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청색기술로 의류산업을 혁신한다 -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
[Column]청색기술로 의류산업을 혁신한다 -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 소장
  • 이인식
  • 승인 2018.03.0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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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지난 1월 24일 발표한 《 2018 환경부 업무계획 》에서 “청색기술을 환경 신산업 육성의 동력으로 삼을 것”임을 천명했습니다. ‘청색기술 (blue technology)’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이 2012년 5월에 펴낸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에서 세계 최초로 창안한 용어입니다. 이에 2월호에 이인식 소장의 칼럼인 ‘자연에서 배우는 청색기술’을 재수록한 데 이어 청색기술이 의류산업에 활용되는 사례를 소개한 이 글을 싣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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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배우는 청색기술(blue technology)이 의류산업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솔방울, 연잎, 벌레잡이통풀 같은 식물이나 상어, 나비, 거미 같은 동물의 구조와 특성을 본떠 만드는 직물이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솔방울 구조를 본뜬 운동복

2006년 러시아 태생의 테니스 선수인 마리야 샤라포바가 19세의 나이에 올린 국제대회 성적과 함께 그녀가 입고 나온 옷도 화제가 되었다. 솔방울 효과(pine cone effect)를 응용한 옷을 입고 시합을 했기 때문이다.

솔방울은 소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껍데기가 열리면서 안에 있는 씨앗이 밖으로 튕겨져 나온다. 솔방울이 열리는 까닭은 솔방울 껍데기가 습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두 개의 물질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비가 오거나 서리가 내려 껍데기가 축축해질 경우, 바깥층의 물질이 안쪽 물질보다 좀 더 신속히 물을 흡수해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솔방울이 닫히게 된다. 그러나 기온이 올라가 껍데기가 건조해지면, 바깥층의 물질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구부러지기 때문에 솔방울이 열리게 된다. 이처럼 건조한 시기에는 솔방울이 열리기 때문에 씨앗이 튀어나와서 바람에 실려 멀리 퍼져나가게 된다.

솔방울 껍데기의 두 물질이 서로 다른 속도로 온도나 습도에 반응하는 특성, 곧 솔방울 효과를 모방한 옷이 개발되고 있다. 2004년 영국의 청색기술 전문가인 줄리언 빈센트(Julian Vincent)는 솔방울을 본뜬 옷을 개발했다. 옷에 날개처럼 펄럭이는 작은 천을 여러 개 달아놓은 운동복이다. 이 옷을 입으면 땀을 흘릴 때는 작은 천들이 열려 피부가 서늘해지고, 땀이 말라 피부가 냉각되면 작은 천들이 다시 닫히게 된다.

2009년 설립된 영국 회사인 MMT 텍스타일스가 2016년 초에 솔방울 구조를 모방한 운동복을 선보였다.

   

 

 

연잎효과를 응용한 섬유

연잎을 본뜬 옷도 개발된다. 연은 연못 바닥 진흙 속에 뿌리를 박고 자라지만 흐린 물 위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연은 흙탕물에서 살지만 잎사귀는 항상 깨끗하다. 비가 내리면 물방울이 잎을 적시지 않고 주르르 흘러내리면서 잎에 묻은 먼지나 오염물질을 쓸어내기 때문이다. 연의 잎사귀가 물에 젖지 않고 언제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는 현상을 연잎효과(lotus effect)라고 한다.

이러한 자기정화 효과는 잎의 습윤성(wettability), 곧 물에 젖기 쉬운 정도에 달려 있다. 습윤성은 친수성과 소수성으로 나뉜다. 물이 잎 표면을 많이 적시면 물과 친하다는 뜻으로 친수성, 그 반대는 소수성이라고 한다. 특히 물을 배척하는 소수성의 정도가 극심한 경우는 초소수성(超疏水性)이라고 한다.

독일의 식물학자인 빌헬름 바르트로트(Wilhelm Barthlott)는 연잎 표면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고, 잎의 표면이 작은 돌기로 덮여 있고 이 돌기의 표면은 티끌처럼 작은 솜털로 덮여 있기 때문에 초소수성이 되어 자기정화 현상, 곧 연잎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작은 솜털은 크기가 수백 나노미터 정도이므로 나노돌기라 부를 수 있다. 수많은 나노돌기가 연잎의 표면을 뒤덮고 있기 때문에, 물방울은 잎을 적시지 못하고 먼지는 빗물과 함께 방울져 떨어지는 것이다.

1992년 바르트로트는 자기정화 기능을 가진 제품의 상표로 ‘연잎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1994년 7월 연잎효과의 특허를 신청해서 1998년 특허를 획득했다. 1999년 연잎효과를 활용한 첫 번째 제품이 선보였다. 건물 외벽에 바르는 자기정화 페인트이다.

