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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출범 36년 만에…사상 최초 총재 이·취임식
KBO 출범 36년 만에…사상 최초 총재 이·취임식
  • 양성현
  • 승인 2018.01.16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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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에서 ‘나를 총재가 아닌 커미셔너로 불러달라’

 

 

 

언제나 그랬듯 새로운 수장의 등장에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한다. 경제학자이자 소문난 야구광인 정 총재가 임기 3년 동안 KBO리그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믿는 사람도 있고, 국무총리를 지낸 그의 이력을 거론하며 존재감 없이 지나갔던 정치인 출신 총재 시대가 반복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 유학시절 메이저리그(ML)를 즐기고 톰 시버를 존경했던 그가 KBO리그의 선진화를 이끌 주인공이라는 평가도 나오는 반면 경제학자이면서도 기업에서 비즈니스를 이끈 경험은 없기 때문에 KBO리그가 추구해야 하는 산업화와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도 들린다.

 

만일 정 총재가 앞으로 3년 동안 걱정을 지우고 고스란히 기대에 부응한다면 미국프로스포츠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긴 커미셔너들과 같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ML과 미국프로농구(NBA)가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는 전임 커미셔너인 버드 셀리그와 데이비드 스턴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스턴은 NBA에 마이클 조던이 등장하기 전부터 매직 존슨과 래리 버드의 라이벌 구도를 전면에 배치해 농구를 세계적인 인기 종목으로 끌어올렸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NBA는 미국에서도 결승전이 녹화방송으로 방영되는 비인기종목이었으나 스턴이 커미셔너로 부임한 뒤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즐기는 스포츠로 올라섰다. 무엇보다 스턴은 1986년 보스턴 셀틱스 신인 렌 비아스의 약물중독에 따른 사망 사건 이후 도핑규제를 강화해 농구를 일찌감치 금지약물로부터 해방시켰다. 비아스가 사망한 후 NBA는 금지약물 복용을 철저히 감시했고 금지약물 복용자에게는 곧바로 리그 퇴출이란 철퇴를 내렸다.  

 



셀리그는 1994년 선수단 파업으로 최악의 위기에 빠졌던 ML을 구원했다. 파업으로 야구에 등을 돌렸던 팬을 다시 불러 모으기 위해 와일드카드 제도 신설을 통한 포스트시즌 진출팀 확장, MLB.com을 앞세운 통합 마케팅을 꾀했고 이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와일드카드 제도로 인해 보다 많은 팀이 정규시즌 마지막까지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을 펼쳤고, MLB.com에서 서비스하는 MLB.tv는 인터넷 방송의 표준이 됐다. 더불어 ML는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MLB.com과 100% 호환되는 ‘At Bat’을 런칭해 언제 어디서나 ML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흥미롭게도 현재 KBO리그 또한 과거 NBA, ML이 직면했던 것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과정이 어찌됐든 매년 도핑검사에서 금지약물 복용자가 나온다. 중계권 수입이 수백억원대로 치솟았지만 중계방송과 의류, 굿즈 등의 KBO리그 콘텐츠을 KBO가 주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프리에이전트(FA) 선수가 100억원대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모든 구단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모순에 대해 뼈저린 반성과 해결책이 요구된다.  

정 총재는 지난달 24일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취임식에서 ‘나를 총재가 아닌 커미셔너로 불러달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KBO 규약에도 영어로는 커미셔너라고 나온다. ‘총재’는 왠지 무겁고 권위적이다”며 총재보다는 미국 프로스포츠의 커미셔너 관점에서 업무를 수행할 것을 다짐했다. 정 총재는 “역대 KBO 총재는 무보수 명예직이 많았는데 난 일한 만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중 수나 마케팅 성과에 따라 연말에 인센티브도 받았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취임식을 앞둔 정 총재가 NBA의 스턴, ML의 셀리그 처럼 KBO리그를 바로잡고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는 ‘구원투수’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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