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28 14:23 (월)
㈜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이성관 대표
㈜건축사사무소 한울건축 이성관 대표
  • 정하연
  • 승인 2022.11.15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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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고의 철학으로 빚은 건축물, 미래 가치와 비전을 만들다.

 한울건축의 이성관 대표는 건축이라는 분야에서 한 세대를 찍었다고 할 정도의 인물이다. 40여 년간 건축 창작활동을 통해 건축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하였고, 정부, 지자체 및 관 련기관 자문활동, 대학교육을 통해 건축의 공공성 구현에 힘 써왔다. 유수의 작품을 통해 국가 경쟁력 배양과 후학양성에 크게 기여했다. 2020 건축의 날 최고의 ‘동탑산업훈장’을 수 훈한 이성관 대표는 전쟁기념관. 탄허기념박물관, 숭실대 조 만식기념관과 웨스트민스터홀, 엘타원 등 굵직한 거작들을 남겼으며 건축의 실용성, 편의성, 공공성을 중시했고 특히 전 통미와 전통요소의 현대화 및 재해석 등을 통해 건축문화를 선도하고 발전시켰다는 평이다. 본 지는 사회적으로 존경받 는 그의 영향력 뒤에 있는 리더로서의 가치관, 그리고 그를 지금껏 이끌어 주었던 배경에 존재하는 숨은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동료들의 웃는 얼굴을 모아 진행한 전시회

 이 대표는 최근 한 전시회에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였다. 자신만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에 건축가의 얼굴 360인의 얼굴 사진을 전시하였다. 세상은 끝없이 변하고 있고, 10년 뒤에는 어찌 변해 있을지 모를 여러 모습을 가지게 되는데, 사람마다 가지게 될지 모를 인생의 장면을 염두하면서 동료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전부터 건축 관련 각종 단체의 리더로 활동했었기 때문에 많은 동료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런 기회를 그는 놓치지 않았다. 그때마다 사진을 찍었고 그는 그렇게 사진을 남기는 사람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건축가들의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찍기만 하고 왜 돌려주지 않느냐는 말을 듣기 일쑤였다. 그래서 ‘10년 뒤에 돌려줄게했던 것이 바로 이번 전시에서의 작품이 되었다고 한다. 전시회에 전시된 그의 작품은 동료들과의 약속을 지킨다는 치원에서도 의미가 깊다.

 한국은 여러 호재에도 불구하고 전체적 건축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녹록한 곳은 아니다. 같은 건축사라도 1년에 주택 설계 하나 못하는 사람이 60% 이상이 될 정도이다. 여러 건축 관련 분야에서 유력자로서 상을 받았던 그는, 관련 전문인으로서 상을 수상하는 것도 미안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다들 어렵고 여유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남을 축하해 줄 마음조차 가지기 힘든 삶을 해오는 동료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 그를 안타깝게 한다.

 그의 작품은 대한민국이라는 녹록지 않은 곳에서 끝까지 서바이브하고 버텨온 모든 동료들을 염두해 둔 것이었다. 자신이 받게 되는 상은 걸어온 길과 족적에 대한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는 할 수 있지만, 그것은 혼자만의 흔적은 아닐 것이라 그는 믿고 있다. 바로 척박한 환경을 딛고 잘 버텨온 동료들 모두의 흔적일 것이라는 의미의 작품이었던 셈이다.

 그는 동료들을 통해서 미래에 대한 긍정적이고 밝은 희망을 본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건축의 미래를 본다. 그래서 동료들의 웃는 얼굴만을 모아 전시에 사용했다. 대통령상을 연이어 세 번 받은 그이지만, 그는 절대로 자신에 대해 자만하지 않는다. 그의 삶에는 동료들과 그들이 함께 걸어 온 세월의 흔적들이 모두 녹아 있다

그의 건축과의 인연은 어린 시절부터 이어진다. 고등학교 때 김중업 선생이 설계한 부산대학교 본관을 유심히 관찰하고 감명을 받았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사실, 당시 그는 그 건물이 한국 건축사의 유명인이 설계한 작품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었다. 그만큼 그는 주변 세상, 특히 건축물들을 보는 면에 있어서 남다른 시각을 소유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자신의 운명이 건축이라는 장르에서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건축과를 진학한 학생도 아니었다. 그가 관심이 있었던 것은 건축을 통해 투영되는 인간의 역사였다. 건축은 문화를 반영하는 가장 극적인 산물이자, 개인의 삶의 터치가 살아 숨쉬는 공간이었다.

숭실대 조만식 기념관+웨스트민스터홀
숭실대 조만식 기념관+웨스트민스터홀
전쟁기념관
전쟁기념관

인생의 방향성이 되어 준 창작의 스승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많이 그렸다. 미술에 소질이 있어서 초등학교 때 상도 많이 받았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도화지였다. 신문지의 빈틈이나 광고지의 모든 여백이 그에게는 습관적인 창작의 공간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창작의 역사에 스승 역할을 해 준 인물이 있다고 한다. 바로 그의 누님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누님 방에서 엎드려서 뭔가를 그리고 있는데 내 머리카락을 한 번 살펴봐. 아주 섬세하게.... 머리카락에 무슨 색깔이 보이니?” 어린 시절 그의 눈에는 까만 것은 머리 색이고 얼굴은 살색이었다. 이런 그에게 무슨 색깔이 보이냐는 물음은 감춰져 있었던 창작의 에너지를 밖으로 이끌어내 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가 자세히 관찰해보니, 그 안에 보라색, 파란색, 빨간색 등의 여러 색들의 조화가 보이더라는 것이다. “왜 색깔이 그리 많은데, 너는 왜 검은색 하나로만 늘 칠하냐?” 그 사건은 어릴 적 그가 받았던 예술적 충격이었다고 한다.

