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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랭킹 37위의 대형 건축사무소, 대한민국 건축의 역사를 썼다”
“세계 랭킹 37위의 대형 건축사무소, 대한민국 건축의 역사를 썼다”
  • 정희
  • 승인 2018.04.0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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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삼건축 대표이사 김자호 회장

80만 건설기술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 매년 개최되는 <2018년 건설기술인의 날> 행사에서 ㈜간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이하 ‘간삼건축’) 김자호 회장이 ‘은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김 회장은 ‘건축문화의 선진화를 선도하고 사회공헌을 통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했으며, 다양한 해외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특히 이번 수상은 이미 세계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는 간삼건축을 더욱 빛나게 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간삼건축은 영국 건축전문지인 사에서 발표하는 ‘World Architecture 100(WA 100)’에서 2009년 43위, 2010년 36위, 2011년 40위, 2013년 57위, 2014년 37위를 달성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축회사로 우뚝 자리매김했다. 영광스러운 상을 수상한 김자호 회장을 만나 그의 일 이야기, 그리고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창업이 아닌 철학의 태동

한국은행 신관은 1987년 구 한국은행 본관 건물의 뒷편에 자리잡아 앞쪽의 구관의 형태를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한 모습이 돋보인다.  당시 이 건물을 설계하기 위해 모인 우리나라 1세대 건축가 원정수와 지순은 떨리는 가슴으로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이 설계는 당시에는 최고의 건설 프로젝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건설이 모두 끝난 후 그 위용을 드러낸 한국은행 본점은 ‘이 땅에 비로소 석조건축의 이정표를 작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건축인들의 승리이자, 대한민국 설계, 건축의 자랑이기도 했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간삼건축이 태동되었다. 김자호 회장을 비롯한 창업멤버 세명(김자호, 이범재, 이광만)이 시작한 간삼은 원정수, 지순 고문이 영입되면서 수많은 재능 있는 차세대 건축가들이 속속 합류하게 되었다. 김자호 회장은 2017년 6월 후배들에게 대표이사직을 물려주고 현재는 김태집, 윤홍노 대표이사 체재로 변경되면서 후배들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그는 간삼건축의 시작은 ‘창업’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철학의 태동’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저희는 늘 건축의 본질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건축은 오로지 사람을 배려하고 자연을 담아내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저의 경험이자, 간삼건축이 지난 83년 설립 이래 수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지금까지의 결론입니다. 그동안 자연의 일부가 되는 건축물을 짓겠다는 믿음으로 사람과 환경이 주인이 되는 건축 디자인을 지향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또한 이는 우리 회사의 이름에도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간삼(間三)’은 3개의 간(間)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人間)을 위해 시간(時間)을 뛰어 넘는 공간(空間)을 창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저희 회사는 창업이라는 하나의 사업적 과정을 통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새로운 철학이 태동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일반적으로 건축 설계라고 하면 전체의 70% 정도는 주거용, 즉 아파트, 주상복합건물 등 근린생활시설의 설계이며, 나머지 30%가 병원, 호텔, 연구소, 미술관, 회사 빌딩 등의 상업용 설계이다. 간삼건축은 상업용 설계분야에 주력하며 전문분야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 중에는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지역의 랜드마크이자 대형 건물들이 꽤 많이 있다. 포항공과대학, 영풍빌딩, 동국제강 페럼타워, 명지대학교 병원, 포스코센터, 잠실갤러리아팰리스,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한화갤러리아 천안점, 여수엑스포 아쿠아리움 등등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이렇게 창립부터 이제까지 지은 건물만 전국에 4천 개가 넘는다. 간삼건축의 지난 35년간의 역사는 곧 한국 건축의 역사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닌 셈이다. 무엇보다 1995년 설계한 POSCO센터는 간삼건축의 진가를 발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제 더 이상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디자인과 기술로도 최고급 인텔리전트 빌딩을 완공할 수 있음을 확인시켰고, ‘한국 현대건축의 전환점이 되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어 간삼건축이 진행한 프로젝트마다 역작이라는 평단의 호평과 각종 수상이 이어져왔다. 또한 주력 분야였던 오피스 빌딩뿐 아니라 휴양시설 등 새로운 분야와 프로젝트에 도전하며 활동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창의적 발상과 도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자호 회장은 그 원동력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저희는 트렌드에 함몰되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시대적 변화를 수용하는 혁신을 감행해왔습니다. 열린 시각과 정신으로 미래 건축의 정형을 제시해온 이러한 ‘건강한 행보’는 간삼건축의 도약기로 이어졌던 것이죠. 창의성과 기술력의 조화로 건물 자체가 아니라 건물 속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을 우선해온 간삼건축의 정신이 대한민국 건축의 역사에 알알이 박혀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려웠을 때 해고한 직원, 다시 채용

