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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당신의 가슴을 데워줄 남몰래 따뜻한 영화 일곱편
추운 겨울 당신의 가슴을 데워줄 남몰래 따뜻한 영화 일곱편
  • 전인수
  • 승인 2018.02.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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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문명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별스런 취향을 가진 누군가의 서랍 속에서 발견될만한 영화들이 있다. 제각각 낯선 이름들을 갖고 있지만 시대를 뛰어넘어 따뜻함을 전한다. 추운 겨울 위험한 이불 밖으로 나서기보단 포근한 옛 영화들에 빠지는 건 어떨까. 어쩌면 당신이 들어보지 못했을 따뜻한 감성 영화  일곱편을 소개한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ラジオの時間, Welcome Back, Mr. McDonald, 1997)
 

영화 ‘기묘한 이야기’, ‘웃음의 대학’과 연극 ‘너와 함께라면’,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등으로 이제는 전설이 된 일본 코미디 작가 미타니 코기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는 생방송 라디오 드라마를 둘러싼 좌충우돌 해프닝을 다룬다. 평범한 주부 작가 스즈키 미야코는 아름다운 멜로드라마로 대본 공모에 당선돼 첫 드라마 제작에 참여한다. 성공적인 리허설이 끝나 안심하고 있었지만 막상 생방송이 시작되자 주연 여배우가 이름을 바꿔달라고 떼를 쓴다. 하나 둘 배우들의 요구가 늘어나고 작은 마을의 주부와 어부의 사랑이야기는 시카고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형 스펙터클 블록버스터가 된다. 배우들의 돌발행동에 실시간으로 바뀌는 이야기가 모두를 당황시키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흘러간다. 온갖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임기응변이 웃음 포인트. 작가로 데뷔해 첫 작품을 내보내는 초보 작가 스즈키 미야코의 순수한 마음과 생생하게 구현된 캐릭터들의 갈등은 한편으로 자신이 바라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뜨거운 일인지를 깨닫게 한다.

 



 

포스트맨 블루스
(ポストマン·ブル-ス, Postman Blues, 1997)

한때는 동경의 쿠엔틴 타란티노라 불렸던 사부(다나카 히로유키) 감독의 대표작이다. 지속적으로 내놓던 기발한 상상력의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포스트맨 블루스’로 기억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일본 정서의 유머와 아이러니한 상황 연출은 이제는 낡고 빛바랜 유물처럼 보이지만 감동만은 여전하다. 영화는 우연히 어릴 적 친구의 새끼손가락을 배달하게 된 한 우편배달부의 이야기다. 관성처럼 우편을 배달하며 매일매일 무기력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서른 세 살의 사와키 료이치는 야쿠자로 충성 서약을위해 새끼손가락을 자른 친구를 만나 사건에 휘말린다. 그 과정에서 만난 암 말기 환자 사이코와 중년의 무기력한 킬러는 료이치의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정적인 카메라 워크와 장면전환이 언뜻 지루하고 구태해보이지만 이제는 오히려 웃음을 유발한다. 또한 관성적으로 일하며 자신의 직업의 의미를 알지 못하던 주인공이 마침내 사랑과 우정을 배달하면서 일어나는 감정 변화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이미 취업난과 고령화 등에 의한 경제 불황의 어두운 시절을 보낸 일본의 지난 사정이 묘하게 우리네 현재와 닮았다는 인상도 준다.

 

 

조 블랙의 사랑
(Meet Joe Black, 1998)

‘여인의 향기’로 유명한 마틴 브레스트 감독의 영화로 전작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 종편 채널을 통해 우연히 영화를 보게 된 관객들은 어쩌면 너무 지루해 채널을 돌릴지도 모른다. 멜로 영화라기엔 너무 평이한 전개와 세 시간에 달하는 러닝 타임과 늘어지는 장면 등 감상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산만해지는 주의력을 붙잡고 약간의 인내를 발휘하면 영화는 새로운 체험을 선사한다. 저승사자가 죽은 남자의 몸을빌어 인간 세상을 체험한다는 줄거리는 오히려 이러한 느린 연출을 통해 설득력을 발휘한다. 이기적이고 냉정한 사업가 윌리엄의 죽음을 유예하고 동거의 허락을 받은 저승사자가 조 블랙의 몸으로 세상을 경험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땅콩버터를 먹어보고 미각의 물질성에 놀라는가하면 마침내는 사랑에 빠진다. 관객들은 아주 천천히 그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순간까지 이끌려 가게 된다. ‘조 블랙의 사랑’은 만남과 이별, 위기와 해소를 계산적으로 배치한 로맨틱 코미디물과는 다른 감상을 전한다. 영화는 저승사자가 얻은 첫 생을 관객들에게도 경험하게 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유 캔 카운트 온 미
(You Can Count On Me, 2000)

