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11:28 (수)
미투(Me Too) 운동의 시작은 언제일까? 되짚어보는 미투 운동
미투(Me Too) 운동의 시작은 언제일까? 되짚어보는 미투 운동
  • 전인수
  • 승인 2018.03.02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투 운동이 가속화하고 있다. 법조계에서 시작된 운동은 이제 막 문화계로 번졌다. 시인 고은, 연극 연출가 이윤택, 오태석, 배우 조민기, 조재현, 한명구, 최일화, 최용민, 김태훈 등 다수의 유명 인사들이 지목 됐다. 숫자만 방대한 것이 아니라 파장도 크다. 피해자들의 추가 폭로가 연일 이어지고 있고 법적 처벌 절차도 진행 중이다. 미투 운동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다시 그 시작을 되짚어보자.  

 

한 편의 기사가 발단이 됐다. 지난 2017년 10월 5일 ‘뉴욕 타임즈’(New York Times)는 기사를 통해 영화 프로듀서인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이력을 폭로했다. ‘펄프 픽션’, ‘셰익스피어 인 러브’, ‘킬빌’ 등 수십 편의 흥행 영화를 제작한 그는 헐리웃에서 40여 년 동안 활동한 영화계의 권위자였다. ‘뉴욕 타임즈’는 그간 와인스타인이 자신과 관련된 8건의 성폭력 혐의를 합의로 무마시켰다는 사실을 밝혔다.

 

기사에는 배우 애슐리 쥬드를 포한한 그와 관련된 수많은 여성들의 증언이 기명으로 실려 파장을 일으켰다. 10월 10일에는 ‘뉴욕 타임즈’의 후속보도와 함께 다종다수의 지면에서 숨어있던 피해 여성들의 고발이 쏟아졌다. 10월 16일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트위터에 “성폭행 피해를 경험했다면 미투(#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자”고 제안했다. 해당 트윗은 하루 만에 50만 건이 리트윗 됐고 페이스 북에는 1200만 건의 관련 포스팅이 올라왔다. 안젤리나 졸리, 기네스 펠트로, 레이디 가가 등 유명 연예인들이 잇따라 캠페인에 동참했다.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의 시작이다.

   



영화계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사회 각 분야로 확산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제임스 레바인 명예 음악감독과 세계적 무용가 피터 마틴스가 성추문의 대상이 됐다. 정계에서는 민주당 앨 프랭큰 상원의원과 존 코니어스 하원의원, 공화당 트렌트 프랭크스 하원의원 등이 지목됐다. 불붙은 미투 운동은 세계적 현상이 됐다.

 

'미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타라나 버크(Tarana Burke)라는 여성 인권운동가다. 2006년 타라나 버크는 유색 인종 여성 청소년을 위한 비영리단체 ‘저스트 비(Just Be)’를 설립하고 ‘me too’ 캠페인을 진행했다. 10년 전 성적 학대를 당한 13세 소녀와 상담하던 중 죄책감으로 가슴 속에 남은 말을 사용한 것이다. 곳곳에서 유사한 운동이 확산했다. 2014년에는 배우 엠마 왓슨이 UN의 ‘HeForShe’ 캠페인을 연설해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성추문 폭로 움직임이 일어났다. SNS를 통한 ‘#문단 내 성폭력’ 운동은 박범신 작가와 배용제 시인 등의 성폭력을 고발했다.

   



이런 움직임들은 잠시의 화제로 그쳤다.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지만 오래가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는 그만큼 시대적 요구가 무르익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제 사회적 편견과 억압에 숨죽이고 있던 피해자들은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이들의 고백에 동참하면서 연대를 꿈꿀 수 있게 됐다. 미투 운동의 불은 쉽게 꺼지지 않을 기세다. ‘타임’지는 ‘2017년 올해의 인물’을 성폭력을 고발한 이들로 정하고 애슐리 쥬드, 테일러 스위프트, 수전 파울러 등을 표지 인물로 내세웠다. 헐리웃에는 업계 여성 300명의 참가로 성폭력 공동대응단체 ‘Time’s up‘이 결성됐다. 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이들과의 연대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엠마 왓슨, 나탈리 포트만, 메릴 스트립, 제시카 차스테인 등이 검은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동참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안젤리나 졸리, 제니퍼 로렌스, 레이첼 와이즈, 아네트 배닝 등 수많은 여배우가 검은 드레스를 입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월 29일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폭로로 불이 붙었다. 현직 검사의 피해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고 한국사회에 만연한 성폭력 문화의 심각성을 깨닫게 했다. 이후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미투 운동이 유명 인사들을 표적으로 삼기 시작했다. 다만 아직 해외의 경우처럼 다수의 사회 인사들이 동참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약자들의 폭로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미투 열풍이 또 다시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미투 운동의 힘은 목소리에서 나온다. 많은 피해자들이 용기가 없어서 범죄 사실을 폭로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쉽게 묻혀버렸을 뿐이다. 공고한 사회를 움직이기에는 힘이 너무 부족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겨우 연대의 가능성을 꿈꾸게 됐다.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한 번 붙을 불을 끄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피해자가 더 이상 침묵할 이유가 없는 세상을 원하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800 (여의도파라곤 1125)
  • 대표전화 : 02-780-0990
  • 팩스 : 02-783-25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운정
  • 법인명 : 데일리뉴스
  • 제호 : 종합시사매거진
  • 등록번호 : 영등포, 라000618
  • 등록일 : 2010-11-19
  • 발행일 : 2011-03-02
  • 발행인 : 최지우
  • 편집인 : 정하연
  • 종합시사매거진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종합시사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isanewszine@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