간삼건축의 김자호 회장은 대한민국 건축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만큼,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해 온 인물이기도 하다. 그간 세브란스병원 우리라운지,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광희문성지 순교 헌양관, 아프리카 남수단 미션스쿨, 명동대성당 문화관 등 국내외 다양한 시설에 설계 및 CM감리 재능기부를 실천해왔다. 돈으로 따지면 적지 않은 수익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이 사회에 도움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것이다. 

 

 

 

또한 각종 후원기금, 발전기금도 많이 냈다. 사랑심기(장애아동 후원), 천안함 실종자 가족을 위한 성금, 중앙대 발전기금, 다문화사회진흥원 후원, 재단법인 행복세상 후원 등 취약계층 지원과 후학 양성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현재에도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기부라는 것은 습관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에서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도 이런 기부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발전에 대한 김 회장의 간절한 염원도 함께 하고 있다. 그는 헌법보다 더 중요한 것, 헌법보다 더 강력하게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것이 바로 ‘윤리와 도덕’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위에 또 하나의 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헌법보다 더 강하고, 헌법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한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윤리와 도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들이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윤리와 도덕의식으로 무장을 해야합니다. 미국이 지난 200년간 헌법을 크게 수정하지 않고도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개개인의 삶에 스며들어 있던 청교도적인 삶의 방식이었습니다. 결국 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각 개인의 삶이 얼마나 윤리와 도덕으로 무장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의 많은 기득권층에게 더 많은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그저 건축설계를 하는 한명의 기능인이라기 보다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이끌어가고 그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전파하는 진정한 사회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영에 있어서도 이렇게 약자를 배려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회사 세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체의 주식을 후배 임원들에게 이양함으로써 임직원 모두가 회사의 주주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간삼건축만의 기업문화를 창출하기도 했다. 특히 이런 경영은 2017년 7월, SBS 스페셜(479회) <회사를 바꾼 괴짜 사장>편을 통해 전국으로 방송되기도 했다.

또한 그는 회사가 어려울 때에도 직원들과의 의리를 잊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제까지 간삼건축이 제일 어려웠을 때는 1997년 IMF 당시였다. 직원이 200명이었지만, 건축경기가 급격하게 얼어 붙는 바람이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해야만 했다. 전 직원에게 일괄 사표를 받은 후 그 중에서 80명을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때 김 회장은 “경기가 좋아지면 반드시 전원을 다시 채용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그 약속은 실제 2003년에 지켜졌다. 그때 그만 둔 80명에게 모두 재취업 기회를 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에도 이러한 믿음과 신뢰의 경영을 해온 결과, 지금은 직원 600명의 대형 건축 사무소가 되었다. 



스키와 아이스하키에 담긴 인생철학
더불어 그는 해외진출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의 건축 기술을 전 세계로 전파하기도 했다. 단순한 사업가가 아닌, 대한국민의 발전된 모습과 기술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도 했다는 이야기다. 