2017년 ‘맨체스터 바이 더 씨’로 각본상을 수상한 케네스 로너건 감독의 데뷔작이다. 최초 수상은 이 작품으로제26회 LA비평가협회상 각본상과 신인상(마크 러팔로) 제65회 뉴욕비평가협회상 각본상과 여우주연상(로라리니), 제16회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등을 받았다. 작품의 정조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유사하다. 어린시절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남매의 짧은 만남을 카메라가 천천히 쫓는다. 동생 테리(마크 러팔로)는 출소해 아이와 단 둘이 살고 있는 누나 새미(로라 리니)를 찾아간다. 둘은 재회를 반가워하지만 동생 테리가 조카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까 두려운 새미가 결국 테리를 떠나보낸다. 영화는 사랑하지만 각자의 결핍과 한계로 함께 하지 못하는 가족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누나가 동생을 떠나보내는 장면에서는 여전히 성장하지 못하는 둘의 페이소스가 가득 묻어난다. 흔히 말하는 것과 달리 살아가는 일은 성장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부모님의 부재를 여전히 겪으며 방황하는 두 남매의 모습이 우리네 모습을 비추며 여운을 남긴다.

 


 

크레이지 뷰티풀
(Crazy/Beautiful, 2001)

아역으로 시작한 커스틴 던스트 연기의 한 절정을 보여준다. 배우 출신의 존 스톡웰이 감독을 맡았다. 이후의작품에서 인상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지만 ‘크레이지 뷰티풀’에서는 사춘기 남녀의 방황과 감정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성실한 라틴계 남학생이 상처입고 방황하는 의원 집 딸과 사랑에 빠지고 서로를 변화시킨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영화의 매력은 줄거리를 넘어선다. 관객들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과거를 반추하고 그 시절을 불러낸다. 유치로 치부될 수 있는 10대 감성은 날이 서린 예민성과 무너질 것 같은 불안감으로 무장해 절박함으로 다가온다. 크기와 무게를 막론하고 모두가 겪었을 감정은 영화의 배경음악과 캐릭터의 사실성으로 만져질 것처럼 생생하게 재생된다. 마약에 취해 실제 쓰러질 것처럼 위태위태한 여주인공 커스틴 던스트가 남자주인공에게 의지할 때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와 소통할 때는 판타지와 같았던 그 시절의 희망까지도 상상적으로 완성해낸다. 두 캐릭터의 뻔한 사랑은 그 시절의 불안과 고통이 각자에게 유일하며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결국 증명해냄으로써 오히려 우리 자신을 긍정하게 한다.

 


 

블라인드 사이드
(The Blind Side, 2009)

산드라 블록 주연의 영화로 화제가 됐다. 역할과 완벽한 싱크로율 보여준 산드라 블록은 2010년 아카데미상여우주연상과 동년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동시 석권했다. 불우한 아이를 돌봐줘 성장을 돕고 마침내 훌륭한 사회의 일원으로 포용시킨다는 미국적 스토리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다만 실화에 바탕한 진정성이 진부함을 상쇄시키며 대신 배우들을 보다 부각시킨다. 영화는 미식축구 스타 마이클 오어의 실화를 다룬 ‘블라인드 사이드 : 게임의 진화’를 원작으로 한다. 마약 중독의 어머니와 떨어져 여러 집을 전전하던 흑인 아이가 한 가정의 선의로 훌륭하게 성장하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진실성과 감동이 확보되었다면 영화를 살려내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다. 산드라 블록은 강인하고 따뜻한 심성을 동시에 갖춘 미국적 어머니의 전형을 완벽하게 재현해 낸다. 또한 마이클 오어 역을 맡은 퀸튼 아론은 완벽한 연기로 영화를 실제처럼 만들어 낸다. 깊게 배어있는 미국적 가치관과 편견에 맞서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편견을 담지하고 있는 영화의 줄거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감동적일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믿음에 보상하고 가족을 지켜내는 마이클의 모습은 동시대에 만나기 힘든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들이 실재하길 바라는 관객들의 마음이 이 영화를 더 아름답게 만든다.

 

 

에브리바디 올라잇
(The Kids Are All Right, 2010)

리사 촐로덴코라는 신인 감독의 작품에 쟁쟁한 스타들이 합세했다. 동성연애자로 혼인관계인 두 주인공 줄스와 닉 역에는 각각 줄리언 무어와 아네트 베닝이 캐스팅됐다. 정자 제공을 통해 낳은 두 자녀 역에는 박찬욱의 ‘스토커’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미아 와시코브스카와 ‘헝거게임’으로 유명해진 조쉬 허처슨이 등장한다. 정자를 제공한 생물학적 아버지는 마크 러팔로가 맡았다. 미국 개봉 첫 주 스크린 당 관객 수 최고 기록을 세우며 상영관을 확장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퀴어 문화에 민감한 우리나라에서는 개봉 당시 약 5만 5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2010년 베를린영화제에서 테디상(장편영화상)을 수상했고 골든 글로브 뮤지컬 코미디 부문에서 최고의 영화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최우수 작품상 등 네 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화제가 됐다. ‘에브리바디 올라잇’은 가족애에 기반한 소동극이다. 레즈비언 부모의 자녀로 자란 남매 조니와 레이저가 어느 날 자신들의 정자 기증자와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룬다. 퀴어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가족코미디의 무난한 톤을 갖고 있다. 갈등의 종류 또한 가족 관계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다룬다. 소재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면 따듯한 가족 코미디로 감상하는데 무리가 없다.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감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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