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주민들의 숙원이 이렇게 무시당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모든 주민들의 숙원이 이렇게 무시당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 정하연
  • 승인 2020.05.1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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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 안마도, 하루 2항차 운행 요구하는 주민들과 재경향우회 김창호 회장

“모든 주민들의 숙원이

이렇게 무시당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하루 2항차 운행 요구하는 안마도 주민들과 재경향우회 김창호 회장(사진= 이 신 기자)

“권리란 쟁취하려고 하는 자만이 찾을 수 있습니다. 안마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줘서 감사합니다.”
지난 4월 29일 3시, 목포지방해양수산청에 재경향우회 김창호 회장과 안마도 주민 30여 명이 모였다. 이날은 장귀표 청장과의 만남을 통해서 안마도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해상교통 애로사항을 논의하는 날이다. 그간 수년간 안마도 주민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은 말 바꾸기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에 안마도 주민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른 것. 주민들은 “수년간 여객선 문제로 고통을 받아왔다. 이제 제발 좀 살려달라”고 말하고 있다. 전남 영광군 낙월면에 있는 아름다운 섬 안마도. 도대체 그곳에서는 왜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을까?

 

‘가고 싶은 섬’ 선정됐지만 해상 교통 문제 심각

(사진= 이 신 기자)

‘영광굴비’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전라남도 영광군. 최근 이곳은 유력한 대권주인 이낙연 당선자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또 한 번 주목받았다. 그런데 이 영광군 낙월면에 안마도라는 섬이 있다. 거주자는 70호에 약 120명. 30여 명의 군 부대원도 이곳을 지키고 있다. 
최근 전라남도에서는 이 섬을 ‘2020년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 5년간 각 50억 원을 지원한다. 선정 심사 당시 심사위원이 안마도를 둘러본 후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있었는지 몰랐다”며 감탄했을 정도다. 일부 심사위원은 안마도를 ‘홍도’에 버금가는 곳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안마도는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놀라운 비경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곳이 아무리 ‘가고 싶은 섬’으로 지정되었다고는 한들, ‘갈 수 없는 섬’이 되어가고 있다. 재경향우회 김창호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마도는 이른바 ‘먼바다’에 속합니다. 2015년 전만 해도 육지에서 들어가려면 배 타고 4시간 정도를 들어가야 했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배의 속도가 빨라져 2시간 정도면 들어갈 수 있지만, 태풍이 자주 오고 바람이 많이 불어 결항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15년부터 주민들이 합세해 낙후한 섬의 환경을 개선하고 관광지로의 개발을 위해 의기투합했습니다. 하지만 섬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통이 해결되어야 합니다. 여객선이 드문드문 있다면 아무리 발전하려고 해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애초 안마도 주민이 꼭 원했던 것은 바로 여객선의 1일 2항차 운항이다. 2항차라면 ‘두 번의 왕복 운항’을 의미한다. 이를 원했던 것은 먼바다 섬의 경우에는 수시로 결항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전에는 결항이 되지 않았다가 오후에만 결항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따라서 만약 1일 2항차로 운행을 하게 되면 오전 오후 중 하나의 배편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하루 1항차만 운행이 되면 날씨주의보와 함께 그날 하루는 완전히 결항이 된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이유로도 섬을 오갈 수 없게 된다. 이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만들고, 관광객이 입도를 꺼리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낸다. 안마도에 가면 결항되어 못 나올 수도 있다’라는 가능성이 있으면 이를 염두에 두고도 관광을 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대다수의 안마도 주민들이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 매일 매일 수산물을 육지로 보내면 그만큼 생활 경제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결항이 자주 이뤄진다는 것은 곧 어민들의 생계에도 조금씩 타격이 가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안마도 운항은 국가보조항로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도청에서 관리하지 않고 목포지방해양수산청(이하 ‘수산청’)의 지휘를 받는다. 그런데 이러한 주민들의 숙원을 대하는 수산청의 태도가 지나치게 미온적인 것을 넘어, 때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주민들은 “수산청은 도대체 누구의 편이냐”라고 한탄까지 할 정도다. 심지어 주변 섬의 상황과 비교하면 안마도가 일방적으로 홀대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주민들도 있다. 바로 옆에 있는 낙월도의 경우에는 섬의 크기가 안마도 보다 작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3항차 운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자 한통으로 일방적으로 약속 미루기도
“안마도 2항차를 이루기 위해서 저희 주민들은 모든 약속을 지켰습니다. 2015년부터 2항차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모두 제거한 것이지요. 예를 들어 안마도 항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뻘이 많아지고 수심이 낮은 문제 역시 해결했습니다. 또 선사와 협의해서 여객선을 업그레이드해서 180톤의 배도 준비했습니다. 이 정도면 150명이 한꺼번에 승선해도 무리가 없는 수준입니다. 또 방파제에 외항을 별도로 만들어서 입항하기에 아무런 문제도 없는 조건도 갖추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수산청에서 2항차를 여전히 허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하루 2항차 운행은 여객선 선원들도 모두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주민도 원하고 선원도 가능하다고 말하는데, 왜 수산청만이 이 일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수산청의 행정편의주의다. 수산청은 주민들의 지속적인 요구에 한 달에 6일 정도 2항차를 허가한 경우도 있다. 좀 더 늘려달라는 요구에 다시 8일로 늘리고, 10일로도 늘렸다. 마치 동냥을 하면서 주는 식으로 찔끔찔끔 늘려 주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또 어떤 달에는 갑자기 한 달에 3일만 2항차를 허가하기도 한다. 수산청의 ‘제 맘대로 운행’에 안마도 주민들은 또다시 분노하기 시작했다. 항의를 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하소연을 하기도 해서 겨우 2019년 10월에는 ‘하루 2항차 운항’에 대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그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지만, 수산청은 운행 선사의 말만 듣고 이러한 결과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기도 했다. 

