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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진달래가 스스로 진달래꽃으로 피도록
[칼럼] 진달래가 스스로 진달래꽃으로 피도록
  • 정하연
  • 승인 2020.06.15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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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근 교수
정영근교수(사진= 정영근교수 제공)

고3을 시작으로 등교수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파행을 거두고 정상의 과정으로 돌아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번 기회에 파행과 역행을 거듭하는 교육이 제자리 찾아주기를 바라면서, 현재 우리 교육의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의 부재라고 나는 생각한다. 첫째로, 교육의 중심과 주체가 뒤바뀌어 있다. 부모와 선생이 이끌고 아이와 학생은 따라가고 끌려가는 형상이다. 무엇을 배우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결정하는 근본적인 문제에조차도 부모와 선생의 생각이 크게 작용한다. 왜 아이와 학생이 스스로 자기의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게 하지 않는 것일까? 둘째로, 다양한 개성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없이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획일적인 교육이 판을 친다. 획일화된 교육에 잘 맞지 않고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교육이 참기 힘든 고역이 된다. “진달래는 진달래꽃으로 피면 되고 민들레는 민들레꽃으로 피면 된다”는 임제선사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각자의 독특한 개성을 발견하고 꽃피우게 해야지 왜 한결같이 장미꽃을 피우라고 하여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사진= pixabay)
(사진= pixabay)

주역에는 교육을 의미하는 몽괘(蒙卦)가 있다. 몽괘는 산 밑에 물이 있는 형상으로 그려진다. 산 밑에 있는 물을 밖으로 솟아나오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는 뜻이다. 거기에는 “어른이 어린아이에게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가 어른에게 요구하는 것이다”라는 풀이가 붙어있다. 아이와 학생이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주체적 삶을 살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대신해 주면 자립능력을 키울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그래서 수동적 삶을 살게 되고 남의 탓을 하는 인간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어릴 때는 여러 가지로 미숙하기에 때로는 잘못된 판단이나 선택을 할 수가 있다. 그렇더라도 시행착오를 통해서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야 한다.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되면 스스로 세상의 지도를 그리게 될 것이다.
강사 시절 서너 살 먹은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하는데 도통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상으로 유혹하거나 협박으로 강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에게도 이성이 있음을 믿고서 끝없이 상황을 설명하고 스스로 어린이집에 가는 선택을 하도록 유도했다. 옷이 맘에 안 든다며 트집을 잡는 아이에게 스스로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를 때까지 장롱 속옷을 다 갈아입히고, 도중에 개가 있어 싫다고 하면 다른 길로 돌아서 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한 시간 반이 지나자 아이 스스로 손을 잡고 일어서서 어린이집에 가자고 했다. 다음엔 30분이면 족했고 그다음엔 자동이었다. 그 이후 모든 것을 알아서 하고 자기 길을 잘 가는 대견하고 고마운 딸로 성장했다.
맹자라는 책에는 보리가 빨리 자라도록 돕기 위해서 위에서 잡아당겨 뿌리가 들뜨게 만든 농부의 얘기가 나온다. 크는 것을 돕는 것이 조장(助長)이다. 보리가 잘 자라게 하려면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하고(勿忘) 크는 것을 도와주지도 말아야 한다(勿助長). 조장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심각한 병폐이다. 조장하면 뿌리가 내리지 못하고 뿌리가 굳건히 내리지 못하면 자생력을 잃고 시들게 된다. 불신과 무시에 바탕한 통제와 관리로 변화를 강요하는 것은 설사 그 변화가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저항을 부를 것이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 아이나 학생의 그것보다 탁월하다는 확신과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에 간섭하고 명령한다는 태도에도 반성할 점이 있다. 내가 아들에게 “성실은 무슨 일을 하든 꼭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얘기했더니 아들이 “그것은 노예에게나 강요되는 도덕”이라고 말했다. 오늘의 시대와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해서 누가 더 잘 알고 있을까? 또 자기 자신보다 더 자기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또 어디에 있을까?
자율에 바탕한 교육을 통해서 자생력과 주체적 삶의 능력을 키우고 다양성에 대한 배려와 존중으로 백화가 만발하게 될 때,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고자 하는 교육의 궤도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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