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깅’, ‘필(必)환경’, ‘가치소비’ … 환경문제가 청년문화 바꾼다
‘줍깅’, ‘필(必)환경’, ‘가치소비’ … 환경문제가 청년문화 바꾼다
  • 박경민
  • 승인 2020.03.19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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줍깅’, ‘()환경’, ‘가치소비환경문제가 청년문화 바꾼다

 

세계가 불타고 있을 때 침묵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 () 우리는 권력자들에게 배신당했다. 그들은 우리를 실망시켰지만, 우리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워딩만 보면 마치 대단한 정치 투사의 결의에 찬 출사표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을 한 사람은 17세의 환경운동가 스웬덴의 그레타 툰베리였다. 어른들이라면 네가 뭘 아냐라고 핀잔을 줄 법한 나이이기도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에게 환경문제는 결코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만만한 문제는 아니다. 지금의 중년 세대만 해도 학교에서 환경문제를 배우지도 않았고, 그것에 많은 신경을 쓰지도 않았다. 그러나 요즘 청년들은 이미 환경에 대해서 충분히 배우고 있고, 북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생태문제까지 아우르는 체계적인 교육을 접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환경과 생태의 문제는 청년들의 일상 문화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환경을 통해 즐기고 운동하고

스웨덴에서 시작되어 북유럽으로 확산한 이색적인 운동법 하나가 있다. 바로 플로깅(plogging)’이라는 것이다. 줍다라는 의미의 스웨덴어 ‘plocka’와 조깅의 ‘jogging’이 합쳐진 말이다. 이는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새로운 체력운동+환경운동의 트렌드다. 특히 쓰레기를 주울 때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다 보면 이 자체가 스쿼트 자체로 근육 운동에 도움이 된다. 거기다가 쓰레기를 찾아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있다 보니 운동이 지겹다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즐거운 미션이 된다. 거기다가 운동을 끝내면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었다는 자부심까지 가득 얻을 수 있다. 이러한 플로깅이 우리나라에 오면서 줍깅으로 명명됐다. ‘줍다조깅을 합친 말이다. 캠핑하면서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플로깅처럼 운동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기도 한다. 그 후 쓰레기를 담은 모습을 촬영해 SNS에 올리면서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사실 이런 모습을 보면 기성세대들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엄연히 정부에서 청소부도 고용하고 있으며, 또 쓰레기 줍는 일을 하찮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다르다. 환경과 생태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기성세대가 환경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거기다가 이들은 자신들이 하지 않은 일로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 등에 대한 공포심을 안고 있는 그들은 이제 더는 환경과 생태의 문제를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그들이 직접 나서서 지구를 구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비치코밍(beachcombing)’도 같은 맥락이다.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는 해양생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넘어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미세 플라스틱이 축적되어 아름다운 해양환경을 망치고 있다. 비치코밍은 해변을 뜻하는 ‘beach’와 빗질을 의미하는 ‘combing’의 합성어다. 모래사장 위에 널려 있는 쓰레기를 마치 빗질하듯 모아서 재활용하거나 혹은 이것으로 예술품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비치코밍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제주도에 현재 이런 활동을 하는 청년단체가 있으며 이들은 폐목재, 밧줄, 유리병을 다시 가공해서 예술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2018년에는 1회 해운대 비치코밍 축제까지 열렸다. 이들에게 환경과 생태의 문제는 억지로 해야 하는 일, 더러운 일이 아니라 즐거운 운동이고 축제인 셈이다. 환경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기성세대와는 180도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가격보다 가치

환경을 중시하는 청년들의 문화는 단지 청소에 머물지 않는다.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닝아웃(meaning out)’()환경’, ‘가치소비등이다. 미닝 아웃은 신념을 의미하는 ‘meaning’과 밖으로 나온다는 의미의 ‘coming out’이 결합한 말이다. , 자신의 신념, 가치를 소비를 통해서 드러낸다는 의미이다. 필환경이라는 말은 과거 친환경과 대비되는 말로 더 이상 환경보호는 하면 좋고,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환경이 생존의 의미로 다가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는 가치 소비의 한 형태로 드러난다.

과거 소비라는 것은 자신의 필요성에 의해서 행해지는 행동이었다. 그래서 욕구가 생기면 가격과 성능을 비교한 후 소비를 했다. 그런데 이제 젊은 세대의 소비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가격과 성능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반영하지 않는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환경을 파괴하거나, 혹은 갑질을 하는 기업을 퇴출하려고 노력하고, 그 반대의 기업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환경적으로, 사회적으로 좀 더 밝고 건강한 사회를 지향한다. 이러한 젊은 세대의 트렌드는 인터넷에서 착한 소비의 급격한 언급량 폭증이 보여주고 있다. 20014년에 비해 2018년에 착한 소비를 언급한 각종 글과 사진은 무려 120% 이상이 증가했다. 이는 그만큼 이러한 새로운 소비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소비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 온 가격이 오히려 밀린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는 가격이 비싸도 자신의 신념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제품을 구매한다. 그렇다면 젊은 세대가 이런 소비에 열광하는 배경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이는 기본적으로 환경과 생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도 있지만, 참여의식이 무척 높아졌고 참여의 방법 역시 쉬워졌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로 정의되는 요즘 청년들은 참여의식이 유난히 높다. 어려서부터 SNS로 소통하고 연대하는 것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조직에 대한 강한 연대를 느끼는 대신, ‘약하고 느슨한 연대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신념과 가치를 표현한다. 이는 자신에게 크게 부담되지 않고, 취향과 성향을 쉽게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밀레니엄 세대에게는 매우 효율적인 소통의 방법이기도 하다. 거기다가 상당한 디지털화는 이들 젊은 세대를 네트워크로 묶어냈고, 여기에서 공동체 의식을 가진 그들은 쉽고, 빠르게 자신의 소비를 드러내고 자랑하고, 또 타인의 소비를 구경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의 생각과 신념은 정말 세상의 환경과 생태를 구할 수 있을까?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는 그들에게 새로운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코로나19는 단순한 재앙적 바이러스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에는 이마저도 환경의 문제로 귀착된다. 따라서 이런 불안하고 공포스런 현상을 또다시 목도한 젊은 세대는 더욱 가속화해서 환경과 생태문제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코로나19 현상이 안타까운 현상이기는 하나, 역설적으로 환경과 생태에 대한 더 나은 기회, 젊은 세대의 더 열광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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