그간 김 회장은 아부다비, 하노이, 호치민, 알마티에 지사를 설립해 운영해왔다. 이곳에서 지역을 빛내는 큰 건물들을 숱하게 설계하고 건축해왔다. 대표적으로 힘람그룹 호치민 호텔(베트남), YBM 오사카 영어마을(일본), 몽골 전염병 연구소, 라오스 VT업무빌딩, 포스코 중국 베이징사옥, Mangystau Hills Apartment Complex(카자흐스탄), Cambodia Casino & Golf Resort Developmnet(캄보디아), PF PLANT IN TAILAND(태국), Mactan North Reclamation MP(필리핀) 등이 있다. 또한 국가지원사업인 아프카니스탄 파르완주 PRT기지(의료시설, 경찰교육시설 등)구축 CM용역이 성공적으로 완수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통하여 국가의 이미지 제고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그가 이렇게 해외 사업 개척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과거 일본에서 키웠던 글로벌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는 1969년 중앙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ROTC 전역 후 일본 도쿄 소재의 TOYKYU ARCHITECTS & ENGINEERS INC.에 근무했다. 당시 그는 시모다 이즈큐 호텔(1972년), 아마기 도교 호텔(1975년), 삼화은행 사기누마점(1979년) 등 다수의 건축설계 작품을 수행하였으며, 한국인 최초로 일본건축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는 일본에서도 ‘한국 건축인’의 위상을 드높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국내와 국외를 불문하는 그의 이러한 왕성한 활동 덕분에 그간 국가로부터 다양한 수상을 받기도 했다. 한일월드컵 문화관광부 장관표창(2002년), 건설기술인의 날 건설교통부장관표창(2005년), 엔지니어링의 날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표창(2007년)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의 이러한 수상 이력에서 특이하게도 스포츠 행사가 등장한다. 언뜻 보면 건축과 스포츠는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김자호 회장에게는 이러한 건축과 사업의 영역 이외에 또하나의 매우 중요한 영역에서 많은 기여를 해왔다. 바로 그것이 바로 스포츠 분야이며, 특히 한국의 아이스하키의 발전에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김 회장은 이미 2002년부터 월드컵 조직위원회 시설자문위원으로 활동하여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세계주니어 선수권대회 단장을 맡아 2011년 슬로베니아, 2012년 네덜란드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하는 쾌거를 달성한 바 있다. 또한 한국중고아이스하키 연맹 회장직을 맡아 꿈나무들을 위한 각종 육성 프로그램을 시도하여 아이스하키인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으며, 대한골프협회 국제분과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대한민국 스포츠 위상을 드높이는 데 이바지하기도 했다. 또한 2016년에는 실버스키대회를 창설하여 대회장직을 맡는 등 노년층의 새로운 레저문화 창달에도 앞장서왔다. 그가 이렇게 아이스하키를 비롯한 각종 스포츠와 깊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중고등학교 때에 아이스하키 선수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스하키를 너무도 좋아해 “아마도 건축가가 되지 않았으면 아이스하키 선수가 됐을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또 개인적으로도 스키를 매우 좋아한다. 이번 인터뷰 며칠 전에도 스키장에서 살다시피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스키와 아이스하키는 남다른 철학을 가진 취미처럼 보인다. 그저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다양한 스포츠 분야의 활동을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스포츠에 담긴 자신만의 인생 철학을 들려주었다. 

“다른 모든 운동은 무엇이든 ‘빠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스키는 정반대입니다. 빠르게 가는 것을 느리게 만드는 운동이죠. 이것이 스키가 다른 스포츠와 가장 다른 면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빨리 가고 싶고, 더 많이 하고 싶지만 그것에 대한 절제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절제하지 못해 사업이 실패하고 인생이 망하는 경우가 수두룩 합니다. 또 아이스하키 역시 다른 스포츠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남을 도와주어야 자신이 성공하는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아이스하키는 골을 넘는 사람도 점수를 받지만, 어시스트한 사람도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거기다가 특별한 교대 타임이 없어서 수시로 선수가 교체됩니다. 그러니 그 선수는 짧은 시간에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전력질주를 하게 됩니다. 스키와 아이스하키에는 인생을 절제하면서 살되, 최대한 타인을 도와주고, 매순간 전력질주하라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그의 이런 말을 듣고 있노라면, 그저 스포츠 후원자의 모습이 아니라 마치 스포츠를 매개로 한 철학자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건축가라는 직업은 시대를 불문하고 늘 사람과 환경을 고민하면서 시대정신의 맨 앞자리에 있곤 했다. 그래서 세계의 유명 건축가들의 사상과 인식은 철학자들 못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건삼건축 김자호 회장과의 인터뷰가 우리 사회와 각자의 인생에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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