저절로 방수가 되고 때가 끼는 것을 막아주는 연잎효과를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청소를 자주 해야 하는 생활용품에 활용된다. 물에 젖지도 않고 더러워지지도 않는 옷도 개발되었다. 이 옷을 입으면 음식 국물을 흘리더라도 손으로 툭툭 털어버리면 된다. 이 옷의 섬유 표면에는 연잎 효과를 나타내는 아주 작은 보푸라기들이 수없이 많이 붙어 있다.

2016년 3월 삼성물산 패션사업부는 연잎효과를 적용한 오염 방지 의류를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서 청색기술을 활용한 제1호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만하다.

 

 

 

 

 


벌레잡이통풀과 SLIPS 의류

벌레잡이통풀은 주머니처럼 생긴 특이한 통 모양의 잎을 가진 식충식물이다. 주머니 잎 안쪽 가장자리의 윗부분은 뻣뻣한 털로 덮여 있지만 아래 쪽 가파른 부분은 기름을 칠해놓은 듯 미끄럽다. 곤충이 주머니 잎의 꿀 분비샘에 이끌려 일단 잎 속으로 들어가면 아래쪽으로 미끄러져 밑바닥에 고여 있는 액체로 굴러 떨어져서 다시는 기어 나오지 못한다. 벌레잡이통풀은 효소를 분비하여 곤충을 야금야금 소화한다.

러시아 태생의 재료과학자인 미국 하버드대학의 조애나 에이젠버그(Joanna Aizenberg)는 동남아시아의 벌레잡이통풀을 모방하여 물, 기름, 혈액은 물론 심지어 개미까지 모든 것이 미끄러질 수 있는 표면을 개발했다. 2011년 에이젠버그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9월 22일자에 실린 논문에서 이 표면을 SLIPS(slippery liquid-infused porous surfaces), 곧 ‘미끄러운 액체가 주입된 다공성 표면’이라고 명명했다. SLIPS는 물만 밀어내는 연잎효과 표면과 달리 거의 모든 물질을 쓸어내는 자기정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유리, 금속, 플라스틱은 물론 직물에도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에이젠버그가 재미과학자인 김필석 박사와 공동 창업한 SLIPS 테크놀로지는 건설, 군대, 병원, 스포츠 분야의 특수 의류를 개발하고 있다. 2014년 10월 독일의 화학회사인 BASF는 SLIPS 테크놀로지와 기술제휴 계약을 체결하여 특수 신발 개발에 나섰다.

   

 

 

 

상어 지느러미를 모방한 전신수영복

상어는 바닷물 속에서 시속 50km로 헤엄칠 수 있다. 이는 어지간한 구축함보다 빠른 속도이다. 상어의 피부는 매끄러운 것 같아 보이지만 지느러미의 비늘에는 삼각형의 미세돌기들이 돋아나 있다. 10~1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돌기는 조개나 굴보다 훨씬 작아서 손으로 만지면 모래가 붙은 사포(砂布) 감촉으로 겨우 느껴질 정도이다. 이러한 돌기는 대개 물속에서 주위에 불규칙한 흐름, 곧 와류를 생기게 하므로 매끄러운 면에 비해 마찰저항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80년 미국 과학자들은 상어 지느러미의 비늘에 있는 미세돌기가 오히려 저항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작은 돌기들이 물과 충돌하면서 생기는 작은 소용돌이가 상어 표면을 지나가는 큰 물줄기 흐름으로부터 상어 표면을 떼어놓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이로 인해 물과 맞닿는 표면의 마찰력이 최소화되어 결국 물속에서 저항이 감소되므로 상어가 빠른 속도로 물속을 누비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상어 비늘이 일으키는 미세한 소용돌이가 표면 마찰력을 5%나 줄여준다.

경기용 수영복 업체인 스피도(Speedo)는 상어 지느러미 표면의 돌기 구조를 모방한 전신수영복을 만들었다. 패스트스킨(Fastskin)이라 불리는 이 제품에는 상어 비늘에 달려 있는 삼각형의 미세돌기 같은 것들이 붙어 있다. 이처럼 수영복 표면을 약간 거칠게 만들면 선수 주위에서 빙글빙글 맴도는 작은 소용돌이를 없애주기 때문에 100m 기록을 0.2초 정도 단축시킬 수 있다고 한다. 0.01초를 다투는 수영 신기록 경쟁에서는 이만저만한 시간 단축이 아닐 수 없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전신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금메달 33개 중에서 28개를 휩쓸어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선수 25명 중에서 23명이 스피도 수영복을 입었다. 2009년 3월 국제수영연맹(FINA)은 전신수영복 착용을 금지하고 남자는 허리에서 무릎까지만, 여자는 어깨에서 무릎까지만 덮을 수 있도록 했다.

