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7 09:01 (월)
기품 있는 발림과 표정 연기 '흥보가', 소리꾼의 품격 공연
기품 있는 발림과 표정 연기 '흥보가', 소리꾼의 품격 공연
  • 시사뉴스매거진
  • 승인 2023.05.1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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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8일 화창한 봄날 오후 3시, 국립극장 하늘홀에서 고려대학교 유영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대구시 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예능보유자 주운숙 명창으로 남산 하늘을 울리는 시간이 되었다.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인류구전 및 문화유산 걸작’ 판소리, 단단한 내공으로 짧게는 세시간, 길게는 여덟시간까지 오로지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악장인 고수 조용복의 북장단에 의지해 판소리를 완창한다는 것은 소리꾼에게나 그 자리에 함께하는 관객에게나 특별한 도전이다.

주운숙은 안숙선 명창의 첫 스승이었던 주광덕 명인의 딸로, 전라북도 남원의 '판소리 가문'에서 태어났다. 예술가의 삶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은 주운숙은 소리꾼의 길을 택하지 않고 스무 살 무렵 경상북도 대구에 정착했다. 하지만 서른세 살에 취미로 민요를 시작하며 이명희 명창을 만나게 되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 덕분에 본격적으로 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이일주 명창에게 동초제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를, 신영희 명창에게 만정제 '춘향가'를 사사했고, 2대에 걸쳐 소리꾼의 길을 걷고 있다. 뒤늦게 소리를 시작했지만, 열정이 남달랐던 주운숙은 온종일 득음을 위한 소리 연습에만 매진했다. 주운숙 명창은 통성(배 속에서 바로 위로 뽑아내는 목소리) 위주의 성음을 깊이 있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보가' 특유의 해학적인 대목을 기품 있는 발림(몸동작)과 표정 연기로 소화 해내며 동초제 '흥보가'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Q. 판소리를 시작한 배경 말씀 부탁드립니다.

30대 초반에 취미로 민요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민요를 배우면서도 뭔가 더 진한 여운을 느낄수 있는 것이 없을까 하는 간절함이 있었던것 같아요. 마음의 허전함이 해소되지 않아서, 소리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Q. 안숙선 명창의 스승, 주광덕 명인의 딸인 전북 남원의 판소리 가문으로 살아온 삶에 대한 스케치 부탁드립니다.

소리를 누구보다 사랑하셨고, 지금도 가끔 아버지의 소리를 아시는 선생님들을 뵙게 되면 아버지 말씀을 들려주시곤 합니다. 그런데 너무 젊으신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나셨어요. 저는 아버지였으니깐 아버지를 잃은 슬픔으로 그냥 세월을 보낸 것 같은데, 안숙선 선생님을 통해 아버지가 그런 분이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로썬 그런 아버지의 딸이라는 사실이 아주 큰 영광이지요! 그래서 이 나이가 되어도 소리를 더 무겁고 쉽게 대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Q. 통성과 공력이 탁월한 목관리 및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연습법이 있다면....

글쎄요... 
소리꾼에게 목이란 그 어떤 악기보다도 귀하게 관리해야 하는것이기에 항상 따뜻하게 감싸고 지내는것이 관리라면 관리일까요! 기본적으로 건강에 해로운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은 목에도 좋지 않기에 음식도 되도록이면 건강식으로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특별한 관리라기 보다는 소리를 배운대로, 정성을 다해 표현해내는 것이 아직도 제게는 큰 숙제이기에 지금도 매일같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그 노력이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었구요.
다시 태어난다면 소리를 정말 뒤집어지게 잘 하는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Q. 소리꾼을 택하지 않고 20대에 대구로 간 배경과  다른지역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대구라는 지역에 어떤 포부가 있어 왔다라기 보다는 그때는 남편따라 그저 멋 모르고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전라도 태생이라 소리와 늘 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구는 정말 지금보다도 훨씬 더 소리와는 거리가 먼 불모지 그 자체였습니다.
소릿길을 택하고서 부터는 조그마한 소명감으로 대구를 선택하여 머무르게 된 것 같습니다.

 

Q. 후학을 양성, 지역판소리 전승과 발전에 힘쓰시고 계시는데, 녹녹하지 못한 판소리의 현 사회 특성상 후배양성에 대한 애로사항과 정책에 바람이 있다면 한 말씀? 

요즘 친구들은 제가 공부할 때처럼 힘들게 하지 않으려 합니다. 더 어린친구들은 부모님이 다 해주니 소리 공부하기 얼마나 좋습니까? 소리를 하는 데 있어 조금 더 마음이 깊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리는 이면을 표현해내는 것이 참 어려운데 마음을 다하지 않으면 어찌 그것을 다 표현해내어 감동을 전할 수 있겠습니까!
누구든지 소리에 진심인 친구들이 어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제가 원하는 작은 바람은 대구에 국악 전용극장이 건립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소리꾼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많았으면 좋겠구요. 아직도 경상도라고 하면 판소리의 불모지 라고 흔히 말씀들을 하시지만, 경상도 출신인 명창들도 더러 있습니다.
이어가야지요! 대구가 도와주셔야지요.

 

Q. 최장 완창 시간은? 장시간 공연하시면 힘든 점은 없으신지요?

판소리는 사실 시간을 떠나 한 대목 한 대목이 다 힘듭니다.
최장시간으로 치면 심청가 5시간 30분을 했었고, 지난 2020년과 2021년에는 춘향가(6시간)를 1부 2부로 나누어 했습니다.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고 하잖습니까! 힘들지요. 가사 외우는 것부터 발림하는 것까지!! 끝나고 나면 100%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 어떤것으로도 채워줄 수 없는 희열감을 느낍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순간 순간이 힘들어서 다시는 아이 낳는 일이 없다고 하다가도 키우다 보면, 너무 예뻐서 다 잊고 또 아이를 가지는 엄마처럼...
저에겐 소리가 그렇습니다. ㅎㅎ


Q.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과 기억에 남은 작품이 있다면? 

뭐니뭐니 해도 소리로 인정 받았을때 이겠지요! 대통령상이 바로 눈 앞에 있는 것 같은데도 참 맘대로 되지않는 것이 대회인것 같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심장이 벌렁벌렁합니다. 문화재 지정 시험을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구요.
한번에 되었더라면 지금의 감사함도 없었을 겁니다.
조금은 드라마틱해야 인생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그때가 더 귀하게 느껴집니다.

 

Q. 하고 싶은 계획이나 작품이 있다면?

마음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먼저 저희 제자들과는 해마다 크고 작았던 창극작품을 대구에서 꾸준하게 작품성 있게 공연에 올리기도 했구요. 앞으로도 여러 바탕으로도 도전해 볼 계획입니다.올해는 편집본없이 심청가 전바탕을 제자들과 연창회를 가질 생각이구요.
개인적인 것으로는 현재 심청가 춘향가 녹음작업을 해둔 CD가 있는데, 기회가 된다면 흥보가 수궁가도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제자들과 남도민요도 한번 더 내고 싶구요. 그 기록들이 있어야 후대에 소리꾼들이 도움을 받을수 있을테니까요.

 

Q. 명창 선배님을 바라보며 달려온 제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 한 말씀

누가 그러더군요..
남이 가기싫은 길을 갔더니, 남이 귀찮아 하는 일을 했더니.
그 끝자락의 성공길엔 내가 서있더라구요.
항상 준비되어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기회가 주어졌을 때 놓치지 않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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