어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검거율은 높아지게 된다.

 

반면 백인 거주지역에서는 숨겨지는 범죄가 많기 때문에 검거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흑인의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이 강화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인종에게서는 처벌이 약해질 수 있다.

또한 인간과 심리전까지 벌일 수 있는 인공지능의 능력은 가히 공포로 다가올 수 있다. 인간에게 블러핑하면서 불안을 유도하고 자신의 상태를 상대방에게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은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되면 판단에서 착오를 일으키고 오류를 낳을 수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기 때문에 이런 판단 착오를 일으킬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물론 과학에 의해서 발명되는 모든 것에는 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항생제는 인간은 세균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도록 했지만, 반대로 몸에서 유익한 균을 죽일 수도 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일정 부분에서는 인간에도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인간 사회에 피해를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결국 다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인간이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로 대두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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