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명수 군산야구, 다시 날아오르자
역전의 명수 군산야구, 다시 날아오르자
  • 시사뉴스매거진
  • 승인 2021.09.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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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야구소프트볼협회 문태환 회장

바다를 품은 항구도시 군산. 근대화 시점에 이곳으로는 새로운 문물이 쉴 새 없이 밀려들어 왔다. ‘역전의 명수’로 군산의 이름을 널리 알린 야구도 그중 하나. 이곳에 야구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10년 무렵으로 여타의 근대문물과 더불어 야구는 오랜 기간 뿌리를 내리고 수많은 인재를 탄생시켰다. 현재 군산지역 야구인은 2,300여 명, 63개의 팀의 규모에 이른다. 군산야구소프트볼협회는 이를 기반으로 지역 야구발전을 위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건전한 스포츠 문화의 정착 및 유대감 강화, 야구의 저변 확대 및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군산야구소프트볼협회 문태환 회장을 만나 그가 꿈꾸는 군산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군산야구소프트볼협회 문태환 회장(사진=유미라 기자)

군산 야구, 과거의 위상을 되찾으려면

군산야구소프트볼협회는 1995년 생활체육야구동호인협회로 출발했다. 2000년 생활체육야구연합으로, 2011년 생활체육야구연합회와 군산시야구협회가 통합하며 현재의 명칭으로 개칭했다. 군산시장기 우수중학초청야구대회, 군산시장기 우수고교초청야구대회, 스포츠토토배 전국 유소년 야구대회, 새만금 군산시장기 전국공무원 야구대회, 군산시장기 직장·클럽 야구대회, 새만금 주말가족리그 동호인 야구대회 등 주요사업과 지역야구의 활성화와 인프라 확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 군산의 야구 100년 역사를 정리하는 작업을 주도했습니다. 다시 그 역사를 돌아보니 우리에게 지금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더욱 여실하게 보이더군요. 지역 야구 발전을 위해 기여한 수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오늘의 우리 역사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군산의 야구 인프라는 확충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오죽하면 전국대회를 유치하기에도 어려운 형편일까요. 예전의 명성에 비춰보면 사실 초라한 모습이지요. 현재 동호인리그를 운영하는 경기장은 월명야구장, 금강1·2구장 등 세 개의 구장에 불과한데, 금강1구장의 경우 비가 오거나 기상 악화로 침수가 발생하면 경기장 사용이 불가한 지경에 이릅니다. 시설 개선이 시급한데도 손을 못 쓰고 있는 곳은 이곳뿐만이 아닙니다. 엘리트 선수를 육성해나가야 할 학교 시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군산상고의 경우 최근 많은 예산을 들여 학교시설을 크게 개선했는데, 여전히 운동장은 손을 대지 못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부상이 염려되어 한낮에는 훈련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군산상고가 그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이처럼 기초적인 부분에서부터 차근차근 다시 공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작년 말 3선으로 취임한 문태환 회장은 다소 뼈아픈 이야기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단순한 비판의 목소리라기보다는 지역 야구가 진심으로 다시 거듭나기를 소망하는 야구 애호가의 마음에서 비롯된 이야기로 들렸다.

“선수들의 성적이 부진하면 우선 지도진의 책임을 묻는 것이 보통인데, 이보다는 인재들을 영입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을 우선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운동부가 점차 클럽 화 하거나 학부모들이 지나치게 운영에 개입하는 부분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유소년 체육대회에서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인근 지자체의 경우 스포츠 꿈나무를 육성하기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전의 우리 군산이 야구 부흥기를 맞기까지 수많은 공헌이 뒤따랐던 만큼 지금 군산 야구의 부활을 위해서 민관의 더욱 많은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군산야구소프트볼협회 문태환 회장(사진=유미라 기자)

영광의 시대, 그리고 시민들의 오랜 야구 사랑

1972년 제26회 황금사자기 부산고와의 결승전 당시 군산상고는 9회 말 1대 4로 뒤지던 경기를 5대 4로 역전하며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당시 군산상고의 진용은 감독 최관수, 부장 송경섭, 선수 김준환(주장, 2루수), 김일권(유격수), 양기탁(중견수), 김봉연(1루수), 양종수(포수), 김우근(좌익수), 정효영(3루수), 고병석(PH), 송상복(투수) 등이다. 김준환 선수의 끝내기 안타로 2시간 40분 만에 마무리된 이 전설과도 같은 경기는 ‘역전의 명수’라는 영예로운 별칭을 군산상고에 안겼다. 

“그 경기가 치러진 해에 저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습니다. 야구는 제게 꿈이었지요. 동네 골목 공터에서는 매일 ‘스트라이크’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친구 녀석들과 시멘트 포대로 글러브를 만들어 손에 끼우고 빨랫방망이를 휘두르다 보면 해가 넘어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운동선수가 되겠다고 하자 아버지께서는 완고하게 반대하셨습니다. 끝내 야구선수가 되겠다며 가출을 감행하기까지 했는데, 결국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요. 사회인으로 자리 잡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조금 생기면서는 고향의 운동하는 후배들을 챙기기 시작했습니다. 밥과 술을 사주며, 부디 자신의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다독이곤 했습니다.”

