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8 14:23 (월)
[Power Interview] 이정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총장
[Power Interview] 이정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총장
  • 정하연
  • 승인 2022.11.11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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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청각학박사 1호, 국제 표준의 선봉장이 되다.

 무심코 바라보는 세상 속에서는 잘 눈에 띄지도 않고, 주목받기도 쉽지 않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흘린 피와 땀을 한 분야에서 인정받기 까지는 수년 혹은 수십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제 소개하려는 한 사람도 바로 그런 사람이다. 누군가로 부터 찬사받고 인정받기 위해서 였다면 결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길을 걸어 온 인물은 이정학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총장이다. 그는 1985년부터 1994년까지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유학을 했을 만큼 청각 분야에 애정이 깊다. 국내에서도 청각학박사 1호이며 미국 청각전문가(Au.D./Audiologist) 자격증도 한국인 최초로 취득했다. 그는 1993년 미국 동료와 함께 아틀란타에 청각케어센터를 개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분야의 표준화가 매우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세계적인 청각학 권위자로서의 족적

 19948월부터 한림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 한강성심병원 난청클리닉에 근무했으며, 청각학 전공 석사과정을 국내 최초로 개설(1997)하는 등, 이 분야에서 가히 혁신적이라고 할 만큼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노력한 기간은 총 합해 30년 가까이다. 청각학 분야 국가/국제표준화 연구에 있어서는 그를 따라올 인물이 전세계에 존재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는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세계 최초로 보청기적합관리 국제표준 ISO 21388을 제안했다. 그리고 그의 제안은 세계 표준으로 채택되었다. 그는 세계적인 청각학 권위자로서 여러 족적을 남겼다. 그가 제안한 '보청기적합관리' 국제표준은 한국이 기술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가지게 했다. 그는 세계적인 청각학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는 청색기술을 헬스케어 분야 등 산업화에 접목시키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청색기술은 방대한 분야이다. 이 총장은 주로 교육과 산업 분야에 집중하여 청색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청각케어(hearing care) 분야는 특히나 이 총장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다.

 그의 연구(한국인의 가청역치 분포, 한국어음청각검사법, 청각학용어, 보청기적합 평가 등)에 근거하여 보청기적합관리(ISO 21388-Heating Aid Fitting Management)2020년에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국제표준으로 채택됐다. 이 부분에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 제안을 했던 2015년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반대로 채택의 어려움이 있기도 했다. 지금 그의 연구 결과들은 165개국에서 사용 가능한 국제표준이 되었다. 이것은 국제 무역분쟁 등이 일어날 경우 법적인 근거가 되기도 하는 중요한 내용들이다.

전 세계 난청인을 대상으로 한 케어의 기틀을 마련

 그의 그 동안의 음향청각관리 분야의 서비스 및 교육 표준화에 이바지한 노력이 인정받아 금년 국제 표준의날 대통령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그가 제안한 '보청기적합관리(Hearing aid fitting management)' 국제표준(ISO 21388)은 앞으로도 이 분야의 발전을 마련하는데 긴요한 재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난청인을 대상으로 보청기 사용 효과 및 청능을 향상하고 의사소통 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최초의 가이드라인이다.

 그가 연구한 국제표준이 아우르는 분야는 굉장히 섬세하고 세세하다. 난청인에게 보청기를 피팅할 수 있는 전문가 요건이나 보청기 적합관리를 위한 시설 및 장비기준, 그리고 난청인 청각 평가 방법 등 맞춤형 보청기 관리를 보장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상세히 다루고 있다. 당연히 이런 국제 표준에 입각해 최고 품질의 보청기 서비스가 앞으로 제공될 근거들이 생겼다.

 이전에 일부 근거들이 미국과 유럽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서로 통합되지 않고 분산되어 있었다. 각국은 서로의 기준을 내세우며 우선권을 주장했다. 이 총장의 결과물은 모든 프로세스들이 통합되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진일보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생소한 분야에서의 어렵고 힘든 발걸음

 사실, 이 총장이 이 분야를 미국에서 공부했던 8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이 분야는 국내에서 생소한 분야였다. 1994년 그가 한국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청각학을 소개했을 때는 그래서 매우 힘들었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 시절 그는 그 생소한 분야의 미국 자격증을 취득한 상태였다. 한국에는 지금도 이 분야의 마땅한 자격 라이센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이 분야의 의사를 오디올로지 닥터(Audiology Dr., AuD)’ 혹은 히어링 닥터(Hearing Dr.)’ 라고 부른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신생아 진단에서 드러난다. 태어나자마자 일주일 안에 난청이 있느냐 없느냐를 반드시 진단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가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 94년 당시에는 한국의 이비인후과 의사들도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세계 어디에서 살든 이 분야의 적용 범위는 굉장히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신생아 진단에서부터 어르신들의 난청 진단 및 재활에 이르기까지 적용 범위는 매우 넓다. 청각 부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이 총장이 만든 표준과 로직을 통해 보청기를 맞춰 준다든지, 장애판정을 한다든지 혹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힐링과 케어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이 총장이 미국에서 공부를 할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보청기가 그렇게 활성화 되지 않았던 때였다. 국내에서는 대한보청기나 세기보청기 등이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고 막 필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던 시점이었다. 이 총장이 미국에서 청각 관련 학위를 받고, 개업을 하고, 한국 교포 신문에 관련 기사가 실리기 전까지 이 총장의 개인적 노력들은 거의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남다른 노력과 관심이 서서히 세계를 바꾸기 시작

