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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가상공간의 진화, 디지털 트윈
현실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가상공간의 진화, 디지털 트윈
  • 최운정
  • 승인 2021.10.27 1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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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공간에 사물이나 현실 공간 등을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의 활용이 가속화되고 있다. 실존하는 것을 그대로 복제해 디지털로 옮기는 것은 물론 디지털상에서 3D로 설계한 뒤 실체로 구현하는 것 역시 디지털 트윈이다. 지금까지는 제조업 등에서 이용되고 있었지만, 점차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트윈은 예측할 수 없는 사고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수도 있다. 사물이나 공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은 현실 공간에서 걸리는 시간과 비용의 한계를 줄여주며 우리 일상 가까이에서 활용되고 있다.

SONATA N Line(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자동차

디지털 트윈이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이미 제조, 도시 등 여러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XR 기술 등과 결합하여 복잡한 형태로 진화했다. 이처럼 발전을 거듭하며 자동차, 항공, 에너지, 스마트시티 그리고 의료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도 디지털 트윈이 도입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쏘나타 등 일부 차량 모델 설계에 이미 디지털 트윈을 적용했으며, 모든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IT 자회사 현대오토에버와 함께 현대모빌리티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의 설계 부문에 기술을 적용키로 했다. HMGICS는 현대차가 싱가포르에 건설 중인 개방형 모빌리티 혁신 기지이며, 전기차 설계 및 시범 생산 체계를 비롯해 테스트베드(쇼케이스) 역할을 한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할 시 여러 대의 자동차 시제품을 제작하지 않고도 동력 흐름과 저항, 부품 간 연동 관계 등을 따져 설계에 반영할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자동차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자동차에 연동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S-Map으로 구현한 서울시청 일대(사진=서울시)

지능형 인프라를 접목한 스마트도시

디지털 트윈 기술은 제품 설계를 넘어 스마트도시, 스마트공장 등 다양한 지능형 인프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결과를 예측하고, 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게 해준다. 이를 잘 보여준 것이 바로 스마트도시다.

지난 9, 서울시는 국토교통부 주관 '2021년도 스마트도시 인증' 공모에 참여해 인증을 획득했다. '스마트도시 인증제'는 국내 스마트도시 수준을 평가하고 우수사례를 발굴·확산하기 위한 제도다. 서울시는 도시 문제해결을 위해 서울 전역을 3차원(3D) 가상공간에 동일하게 복제한 '디지털 트윈 에스맵(S-Map)' 구축 다양한 교통 시스템을 통합 관리하고 융합·분석해 시민에게 유용한 교통정보를 전해주는 서울교통정보센터 TOPIS(Transport Operation & Information Service) 등 혁신적이고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S-Map은 스마트 행정혁신 모델로 추진한 3차원(D) 지도이며, 빌딩 숲부터 공공건축물, 지하철역까지 605.23에 달하는 서울 전역을 가상공간에 담아냈다. 기존에도 3D 지도는 있었지만, 도시 전역을 대상으로 도시문제 분석 시뮬레이션까지 가능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한 것은 국내 최초다. 지난 2년간 제작과정을 거쳐 서울 지형은 물론 약 60만 동의 건축물 정보, 지하공간 등이 그대로 3D 지도안에 복제됐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하면 도시개발계획 때 가상공간에 조감도 모형을 구축해 조망권, 일조량, 스카이라인 등을 바로 따져볼 수 있으며, 차량 정체 원인 파악도 가능하다. 또한 바람 경로, 세기, 방향, 지형지물의 영향 등 서울 전역의 바람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이는 건물을 배치하거나 미세먼지, 열섬현상을 줄이는 대책을 세울 때 유용하다. 기상청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 바람길을 시뮬레이션해 산불 확산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만약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3D 지도를 통해 발생 장소를 직관적으로 확인하고 바람 정보를 분석해 확산 정도와 방향을 예측할 수 있다. 현장에 도착하지 않더라도 미리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짤 수 있게 된 것이다.

S-Map을 통한 시민 서비스도 강화된다. 주요 관광명소를 서울시 홍보대사인 핑크퐁이 VR 영상과 함께 설명해주는 비대면 투어 서비스를 연내에 시작한다. 600종 문화재를 3D로 볼 수 있고, 1900년대 옛 지도 위 한양의 모습도 3D로 재현된다. 민간 포털이 제공하지 않는 전통시장, 좁은 골목길 등 14,000여 건 거리뷰도 제공한다.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게 한다는 계획이다.

S-Map은 서울시가 스마트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인 스마트서울플랫폼(6S)의 하나로, 'Virtual Seoul(S-Map) 종합계획'('20.6.)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 트윈을 제시한 가운데, 서울시가 신기술 도입부터 관리체계에 이르기까지 국가표준으로서 선도적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GE헬스케어 커맨드센터(사진=GE헬스케어 제공)
GE헬스케어 커맨드센터(사진=GE헬스케어 제공)

디지털 공간 속 또 다른 병원

디지털 트윈을 헬스케어 부분에 접목하기 위한 움직임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각 국가 및 병원은 고유의 의료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으나 치료지연, 입원일 초과, 의료진의 피로도, 이송 거절 및 기타 여러 변수 등을 비롯해 높은 병상 가동률, 비용압박, 규제의 복잡성, 인력 구성 변화와 같은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 문제들 중 몇 가지는 한정된 예산과 인력으로 개선이 쉽지 않다. 차세대 디지털 헬스케어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전보다 가속화된 시스템 개발과 도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많은 병원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병원의 효율성과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은 GE헬스케어와 함께 디지털 트윈’, '커맨드센터(Command Center)'를 구축했다. 디지털 트윈은 병원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로 가상의 병원을 만들고 운영을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해당 모델을 통해 실시간으로 병원 의료 서비스의 수요를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다. 예측 결과에 따라 적절한 프로그램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있게 하는 것이 커맨드센터다.

GE헬스케어의 커맨드센터는 전 세계 300개 이상의 병원에 도입돼 있다. 미국 오레곤 주는 커맨드센터를 통해 주 전체 병원 침상 90%의 상황을 추적하고 집중 치료시설(ICU), 인공호흡기 및 개인보호장구(PPE)와 같은 자원을 최적화한다. 최적의 환자 치료를 지원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AI 기술을 활용해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개선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또한 신속대응팀이 상주해 일선에 있는 의료진을 지원한다. 해당 대응팀은 간호-임상-수술 신속대응팀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이루어져 있으며, 디지털 트윈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상황을 인지하고 위험을 예측해 조치한다. 더조인트 커미션 저널(The Joint Commission Journal)의 관련 논문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통해 존스홉킨스병원의 연간 환자 수용력은 2% 증가했고 응급실 대기 시간은 35% 감소했다.

디지털 트윈도 시뮬레이션의 일종이지만 가장 큰 차이는 현실 세계의 변화와 사실적으로 연동된다는 점에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가상의 모의시험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확인하며 맞춤형 의료를 실현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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