고교야구의 전성기였던 1970년대, 그 시절 야구는 군산시민들의 꿈과 희망이었다. 군산에서는 고교야구 친선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장은 관중으로 꽉 들어찼고, 주변은 함성으로 가득했다. 전국대회 경기가 열리면 시내의 풍경은 평소와 사뭇 달라졌다. 시내 중심가는 한산해졌고, 사람들은 다방과 전파상으로 모여들었다. 결승전이 열리는 날은 축제와 같았다. 군산상고가 우승을 차지하면 승리는 모든 도민과 시민들의 기쁨과 자랑이 되었다. 선수들은 전주에서 열린 도민 환영대회에서 축하를 받고 군산으로 돌아와 시내를 카퍼레이드로 활보하며 모두의 영웅이 되었다. 

 

군산 야구의 100년을 돌아보며 내일을 본다

군산상고는 프로야구 탄생에 크게 기여한 이용일(전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권한대행)이 자신의 사업 기반이 있었던 군산 지역에 야구붐을 일으키고자 만든 팀이다. 그는 군산 지역 초등학교 4곳과 중학교 1곳, 그리고 고등학교 1곳의 총 6개의 학교에 야구부를 창단해 탄탄하게 선수 육성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췄다. 1968년 창단한 군산상고 야구부에는 국가대표 출신이었다가 직전에 은퇴한 최관수 감독을 영입했다. 이후 군산상고는 1971년 대통령배 4강에 오르며 전국적인 돌풍을 일으켰고 이는 199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2000년 1월 지역야구단(쌍방울 레이더스)의 해단 이후 지역 유망주의 수도권 유출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고, 군산 야구는 조금씩 예전의 빛을 잃어갔다. 2000년대에는 단 한 번, 김성한 감독의 지휘하에 차우찬, 황선일, 원종현과 같은 선수들이 활약해 2005년 대통령배 4강의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이후 군산상고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모은 것이 2013년, 문 회장은 당시를 특별하게 기억한다. 16년 만의 우승으로 군산의 온 시가지는 한동안 기쁨으로 들끓었다. 

“2013년 초, 학교에 새로운 교장 선생님이 부임하셨어요. 그런데 전임 교장 선생님께서 전근 가시며 학교 운영에 쇄신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며 강하게 말씀을 하고 가신 모양이더라고요. 해서인지 오시자마자 야구부 감독을 해임하려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제가 찾아뵙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그 감독이 참 유능한 지도자라는 사실을 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처음에는 저도 ‘적폐’라고 여기셨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려 하지 않으시더라고요. 여하튼 우여곡절 끝에 교장 선생님을 만나 설득하게 되었고 딱 20일만 지켜보시라고, 만약 그때까지도 생각이 바뀌지 않으신다면 저도 교장 선생님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지요. 그러고선 교장 선생님을 모시고 다니면서 일일이 야구 경기 규칙을 설명하며 선수들 경기를 지켜보았는데, 붙는 경기마다 전부 이기는 거예요. 한 경기도 빠뜨리지 않고. 결국 감독은 유임되었지요. 훌륭한 지도자를 지켜냈다는 것도 뿌듯했지만, 정말 기뻤던 건 그해 봉황대기 대회에서 16년 만에 우승했고, 또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전국체전에서도 청주고를 누르고 우승을 한 겁니다. 후일담이지만 당시 그 교장 선생님은 부임 당시만 하더라도 야구에 문외한이셨어요. 근데 학교가 짧은 기간 무려 2관왕을 한 겁니다. 당시에도 군산상고가 거둔 우승으로 성대하게 축제가 열렸습니다. 이듬해 전근을 가시고 난 후에도 종종 그분께서는 그때 실수하지 않게 도와주어 고마웠다면서 안부를 전하곤 하셨습니다.”

문태환 회장은 2012년 통합 직후 취임해 올해로 회장직을 수행한 지 10년째다. 그는 훌륭한 선수와 코치들이 만나 기량을 향상시키고 훌륭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지켜볼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전했다. 작년 말 세 번째로 임기를 이어가게 되면서는 앞으로 남은 3년을 자신의 마지막이라고 결심했다. 그만큼 임기 말까지 군산이 야구 명문으로서 다시 거듭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권력과 세력에 야합하기보다는 주어진 자리의 본질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각오다. 

위대한 역사에는 늘 숨은 영웅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선택을 전부로 여기고, 지극히 정성을 다해 결국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낸다. 거침없는 이들의 도전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9회 말 투아웃, 경기는 다시 시작된다. 군산의 꿈은, 다시 이루어진다. 문태환 회장의 후배들을 위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희생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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