 앞서 언급했던 대로, 이 총장은 박사 학위를 받기 전에는 미국에서 1990년 초부터 이 분야와 관련된 개업을 했었다. 그러다가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오디올로지 닥터로 교포 사회에서는 조금 알려진 시기였다. 당시에는 고급사양의 보청기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이었기 때문에 괜찮은 보청기를 구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람이 미국 애틀랜타에 가서 보청기를 맞추고 보청기가 만들어지기까지 플로리다에 놀러 갔다가 일주일 지나고 찾아가는 식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 시절, 우연히 국내의 한 의과대학 관계자가 청각 의료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이 총장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스카우트 형식으로 인연이 되어 이 총장은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국 사정을 잘 몰라 1년 계획을 하고 혼자만 들어왔었다고 한다. 이후, 국내 생활의 잠재성을 알게 되고 나서 가족 모두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 총장으로서는 미국에서 청각 분야의 개업을 하고 그것을 확장시키려고 했던 시점이었는데, ‘고국의 부름을 입고모든 걸 포기하고 한국으로 온 셈이다. 어느 정도의 희생이 있었지만, 사실 이것은 훗날 한국의 청각학에 엄청난 반향을 주게 되는 스토리의 시초가 되었다.

 미국에서 적응된 이 총장의 10년 생활은 새로운 한국에서의 생활과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았다. 처음에는 국내 대학의 속성도 잘 몰랐고, 국내 대학의 교수가 될 마음도 없었다. 모든 것은 그저 낯선 것들 뿐이었다. 하지만 그를 국내로 불러들인 재단에서 그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 역시 한국에서 마음먹은 목표들을 이루기로 결심했다.

 이후 이 총장의 경험과 노력이 반영된 시설과 프로세스가 한강 성심병원에 적용되었고 94, 95년 방송 3사에서 이와 관련된 보도가 여러 차례 나갔다. 최신의 청각 힐링 시스템을 적용한 국내 최초의 대학병원 적용 사례였다. 공중파 방송이나 신문 등에서 대서특필 되다 보니, 환자들은 필요한 지원을 받기 위해 자신의 차례가 되기까지 6개월씩 기다리기도 했다.

한사람의 노력이 국제 표준이 되기까지

 이 총장은 학교내에 청각학과를 만들었다. 그만큼 그는 대중의 눈높이에서 대중들의 복지와 안녕을 추구하는 것을 최고의 과제로 삼았다.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의 청각학과는 국제 수준의 기준에 부합하는 최고의 교육을 모토로 한다. 현재도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의 청각학과는 청각학 분야의 국가 표준과 세계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이 주도해서 만든 국제표준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5년 만에 완성되었다. 2015년에 시작해서 2020년에 이르는 기간이었다.

 국제표준을 국가기술표준원과 함께 한국이 주도해서 만들고 나니, 한국표준협회에서 국제표준 인증 사업을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렇게 보청기센터나 재활센터들에서 필요한 지침들을 만드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후 국제표준 인증 사업을 만드는 데는 1년 이상이 걸렸다. 금년 5월에 첫 네 군데 보청기 인증 업체가 나온 것을 필두로, 계속해서 인증 참여는 늘어날 전망이다.

 정해진 국제표준에 의하면, 우선 기본적인 시설(공간)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청력검사, 보청기성능분석, 보청기적합평가, 청능훈련, 사후관리 등을 위한 장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교육, 윤리, 절차 등의 요소들이 있다.

28년간의 노력, 청각학 분야의 미래 개척

 이 총장이 처음에 청각 분야의 국제표준에 관심을 가진 때로부터 지금까지 28년이나 흘렀다. 어찌 보면, 금년 대통령상은 그러한 땀과 노력의 결실인지도 모른다. 이 총장은 이번 수상을 통해 삶의 목표와 보람이 더 굳건해졌다. 청각학은 이제 막연한 학문이 아니라 명실공히 세계를 주도하는 명문화된 하나의 분야로 자리 잡았다. 제대로 된 힐링과 치유로 인해 기뻐서 우는 사람을 볼 때마다 이 총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이 총장은 학교를 운영함에 있어서나, 청각학 관련 분야의 연구자를 대할 때 항상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소통들을 원활하게 이루어 나갈 때 조직 간의 소통, 더 나아가 국가 간의 소통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 믿고 있다. 청각학은 온전한 소통을 모토로 하는 학문이다. 소통을 통한 개인 간 다양성의 인정은 창의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창의력이 발현된 사회, 바로 이 총장이 꿈꾸는 행복한 삶이 가능한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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