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커머스, 라이브 커머스, 모바일 커머스 …
디지털 시대가 펼쳐지면서 이른바 ‘커머스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커머스(commerce)란 무역, 상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온라인 시대에는 ‘제품 판매 플랫폼’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중요한 점은 빠른 변화의 속도에 걸맞게 지금도 수없이 많은 분화, 진화,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특정 카테고리의 제품만 다루던 버티컬 커머스가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최근에는 다시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하기 시작했고, 과거 전문몰로 입지를 다졌던 곳은 다시 버티컬 커머스를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단연 수익성 악화. 엔데믹 시대가 펼쳐지면서 온라인 구매의 의향이 차츰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른바 ‘온라인 목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커머스 대혈투’를 집중취재했다.
승승장구하던 독보적 버티컬 커머스
지난해 2월경은 이른바 ‘버티컬 커머스의 독주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버티컬(vertical)은 ‘수직’이라는 의미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수직적으로’ 한 우물만 파면서 고객을 끌어당기는 플랫폼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패션, 명품, 식품, 인테리어 등 특정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하는 제품만 판매를 하는 곳들이다. 인테리어 분야에서는 ‘오늘의 집’, 패션 분야에서는 ‘무신사’, ‘지즈재그’, 명품분야에서는 ‘머스트잇’, ‘트렌비’, 식품 분야에서는 ‘오아시스 마켓’, ‘마켓컬리’가 대표적이었다. 이들 업체의 판매량은 가히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들 업체의 2021년 3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5%가량이 늘어났다. 당시 쿠팡이 12%에 머물고 있었다는 점에서는 말 그대로 폭발적인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패션 분야의 무신사는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 중에서 최초로 유니콘 기업이 될 정도였다. 마켓컬리와 오아시스는 이미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고 기업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오늘의집 역시 당시 누적 거래액이 2조 원을 넘어섰으며 매달 평균 거래액만 1,000억을 달성하고 있었다. 전통적인 인테리어 분야의 경쟁자였던 한샘, 리바트 등의 온라인 거래액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였다.
버티컬 커머스가 큰 인기를 얻었던 것은 독보적인 전문성, 그리고 사용자들을 위한 편의성을 꼽을 수 있다. 전문적인 카테고리에만 집중하는 만큼, 업체에서 하는 큐레이션은 그만큼 전문성이 있었고, 해당 분야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 소비자 역시 이런 서비스의 도움으로 편의성을 추구할 수 있었다.
또한 소비자의 선택 알고리즘에 따라 적절한 제품을 추천해주었기 때문에 고객들의 신뢰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특정 상품들만 추구하기 때문에 단가를 낮출 수 있었고 이것이 가성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에게는 또 다른 어필 포인트가 되기도 했다. 또 소비자들끼리의 커뮤니티도 강화함에 따라서 활발한 소통을 통해 소비자들은 일반 플랫폼에서는 얻을 수 없는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또 그들만의 독특한 유통 과정도 주목해야 한다. 축산물 전문 스타트업 정육각은 ‘온 디맨드 저스트인 타임(On demand Just In Time)’이라는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도축부터 판매의 전 과정을 오픈하면서 신섬함은 물론이고 가격까지 한꺼번에 잡으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펜데믹이 끝나면서 이러한 승승장구하던 버티컬 커머스가 주춤하기 시작하더니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의 변화로 꿈틀대고 있다. 이른바 ‘커머스의 전환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서로 거꾸로 가는 길
문제는 성장세의 둔화였다. 펜데믹으로 인한 온라인 쇼핑이 고성장세를 멈추기 시작하면서 둔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서 버티컬 커머스의 고민이 시작되었으며 그 결과는 ‘다시 종합몰로의 확장’이라는 2라운드라고 할 수 있다. 자구책을 구하면서 인접 플랫폼을 인수·합병하거나 적극적으로 카테고리 확장의 전략을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켓컬리의 경우 식품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들어 ‘뷰티컬리’를 선보이면서 화장품, 가전, 숙박으로 전선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무신사의 경우에는 패션플랫폼이라는 독자적인 지위에서 벗어나 IT기기, 가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여성패션 플랫폼 W컨셉 역시 여행, 가전, 반려동물로 확장하면서 그간의 버티컬 전략을 일부 포기하기도 했다.
이들이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 것은 이른바 ‘기존 고객에 의한 동반 구매’라는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하나의 영역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상태이기에, 이미 확보된 고객에게 또 다른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매출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또 기존의 물류 시스템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서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지 않고, 이미 업계에서는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제품을 조달하는 것에도 별로 어려움이 없다. 단지 어떻게 기존 고객에게 잘 런칭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로써 기존 버티컬 서비스는 악화되는 수익성을 개선하고 덩치를 키우면서 ‘엔데믹 시대의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기존의 종합 쇼핑 커머스는 오히려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으로 특화하는 전략이 생겨나고 있다.
롯데쇼핑은 전형적인 종합 커머스였지만, 최근 들어 ‘온앤더키즈’라는 프리미엄 아동복 전문관을 만들었다. 롯데는 그간 화장품(온앤더뷰티), 명품(온앤더럭셔리), 패션(온앤더패션) 등을 통해 일부 버티컬 커머스로의 전환을 꾀해왔고 그것이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 더 전문성을 가진 커머스로 변신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이러한 변신의 결과 손익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11번가 역시 동일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2023년 상장을 계획했던 11번가는 그간 ‘종합 커머스’의 대명사 격이기는 했지만, 최근들 어 신선식품 특화몰인 ‘신선밥상’, 명품 서비스 ‘우아럭스’ 등을 선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 변화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는 직전 분기에 비해 영업손실이 137억가량이나 줄어들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제까지 버티컬 커머스로 승부를 봐왔던 곳은 종합 쇼핑몰로 확장해 나가는 모양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반대로 종합 쇼핑몰은 버티컬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는 양극단에서 중간을 향해 수렴되는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 정작 중요한 것은 바로 차별화’라고 입을 모은다. 어차피 종합몰이든, 버티컬 커머스든 판매하는 제품 자체가 다르지는 않다. 가격 역시 서로 비교를 하기 때문에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는다.
따라서 과연 소비자들이 해당 몰이나 커머스에서 제품을 구매하면서 어떤 소비자 경험을 얻는가, 그리고 커뮤니티 등의 부가 서비스를 통해서 얼마나 높은 가성비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이러한 커머스 업계의 ‘혈투’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견해가 대세다. 다시 소비가 살아나는 엔데믹 시대로 순항하면서 소비자들은 또 어떻게 변하지 감을 잡는 일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