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낡은 아파트를 지나다보면 재건축조합 설립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한편, 근래에는 리모델링조합 설립을 축하하는 현수막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리모델링조합이 설립된 아파트 단지내에 ‘재건축준비위원회’라거나 ‘재건축포럼’이라는 등의 명칭으로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모임을 암시하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과연 재건축이 좋을까, 리모델링이 좋을까?
우선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자. 재건축은 말 그대로 건물을 허물고 다시 짓는 것이고, 리모델링은 건물의 틀은 유지하되 각 세대의 공간을 늘리거나 층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기존 건물에 변형을 가하는 것이다. 재건축은 건물을 허물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낡아야 하기 때문에 안전진단에서 낮은 등급을 받아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공사를 함에 있어 건물의 기본적인 틀은 유지하고 특히 층수를 늘리는 리모델링은 가중되는 무게를 버틸 수 있어야 하므로 안전진단에서 지나치게 낮은 등급이 나오면 할 수 없다. 그래서 30년을 기다려야 하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만 되어도 할 수 있고 너무 오래되어 낡은 아파트는 오히려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를 내야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일 것이다.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새 아파트를 받기 위해 추가로 내는 돈을 분담금이라고도 하는데, 결국 사업성으로 결정된다. 아파트에 용적률 여유가 있어 추가로 짓는 아파트 세대가 많으면 일반분양분이 늘어 사업성이 높아지고 자연스레 분담금이 줄어든다. 그런데, 재건축은 기부채납 없이는 법이 정한 용적률 상한을 원칙적으로 초과할 수 없는 반면, 리모델링은 그러한 제한 없이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아파트의 용적률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재건축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부담금도 고려해야 한다.
이외에도 재건축은 사업중에 아파트를 양도하는 것에 제약이 있는 반면, 리모델링은 양도를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특히 다수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다물권자라면, 조합설립 후에는 하나의 분양권만 인정되는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은 언제든 각 아파트를 별개로 처분할 수 있어 리모델링이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사업 참여를 희망하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도 양도에 제약이 적은 리모델링이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리모델링을 원하는 사람들은 재건축에 대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비난을 하고, 재건축을 원하는 사람들은 리모델링에 대해 ‘결국 헌집’이라거나 구조상 한계가 있다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난이 아파트의 상황에 따라 모두 옳다거나 틀리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애초에 재건축은 사업성이 없는 곳에서 리모델링을 비난하거나, 리모델링이 불가능한 곳에서 재건축을 비난하여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안타깝다. 사업의 지연은 당연히 사업성을 떨어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파트 주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것이 나은지는 아파트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고,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관련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