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그리는 일 40년, 화가 이주영의 <빛과 소리의 앙상블전>
소리 그리는 일 40년, 화가 이주영의 <빛과 소리의 앙상블전>
  • 전인수
  • 승인 2018.06.0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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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그림이 될 수 있을까. 회화의 역사에서 추상미술의 등장으로 음악과 리듬은 그림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았다. 화가들은 처음에는 리듬감에 점차적으로 리듬 그 자체로 가 닿기 위해 노력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소리는 그림이 될 수 없다. 그림도 소리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닿지 않는 무한의 세계의 손을 뻗는 듯한 예술가의 욕망으로 우리는 언뜻 그 세계에 빠질 수 있다. 40여 년 간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하려 노력한 이주영 화가는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소리를 그리는 화가다’

 

 

 

1978년 첫 개인전을 통해 화가 활동을 시작한 이주영 작가는 국내외 개인전만 12번을 열었다. 국제전에 참가한 횟수는 6번에 이른다. 1991년에는 여러 대의 영사기를 이용해 환상적인 영상을 만들어 내는 멀티 슬라이드 프로젝션을 선보였다. 레이 린치의 음악을 이용해 영상물로 만들어낸 ‘회화에서 영상으로 영상에서 회화로’는 <빛과 소리의 앙상블>이라는 타이틀로 전 세계에서 12회 이상 상영된 바 있다.

 

이주영 화가가 초창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탐구하고 있는 것은 시각적 요소와 청각적 요소의 관계이다. 예술 안에서 빛은 소리와 관계하고 소리는 빛과 관계한다. ‘빛과 소리의 앙상블’은 그의 이름 앞에 붙은 타이틀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에서 빛은 소리의 세계로 소리는 빛의 세계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감각을 열어준다. 이주영 화가의 작품은 이 같은 독창성을 인정받아 국공립 미술관에서 다수의 작품을 소장 중이며 대표작 ‘빛Ⅰ’은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수록됐다.

 

지난 5월 9일부터 31일까지 윤당아트홀에서 회고전 성격으로 열린 ‘빛과 소리의 앙상블’ 초대전에서 만난 이주영 화가는 오랜 경력과 달리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그가 설명한 동기는 단순하다.

 

 

“풍경화나 정물화, 인물화 같은 눈에 보이는 세계보다는 전혀 안 보이는 세계, 음악의 세계, 소리의 세계, 영상의 세계를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보이는 세계를 그리는 법은 명확하지만 소리는 어떻게 그릴 수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연못에 돌멩이를 풍덩 던지면 파문이 일게 됩니다. 그걸 그림으로 그리면 소리가 들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습니다.”

 

각각 빛과 소리를 주제로 전시한 작품들에서는 모두 이 화가의 생각이 짙게 묻어난다. 전시작 ‘거문고 산조’는 거문고의 소리에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이다. 둔탁하면서도 맑은 느낌이 나는 색조와 직선의 배열을 통해 거문고의 울림을 표현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자연의 빛과 소리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구름이 깔린 어둠과 먼동이 트는 어슴푸레한 빛을 배치하고 그림 전체에 사선을 사용해 숲 속에서 맞는 비의 감각과 시각적 심상을 동시에 표현했다.

 

어린 시절부터 모든 소리에 매료돼 그것을 ‘캔버스에 잡아 두려’고 애써온 이 화가는 앞으로도 같은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이 화가는 “소리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 40여 년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빛과 소리를 그리고 싶습니다.” 말하며 여전한 호기심을 내비췄다.

 

이주영 화가에게 이번 전시회는 의미가 남다르다. 일흔이 훌쩍 넘은 늦은 나이에 전시를 하는 것이 부담이 되었지만 자신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하나의 장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 화가는 이번 전시가 자신에게 ‘작은 잔치’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작년부터 나이가 더 먹기 전에 그려야겠다고 생각해 그려놓은 그림들이 있었습니다. 한 동안 용기를 내지 못하다가 윤당아트홀에 전시 요청을 했더니 3주간의 초대전을 제안 받았습니다. 너무 감사한 일이란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더 열심히 준비를 해서 전시를 하게 됐습니다. 이번 전시는 오랜 화가 생활 동안 저에게 관심을 가져온 분들이 마련한 작은 잔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자리가 여러 사람이 즐기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주영 화가의 ‘음악과 함께하는 빛과 소리의 앙상블전’은 오는 6월 10일부터 8월 30일까지 또 한 번 개최된다. 전시 공간은 인천 송도 스카이파크호텔 5층 제2전시실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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