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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기부 천사 36년, 나머지 삶도 사회 환원이 목표
대전의 기부 천사 36년, 나머지 삶도 사회 환원이 목표
  • 정하연
  • 승인 2019.10.23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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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주민사랑네트워크 김제홍 상임대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탄생과 더불어 한 인간의 경제적 환경도 정해진다. 무모가 부자라면 더욱 좋겠고, 못해도 중산층이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힘겨운 서민층의 삶 아래로 빈곤계층과 소외계층이 있다. 국가는 정책적으로 이들의 삶을 끌어올리려 노력하지만 행정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많다. 이 후미진 곳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나눠주려 애쓰는 이들 덕에 사회는 힘든 와중에도 따듯함을 느낀다. 대전 동구주민사랑네트워크의 김제홍 상임대표의 기부와 봉사는 그렇게 사회의 온기를 유지한다.
 
어려운 누구에게라도 김제홍 대표가 나타난다
김제홍 상임대표는 연만한 나이의 외모에도 불구하고 ‘대전의 기부천사’로 불린다. 천사라고 모두 볼 통통한 아기만 있을까, 그 아기천사가 나이가 들면 아마도 김제홍 대표의 어진 표정을 짓지 않을까. 노인복지에 기여한 공로로 받은 국민훈장 동백장은 자신이 헛 살지 않았다는 작은 확인일 뿐이지 목표는 아니다. 
 
동구주민사랑네트워크 김제홍 상임대표 사진촬영=시사매거진CEO 정하연 기자
동구주민사랑네트워크 김제홍 상임대표 (사진촬영=정하연 기자)
 
김제홍 대표는 세간에서 일컫는 ‘쌀장사’다. 쌀장사를 해서 자수성가를 했고 그렇게 번 돈을 지금까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와 기부라는 행동으로 그들의 생활을, 삶의 의지를, 외로움을 돌보았다. 매년에 걸쳐 총 2만 가구에 이르는 저소득층에게 20kg 백미 지원, 500여 명에 이르는 소년소녀가장 학업지원 성금 전달이, 5,000명에 이르는 독거 어르신 동절기 지원, 경로당 미숫가루 지원, 쪽방거주자 및 독거 어르신을 위한 명절맞이 오곡세트 전달, 어버이날 기념 사랑의 롤케익과 카네이션 전달, 저소득층 자녀 영양제 지원, 저소득층 자녀 영화 관람 등 기부 대상과 방법도 다양하다. 옆에서 지켜본 지인의 말에 의하면 아마도 김제홍 대표의 도움을 받은 이들만도 10만 여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3.16인동장터 만세운동기념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시사매거진CEO(출처: 이나영의원실)
3.16인동장터 만세운동기념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이나영의원실)
 
“부모님을 떠나 외지에서 살다보니 불우이웃에게 마음이 많이 갔습니다. 내 것을 내어서라도 돕고 싶었어요. 그런데 제 수중에도 돈이 없으니 안타까웠죠. 제가 70년대 젊은 시절에 쌀장사를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내용물을 검사하려고 쌀가마니에 세모 막대를 찔러 넣었어요. 그럴 때 쌀알이 바닥에 조금씩 떨어집니다. 그것이 아까워 긁어모아서 밀주업자에게 팔아 푼돈을 저축했습니다. 그 돈으로 겨울철 힘든 노인들에게 내복이나 양말을 사다드리니 너무 좋아하시더군요. 그때부터 돕는 기쁨을 알았지요.”
 
도시로 나온 시골 청년, 흘린 쌀을 모아 봉사 씨앗을 키우다
김제홍 대표의 삶의 근거지는 40여 년 동안 변함없이 대전이지만, 정작 경북 어느 산골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았다. 그 시절이야 대부분이 그랬다지만 정말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대처로 나가서 돈을 벌어보자고 결심했다. 제법 연줄이 있는 형님과 친척이 있는 대전이 낯설지 않은 듯해서 무작정 나섰다. 
 
추석 후원물품을 포장하고 있는 모습 (사진=동구주민사랑네트워크 제공)
추석 후원물품을 포장하고 있는 모습 (사진=동구주민사랑네트워크 제공)
 
청년의 패기로 도청 화장실 청소부터 시작해 배추장사, 미역장사를 거쳐 보다 이문이 날 것 같은 쌀장사를 시작했다. 사업에 소질이 있었는지 차츰 안정이 되고 수입이 좋았다. 아마도 1983년도쯤 일 것인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자신의 힘들게 자랐던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어려운 사람들이 더욱 곤혹스러워지는 명절과 동절기에는 마음이 더 쓰인다.
 
“2008년에 탈북민들을 위한 칠순잔치를 마련해 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한 분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태어나서 처음 먹는다’며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함박웃음을 짓더군요. 힘들고 외로운 누군가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제게도 행복입니다. 서로 마음을 나누고 어울리는 것이 세상의 살맛 아니겠어요?”
김제홍 대표도 누군가에게 말의 북돋움을 받았다. 장년시절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회장과 우연한 식사자리에서 짧게 ‘열심히 잘 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단순한 말 속에서 깊은 통찰을 느꼈다. 김제홍 대표의 꿈은 나머지 인생도 ‘봉사와 사회 환원’을 열심히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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