더불어 운행시간표의 협의도 지리멸렬했다. 공무원이 일방적으로 운행시간표를 짜기는 힘들기때문에 주민들과 협의해서 ‘시간표 조정협의체’를 구성했다. 하지만 2019년 10월에 만들어진 협의체는 11월, 12월, 2020년 1월, 2월, 3월까지 5개월 동안 단 한 차례의 회의도 하지 못했다. 결국, 주민들이 한걸음 물러서 “2항차가 아니면 1항차 반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확실하지 않은 상황. 지난 4월 29일, 도저히 참다못한 주민들이 수산청 장귀표 청장을 직접 면담했던 것도 바로 이런 그간의 복잡다란한 사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안마도 주민들을 허탈하게 만든 또 하나의 사건이 있었다. 애초 수산청에서 정한 날짜를 약속 이틀 전에 일방적으로 변경하겠다는 문자 메시지가 날아온 것. 안마도에서 목포시 수산청에 가는 것은 서울 종로에서 강남에 가는 일이 아니다. 결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하루 전날 섬에서 나와야 하고, 또 오랜만에 나오면 친인척이라고 만나기 위해 별도의 스케줄도 미리 짜 놓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이런 문자를 보내는 것은 안마도 주민들에 대한 무시의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목표지방해양수산청은 해양수산부 소속기관으로 국민의 안전한 해양관광을 위한 여객선 운항, 선박과 선원해사업무, 국가어항시설 건설 및 어업 경영체 관리는 어민들의 복리 향상을 위한 업무를 하는 곳이다. 따라서 안마도 주민들의 편의를 위한 활동도 당연히 수산청의 몫이며, 수산청은 그럴 의무를 가지고 있다. 
재경향우회 김창호 회장은 수산청이 나서서 하루 빨리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행정기관이 이렇게 주민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습니다. 120명의 안마도 주민들은 하루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기 원하고, 관광객들이 많이 오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아무리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하면 뭐합니까. 갈 수가 없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수산청장님을 비롯해 모든 공무원이 더 탄력적이고 주민 중심적인 행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주었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국가로부터 존중받을 필요가 있다. 또한, 그것이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관(官)이 주민들 위에서 권위적인 자세를 가질 수 있는 시대는 지나도 한참이 지났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주민들은 이러한 관의 자세를 인정하지도 않는다. 안마도 여객선 운항의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되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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