그는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를 굉장히 인상 깊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창작적 에너지로 삼았다. 누나의 말대로 바라본 세상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창문 너머 사철나무에도 초록색 하나만이 아니라 밝은 부분, 어두운 부분 등의 무수히 많은 색들이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로도 누님은 그에게 줄곳 예술적 스승이 되어 주었다.

여전히 그는 누가 물으면 자신의 건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자신의 누님을 이야기 한다. 어린 시절 그것은 그에게 첫사랑과 같은 것이었다.

모두에게 조기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그는 어린 시절의 첫 경험이 사람의 진로와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에게 누님과의 추억이 인생 가장 큰 영향을 주었듯 말이다. 오늘날로 말하면 이것은 조기 교육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그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애초의 소질보다 후천적 계기와 노력, 방향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이후, 그는 미술 활동을 별로 하지 못했다. 급했던 학업의 목표를 이루느라 그랬다고 한다. 가끔 미술관 등을 방문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그의 예술적 감각이 학창시절 관심을 두던 기하학과 수학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그의 건축적 기질이 빛을 발하게 된다.

대학 시절 잠시간 공부가 아닌 드럼 연주에 관심을 두긴 했으나, 4학년 2학기 우연한 계기에 의해 기하학과 수학이 함께 융합되는 건축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이 분야의 더 좋은 경험과 공부를 위해 유학도 가게 되었다. 미국문화원에서 가져온 자료들로 30개 학교 리스트를 뽑아 6개월 만에 준비해서 떠난 유학이었다.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 목표를 위해 달릴 에너지를 달굴 수 있었다. 결국 역동하는 도시 콜롬비아 대학교 건축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돌아와 국내외의 건축 관련 업무들에 정진하게 되었다.

 

건축은 관계 속에 존재하는 것

현재 그가 운영하는 한울건축은 작은 프로젝트에서부터 큰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그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작은 아파트부터 시작해 다양한 학교, 박물관 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다루고 있다. 그는 혁신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 설계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말하는 디자인이라는 것은 넘어서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사고 메커니즘을 다르게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병원, 아파트 등 우리가 익히 아는 것에서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건축을 하는 것을 그는 지향한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곧 경쟁력이 된다. 그렇게 설계되어 나온 역작 중 하나가 바로 전쟁기념관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함은 편한 것이지만, 거기에 젖어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어떤 경우, 그것은 독이 될 수도 있다. 분명 익숙하고 편한 것은 좋은 것이지만, 그것에 발목이 붙잡히고 더 이상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다면 결국 도태되고 만다. 때로는 과감함과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그가 말하는 건축에는 일정 수준의 속성이 존재한다. 순수 아티스트는 자기만의 에고와 DNA가 제일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건축은 그것과는 다르다. 건축은 관계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건축의 여건과 사용자의 모든 여건이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서 맞는 값을 구해가는 과정이 바로 건축이다. 건축은 실용적이어야 하고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자 문화로 봐야 한다. 그리고 그의 철학 가운데, 건축을 한다는 것은 일종의 삶을 책임지는 행위이다. 따라서 건축에는 실용적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본다.

 

건축의 철학을 통해 미래의 가치를 만들어 내다

설계자는 건축주가 원하는 형태와 컨셉에 맞추어 집을 디자인한다. 하지만 건축은 엄밀히 말해 한 끼의 저녁 레스토랑 식사와는 다른 것이다. 건축은 미래의 오랜 시간을 염두해서 진행되는 행위이다. 일종의 부담스러운 활동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실용성이나 구조적 면에서 건축주가 잘못 생각할 수도 있다. 기분상 무조건 특이하게 하기를 원한다든가 하게 되면 나중에 집을 팔 때 공사비 들어간 것을 다 산정해서 받기 힘들수도 있다. 건물이 팔리지 않든지, 땅값밖에 못 받고 이후 건물주는 개조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억해야 할 것은 건축가는 건축주보다 우월한 객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건축가들은 관념적 틀에 있지 말아야 한다. 건축가와 건축주는 모두 좋은 생각을 한다. 실제 지어진 건축물은 모두의 의견이 위축되고, 반영되고, 절충된 결과물이다.

건축은 일반적으로 첫인상 즉 전체 톤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디테일이다. 이 대표는 건축을 영화에 비한다. 그는 평소에도 영화를 매우 즐기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영화에서 디테일이 얽혀 있을 때 전체가 살아가는 몰입감이 생긴다는 점을 지적한다. 디테일은 사소한 것 같지만 절대로 사소한 것이 아니다. 디테일이 영화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게 크다. 그가 추구하는 건축은 감동이다. 그리고 감동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디테일이 배려되지 않은 것은 그것이 영화이든 건축이든 몰입감이 생기지 않는다.

건축물이 놓이는 총체적 상황과 설계해야 되는 건축물의 관계에서 늘 본질적인 제일 중요한 이슈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끝까지 크든 작든 스케일 전체를 거쳐서 지속적으로 동일한 밀도를 갖도록 하는 것이 바로 한울건축 이성관 대표가 표방해 나가는 건축의 방향성이다.

이 대표가 바라보는 건축은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산업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에게 있어 인간의 가치와 비전을 창조해 갈 수 있는 문화의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들은 이런 그의 가치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번득이는 아이디어와 뛰어난 창조성을 가진 그이지만, 결코 자신만을 내세우지 않는 절제된 그의 철학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 세대의 가치를 바라보게 된다. 더 훌륭하고 가치 중심적인 인간의 활동 무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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