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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전남 각지 노인당 찾아다니며 잊혀진 문화 조사 발굴
14년간 전남 각지 노인당 찾아다니며 잊혀진 문화 조사 발굴
  • 김준현
  • 승인 2019.10.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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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문화유산 지킴이,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허북구 박사
소리 소문 없이 잊혀져 가던 전남의 문화유산들이 하나 둘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기록에 조차 남지 않고 자칫 사라질 문화유산이 되살아나고 있는 데는 한 사람의 희생과 노력 덕분이다.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인 허북구 박사. 그는 14년간 휴일이면 혼자서 어르신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어르신들의 희미한 기억을 되살려서 잊혀져가는 문화를 기록하고 복원하는 작업에 휴일을 사용해 오고 있다.
허 박사가 그동안 찾아내고 되살려 된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동안 찾아 낸 것들은 학술 논문화 되거나 책으로 출판되었고, 어떤 것들은 상품화가 되어 지역 특산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 주인공인 허북구 박사를 만났다.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허북구박사 (사진촬영=김준현 기자)
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허북구박사 (사진촬영=김준현 기자)
 
지역과 현장에 대한 실사구시형 인재의 모델
허북구 박사는 현재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시골의 작은 문화재단에 근무하고 있지만 그의 연구업적은 화려하고, 활동 폭은 매우 넓다. 허 박사가 국내외의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은 무려 320편이 넘는다. 이는 대학 교수나 전문적인 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자들이 평생 동안 연구해도 쉽지 않은 성과이다. 100권이 넘는 저서(공동저서 포함)도 국내외에서 출판했으며, 지적 재산권은 100건이 넘는다. 미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초청을 받아 22회나 강연을 했다. 지난 3월과 6월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초청을 받아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인 바틱의 문제점을 조사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한국전통 지화문화와 전라도의 지화를 강연하고 있는 허북구 박사의 모습 (사진=허북구 박사)
한국전통 지화문화와 전라도의 지화를 강연하고 있는 허북구 박사의 모습 (사진=허북구 박사 제공)
 
허 박사의 이러한 연구 성과는 대부분 현장과 전남 지역에서 나온 것들이다. 근무를 하면서 문제점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들을 논문과 책으로 쓴 것들이 많다. 일부는 지역의 전통 문화가 사라지는 것들이 안타까워서 조사하고 정리한 것들이다. 논문과 책으로 출판된 것들은 전통문화의 전승 및 타 연구의 토대를 마련했다는데서 의미가 크다. 그 중의 일부는 상품화가 되어 실질적으로 지역민들의 소득 증대에 기여하는 등 실사구시형 인재의 실제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사라질뻔 했던 전남 지역의 문화유산을 발굴
허북구 박사가 발굴한 전남의 문화유산은 음식, 공예 등 분야가 다양하다. 허 박사는 2006년부터 2014년까지 1950년대 이전의 돈차(錢茶) 제조법과 문화를 찾아내 ‘1,000년 신비의 전통차 돈차 청태전’과 ‘근대 전남의 돈차 문화와 청태전’ 책 두 권을 출판했다. 전남의 떡문화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 과거 단옷날에는 찔레꽃 떡을 이용하는 문화가 있었음을 찾아내 ‘근대 전남 나주의 단오풍속과 찔레꽃떡문화’ 책에 소개했다. 과거에 전남에서 찰지고 맛있는 떡으로 유명했지만 사라진 제비쑥떡과 절굿대떡을 찾아내 ‘근대 나주의 제비쑥떡 문화와 떡쑥’ 및 ‘근대 나주의 분추떡 문화와 절굿대’라는 책 출판과 관련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했다.
 
나주 전통 고깔의 복원 사진=시사매거진CEO(허북구 박사 제공)
나주 전통 고깔의 복원 (사진=허북구 박사 제공)

발굴한 것들을 각각 논문과 책으로 출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업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지역특산물로 키웠다. 특히 제비쑥떡은 국제슬로푸드 맛의 방주에도 등록시켰으며, 지역 특산물로 키워 화제를 모았다. 음식분야에서는 이외에 장흥의 물회 문화를 조사하여 ‘근대 장흥의 된장물 문화와 된장물회’를 출판했으며, 나주의 집장 문화를 조사해 ‘근대 나주의 집장과 부삭장 문화’ 책을 출판했다.
공예 분야에서는 프랑스 부채박물관 및 일본도쿄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나주산 부채 유물을 밝혀냈고, 과거 나주에서 부채를 만들었던 마을 또한 찾아냈다.
전통염색 분야에서도 나주의 쪽문화 염색기술을 찾아내 ‘근대 나주의 쪽문화와 쪽물염색’ 책을 출판했다. 내용에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염색법, 가마니를 이용한 니람(泥藍)의 탈수 방법 등을 다수 담았다. 
 
대만에서 전시한 전남 꽃상 사진=시사매거진CEO(허북구 박사 제공)
대만에서 전시한 전남 꽃상 (사진=허북구 박사 제공)

진도에서는 일제 강점기 때까지 제주도 못지않게 감물염색 옷을 입었다는 사실을 찾아 내 ‘근대 전남 진도의 감물염색 기술과 문화’ 책을 출판했다. 허 박사가 진도에서 발굴한 감물염색 문화 중 진흙염색 기술은 전통 염색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전남 각지의 노인당을 찾아가서 조사한 전통 염색에 관한 내용들은 ‘근대 전남의 천연염색 문화와 전통기술’이라는 책에 자세히 실어 전승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 책에서는 전남 해안가에서 배의 돛, 그물 등에 염색했던 문화를 처음으로 소개 해 놓았다.
허 박사는 전남의 전통 지화(紙花)와 꽃상여 문화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만 타이중시 문화국의 초청을 받아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한국의 전통 지화문화와 전라도의 지화’에 대해 강의했다. 동시에 타이중둔구예문센터에서 전남의 꽃상여와 지화를 전시했다. 올 초에는 대만 타이난에서 전남의 전통 지화와 함께 전통 지화를 현대화한 작품도 전시했다. 최근에는 과거 전남의 주요 지역에서 사용되었던 농악고깔의 꽃을 발굴 및 복원했다. 허 박사는 이처럼 전남 지역의 문화유산의 발굴과 복원 및 보급에 지속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 전통 사물놀이 고깔을 모티브로한 장식물 사진=시사매거진CEO(허북구 박사 제공)
한국 전통 사물놀이 고깔을 모티브로한 장식물 (사진=허북구 박사 제공)
 
전남 지역 문화와 공예 활성화에 매진 계
허북구 박사가 최근에 문화유산의 발굴 못지않게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전남 공예의 활성화이다. 전남 지역의 공예는 우수한 전통이 있으나 소비지 및 소비자와 멀리 떨어져 있음에 따라 소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유행에도 뒤떨어져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허 박사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우선 지역공예품의 판매 활성화를 위해 그가 근무하고 있는 (재)한국천연염색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천연염색박물관의 뮤지엄샵을 ‘로컬 크래프트 판매장’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국천연염색박물관에는 연간 8만 명 정도가 방문하기 때문에 지역 공예가들의 작품 노출과 판매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동시에 여러 작가의 작품을 한군데 모아서 판매함으로써 집객 효과를 높이고, 그로 인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작가들에게 전달하는 것에 의해 상품성 향상에 도움 주기 위해서이다.
허 박사의 전남 문화유산에 대한 발굴과 보급 그리고 지역문화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어 보였다. 그가 앞으로 전남 문화지킴이로 어떤 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만들어 갈지가가 더욱더 기대 되는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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