   

 

 

 

모르프 나비와 모르포텍스

나비를 모방해서 염료나 안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색깔을 내는 직물도 개발되고 있다. 자연에서 색소가 섞이지 않은 무색의 물질이 색깔을 나타내는 현상을 구조색(structural colour)이라 이른다. 물감에 의한 색은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항상 같은 색으로 보이지만, 구조색은 무지갯빛처럼 보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조금씩 달라진다. 구조색은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예컨대 콤팩트디스크, 크레디트 카드, 미라솔 디스플레이, 비눗방울에서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자연에서는 공작새 깃털, 공작거미, 물총새, 무지개송어, 남아메리카에 사는 모르포(Morpho) 나비, 보석인 오팔에서 구조색 현상을 볼 수 있다.

구조색을 나타내는 모르포 나비의 날개는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푸른색을 띠고 있다. 물론 나비 날개에는 아무런 색소도 들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른색을 띠는 까닭은 날개 표면을 덮고 있는 비늘이 광결정(photonic crystal)과 비슷하게 푸른색의 빛만 반사시키고 다른 색의 빛은 모두 흡수하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광결정은 특정 파장의 빛만을 반사시키고 나머지는 흩어지게 하는 나노 구조의 결정이다. 모르포 나비의 비늘은 나노미터 크기의 독특한구조로 되어 있다.

모르프 나비의 구조색 기능을 흉내 낸 대표적 직물은 일본 기업이 내놓은 모르포텍스(Morpho tex)이다. 염료나 안료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빛이 어떻게 비치는가에 따라 빨간색이나 보라색 또는 초록색으로 색깔이 바뀐다. 모르포텍스는 나노기술을 이용하여 모르포 나비 날개의 비늘을 본떠 만든 작물이다.



거미줄로 방탄복을 만든다

2012년 1월부터 4개월 동안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에서 거미 실크(명주실)로 만든 어깨망토를 전시하여 눈길을 끌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거미 실크 의상인 가로 3.3m, 세로1.2m 크기의 이 망토는 4년 동안 82명이 투입되어,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섬의 전화선 전주에 집을 짓고 사는 황금무당거미 암컷 100여만 마리로부터 얻어낸 실크로 만든 것이다.

야생 거미가 분비하는 명주실로 옷을 만들려는 시도는 18세기부터 시작되었다. 1709년 프랑스의 봉 드 생틸레르(Bon de Saint-Hilaire)는 거미줄로 양말과 장갑을 짜서 황제에게 헌정하고, 1710년 프랑스 학술원에 논문을 제출했으나 채택되지 못했다. 과학자들은 1파운드(약 454g)의 실크를 분비하기 위해 암컷 거미가 27,468 마리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누에와 달리 민첩한 거미를 사육하는 어려움은 별개로 치더라도, 거미줄이 너무 가늘어서 옷감의 재료로는 애당초 부적합하다고 여겼다. 어미 거미의 경우 1분에 150~180cm의 실크를 분비한다. 따라서 5,000마리의 거미가 수명이 다할 때까지 뽑아내는 실을 모두 합쳐야 겨우 옷 한 벌을 짤 수 있다. 말하자면 경제성의 측면에서 거미의 실크는 사용 가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거미 실크가 지닌 보기 드문 특질은 끊임없이 과학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아침이슬을 받아 반짝이는 거미줄을 보면 금방 끊어질 것 같다. 하지만 같은 무게로 견줄 때 강철보다 20배나 질기다. 게다가 나일론보다 두 배 더 늘어날 정도로 탄력적이다. 또한 방수 기능이 있고, 인체에서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아 자연에서 생산되는 최고의 생물재료로 손꼽힌다.

1989년 미국의 랜디 루이스(Randy Lewis)는 거미 실크를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를 계기로 거미줄을 대량생산하는 길이 열렸다. 1999년 캐나다에서 거미 실크의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를 염소의 유방세포 안에 넣어서 염소가 젖으로 거미줄 단백질을 대량 분비하도록 했다. 2001년 미국에서 거미 실크 유전자를 담배와 감자의 세포 안에 삽입하여 식물 잎에서도 거미줄 단백질이 나오게 했다. 2010년 KAIST 이상엽 교수와 서울대학교 박영환 교수는 거미 실크 유전자를 대장균에 집어넣어 거미 실크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 거미줄은 의료용 재료로 쓰임새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방탄복이나 낙하산 같은 군사용품에 널리 사용될 수 있다. 2015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3월 26일자 특집에 따르면 거미 실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의류 시장 선점을 시도하고 있다. 랜디 루이스가 창업한 아라크나이테크(Araknitek)와 일본의 벤처기업인 스파이버(Spiber)가 직물용 거미 실크 생산에 나서고 있다.

 

 

참고문헌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이인식, 김영사, 2012

「자연에서 배우는 청색기술」, 이인식 기획, 김영사, 2013

「융합하면 미래가 보인다」, 이인식, 21세기북스, 2014

「4차산업혁명은 없다」, 이인식, 살림,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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